“여수만의 고유한 관광문화 만들어야”
“여수만의 고유한 관광문화 만들어야”
  • 마재일
  • 승인 2023.1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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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여수관광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움] 김남현 교수
지속가능한 관광 전환 선도적으로
지속가능 여수관광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는 김남현 교수
지속가능 여수관광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는 김남현 교수

김남현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7일 여수문화홀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제4회 지속가능한 여수관광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여수·섬 관광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지속가능 관광은 지금 당장 관광객을 어떻게 모으고 어떤 관광 상품을 만들 것인지 등 단기적인 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수가 관광도시로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 개념은 1980년대 초 산업화의 가속으로 환경 등의 피해가 생겨나자 유럽, 미국 등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등장했다.

당시 과학자들이 지금 이대로 산업화를 이어가면 지구에 큰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무시됐고 코로나를 겪고 나서야 전 세계가 화들짝 각성하게 된다.

코로나를 계기로 국내외 관광 시장도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자연재해 등 각종 재난에 따른 기후 위기가 부각하면서 ESG 경영도 중요한 키워드로 언급되고 있다. 이제 관광객들도 여행하는 데 있어 좀 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여행을 하겠다는 니즈(needs)가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전 세계 여행 관련 종목 시가총액 1위인 미국 부킹홀딩스의 자회사인 부킹닷컴이 지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에 앞서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의 여행객 3만 3,2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2023년 지속가능한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지속가능한 여행과 비용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 응답자의 10명 중 7명(68%)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답했고, 5명 중 4명(81%)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지속가능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응답자의 56%는 향후 6개월 동안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러한 상황이 지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응답자가 83%에 달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39%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43%는 지속가능한 여행에 너무 큰 비용이 요구된다고 말해 지속가능한 여행과 비용 중 우선순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국인 응답자 2명 중 1명(52%)은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63%는 지속가능한 여행 선택지가 불충분한 점을 지적했다.

많은 장벽 속에서도 여행객들은 여행지에서 에너지 절약(78%), 텀블러 이용(46%), 쓰레기 재활용(45%) 등 친환경적인 활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숙소들이 지속가능한 여행 옵션을 더 갖추길 요구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지속가능한 관광, 로컬 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로컬여행, 가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변화가 이미 생겨났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한 여수가 이제는 좀 더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됐다.

관광 상품과 시설을 더 만들면 될까 이런 질문보다 이제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관광인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관광을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여수는 관광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교통 불편 등 여러 부정적인 상황을 겪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행복한지 질문을 던져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관광 자원 개발과 관광 인프라 확충에서 벗어나 관광 자원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 관광 목적지로서의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여수가 관광 목적지로서의 지속가능 경영, 지역 관광문화, 관광산업 생태계 조성, 관광 거버넌스 구축을 과제로 제시한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환경적, 사회적인, 문화적인, 경제적인 지속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관광이다.

즉 관광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는 것을 고민해 가는 것이다. 지속가능을 담보하는 측면에서 관광 개발은 미래세대의 관광 기회를 보호하면서 현재 관광객과 방문 지역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또 지속가능 관광의 원칙으로 필수 생태적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자연유산과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도록 관광 개발의 핵심 요소인 환경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진정성을 존중하고 건축‧생활 문화유산과 전통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 특히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 창출 기회 및 지역사회의 사회 복지 서비스를 포함해 사회경제적 이득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평한 분배를 통해 불평등,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등 실행 가능한 장기적 경제 운영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발길 닿는 곳이 관광지가 된다는 여수. 국동항 일출. [사진 박정명 기자]
발길 닿는 곳이 관광지가 된다는 여수. 국동항 일출. [사진 박정명 기자]

 

관광 목적지, 지속가능한 경영 필수

“지속가능한 관광 목적지 경영이 중요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전 세계 관광 도시들이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까, 경쟁력을 가질까에 초점을 뒀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과 기업의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관광 목적지라면 산업생태계와 자원을 잘 갖추는 것 외에 지속가능성,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회복력, 여행 관광으로부터 느껴지는 지역사회에 대한 압력을 얼마나 잘 해소하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 등의 지표가 추가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관광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목적지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스웨덴 예테보리이다. 예테보리는 스웨덴에서 스톡홀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인구는 57만 명 수준이다. 2016년부터 글로벌 지속가능한 관광도시 1위, 2022년 EU의 100대 기후 중립과 스마트 시티의 선두도시로 선정됐다.

