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도, 다리 놓고 달라진 게 있나?
백야도, 다리 놓고 달라진 게 있나?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7.01.27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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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대교 준공으로 본 섬 개발방향

섬 이야기를 쓰다 보니 종종 "먹고 살기도 힘든데 뭐 하러 섬에 사는지 몰라. 떠나면 그만인데…"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섬에 다니다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 없고, 배운 거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든 터전에 눌러앉아 있는 게다. 그렇다면 소득원을 만들 수밖에…. 생각한 것처럼 될까 싶지만 이렇게 준비한 글이 너무 길어 2회로 나눠 게재할 수밖에 없었다.-편집자주

 
▲ 다양한 섬의 모습들
ⓒ 임현철
 
‘섬’은 배를 타고 바다 위를 오가야 한다는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보물섬>, <신밧드의 모험>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신비로운 삶의 모험을 간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섬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리나라 3167개의 섬 중 무인도는 2675개이며, 유인도는 492개이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9조3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98개의 연륙ㆍ연도교를 건설해 ‘섬 아닌 섬’으로 이미지 변화를 통해 섬사람의 생활편리와 관광자원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미래 부가가치로의 관광자원화가 육지에서 바다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섬사람들이 그렇게도 염원했던 다리 준공 이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여수권의 연륙ㆍ연도교 사업현황과 2005년 개통됐던 여수 백야도의 백야대교 건설 전후의 변화를 통해 섬 개발과 문화보존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 지난 2005년 4월 14일 개통한 백야대교
ⓒ 임현철
 
여수권 연륙ㆍ연도교 사업현황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의하면 전남 여수에는 섬과 섬을 잇는 12개 다리가 건설된다. 이외에도 여수~광양, 여수~남해간 대교건설까지 더할 경우 총사업비 2조6천억여원, 총 14개의 연륙ㆍ연도교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이처럼 여수권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여수~고흥간 섬을 연결하는 ‘다리박물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이미 준공된 연륙ㆍ연도교는 돌산대교, 삼호교(거문도), 달천교, 백야대교 등 4개소이다. 또 현재 공사 중에 있거나 발주를 준비하는 교량은 제2 돌산대교, 돌산~화태간 연륙교, 여수 적금~고흥 영남간 연륙교, 금오~안도간 연륙교, 삼일~묘도~광양간 연륙교 등 5개소이다.

아울러 계속 추진해야 할 연륙ㆍ연도교는 화태~월호간, 월호~개도간, 개도~제도간, 제도~백야간, 화양~조발간, 조발~둔병간, 둔병~낭도간, 낭도~적금간, 거문도 동도~서도간, 여수 낙포~경남 남해간 한려대교 등 10개소에 이른다. 여수권에서만 총 19개의 교량이 완공되었거나 추진중에 있다.

이 같은 여수권 연륙ㆍ연도교 사업은 사업비 확보 문제, 주민 보상협의 등의 문제에도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대비 관광 인프라 구축 ▲다도해 해상 관광개발에 따른 관광산업 발전과 관광소득 증대 ▲섬지역 개발 잠재력 극대화와 교통환경 개선 ▲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을 꾀하기 위해 우선 시행되고 있다.

 
▲ 여수~고흥간을 잇는 11개 다리 청사진
ⓒ 여수시
 
 
▲ (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제2 돌산대교, 여수 적금~고흥 영남간 연육교, 금오~안도간 연육교, 돌산~화태간 연육교
ⓒ 여수시
 
백야대교 건설 전후의 생활여건

백야대교 준공으로 전후 섬 소득과 생활여건 변화는 어떠할까?

다리 준공 이전, 섬사람과 관광객은 도선으로 양쪽을 오갈 수밖에 없었다. 3분이면 오갈 수 있는 지척 거리의 육지를 두고 아파도 참아야 하는 등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 백야도는 여수에서 흔하다던 굴ㆍ고막ㆍ가두리 양식도, 멸치잡이도 생계수단이 되지 못했다. 마을 공동으로 양식사업 개발을 위해 종패를 뿌리는 등의 많은 노력에도 종패가 자라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그나마 생계 수단이던 고대구리(기선저인망) 통발이 있었지만 정부의 감척과 단속으로 인해 거의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공동어장에서 파래와 바지락 등을 채취하나 이는 용돈벌이에 그치고 있다. 두어 사람이 전복을 기르고 있지만 그 소득은 미미하다.

 
▲ 마을공동어장에서 파래를 뜯는 아낙
ⓒ 임현철
 
해변산중 백야도, 특수시책 사업도 실패

백야도는 수입을 바다에 의존하는 섬임에도 주 수입원은 양식이나 어장이 아닌 농사다. 199 가구 중 농가 110호, 어가 63호로 농업 종사자가 많다. 다른 섬에 비해 벼농사와 밭농사가 발달했고, 부수적으로 염소 사육도 하나 주수입원은 고구마다. 그만큼 해변산중, 즉 바다 속 산골이다. 이에 대해 화정면 최유성 면장은 “토질과 물이 좋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이로 인해 여수시는 주민소득 증대를 위해 두릅, 녹차, 천마, 도라지, 유자 등의 재배를 권유하기도 했다. 화정면 임화섭 부면장은 “시 특수시책으로 권유했던 특용작물 재배도 지금은 실패로 돌아갔다”며 “실패 원인으로 공급 과잉, 판로와 기술 부족, 평균 연령 70세로 노령화에 따른 적극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10여 년 전, 3만여 평에 심었던 유자를 정부가 현재 1500평당 200여만 원을 지원하면서까지 유자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섬의 소득원 개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백야도 마을
ⓒ 임현철
 
 
▲ (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10여년 된 유자밭은 정부지원으로 잘라내고 있다. 마을 뒷산 백호산 중턱의 염소막. 백야도의 논, 정부지원으로 시작한 녹차밭
ⓒ 임현철
 
기본 편의시설도 없이 개통된 백야대교

이런 상황에서 백야도와 화양면 힛도를 연결했다. 울창하던 삼나무 숲을 훼손하면서 준공된 백야대교는 주변에 공원, 매점, 기념품 판매소, 향토 토산품점, 해상 유람선,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채 지난 2005년 4월 14일 개통됐다. 다리를 보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화장실조차 없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다리가 개통되던 날 백야도 사람들은 외지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2천여만 원의 자비를 들여 먹거리를 준비하고 꽹과리를 치며 준공을 자축했다. 행여 소득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 변화는 없다. 백순하(68)씨는 “다리가 개통되면 섬에 없던 식당, 횟집, 주유소, 유스호스텔 등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백야대교의 준공 이후 꾸준히 매월 5000~6000여대의 차량이 들어온다”며 투자를 권한다.

 
▲ 2005년 4월 14일의 백야대교 준공식