예테보리는 지역의 지속가능 관광 발전을 위한 명확한 가치 및 목표를 설정했다. 지역 내 관광사업체의 지속가능경영(ESG) 유도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지속가능 여행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화석 연료에서 독립한다는 비전 △대중교통의 95%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스마트 접근성과 이동성 확보 △호텔 객실의 약 90% 친환경 인증을 확보하는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 △이벤트와 회의를 위한 강력한 레거시(유산) 프로그램 △순환 경제를 위한 노력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예테보리는 지역 외식업체, 호텔·숙박업소, 관광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식단을 제공하는 지역 외식업체를 선정해 관광객들에게 소개한다. 여행객들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비건, 채식 레스토랑을 선택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친환경 인증 미슐랭 레스토랑, 호텔 객실의 88%가 친환경 인증 획득, 관광객을 위한 지속가능 관광 정보 제공, 지역 관광 정보 사이트에서 지속가능한 레스토랑과 액티비티 체험·쇼핑, 친환경 인증 호텔 등을 별도로 표기해 소개한다.

어디를 가면 지속 가능한 관광을 할 수 있는지, 실천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스스로 여행 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제공한다.”

 

지역 ‘관광문화’ 중요

“여수를 여행하는 공식, 즉 지역의 ‘관광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도시는 관광객이 우리 지역에 와서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사 가게 할지, 무엇을 먹고 가게 할지, 무엇을 즐기고 가게 할지를 고민한다. 관광객을 단순히 소비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로서의 여수, 관광객이 도시를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들도록 로컬의 고유한 여행 스타일을 문화양식, 여행 양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낭만포차의 경우 연인들, 친구들끼리 밤바다를 보면서 술 한잔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여수에 와서 그냥 술 마시고 흥겹게 놀고 가버리는 문화로만 머물게 할 것인가. 여수는 이것 말고 보여 줄 곳이 많다. 여수 사람들이 사랑하고 여수에 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여수의 팬이 돼 여행을 즐긴다면 흥청망청 단순 욕구를 위해서만 여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수만의 관광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여수의 지속가능한 섬 관광 개발을 위해서는 연결성, 자원 부족 및 취약한 자연 자원, 기후 변화, 외부 유출, 지역사회 참여 등이 주요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섬 관광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연결돼 있어 단순히 외부의 시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섬은 연결성이 매우 취약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 섬에 다리로 연결하면 관광 편의성이 증가해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섬을 다리로 연결하면 그것이 섬인가. 섬을 여행하고 싶어서 왔는데 다리로 연결해서 간다면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이 없다.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의문을 두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섬은 기후 변화 등 환경에 민감하고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여서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섬 지역이 더 위험하다. 특히 섬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을 때 육지의 자연보다 훨씬 더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를 고려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관광객들이 섬에서 소비하고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면 육지로 유출되는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으로서 지역사회가 반드시 섬 관광 개발을 할 때는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365개의 흩어진 섬이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같다. 지질학적, 생태적으로 중요한 자원을 보유한 섬이 많은데, 상상력을 더해 통합 관광 브랜딩 전략을 펼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여수 섬 관광의 기본 방향은 지속가능성, 관광 수용력, 관광 편의성,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 관광 차원이 아닌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365개 섬의 관광 브랜딩, 국가지질공원 인증 및 생태관광 육성, 지속가능 섬 관광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관광잠재력과 주민 관광 개발 의사 등 수용력 진단, 관광이 섬에 미칠 관광 영향 평가, 관광 영향 저감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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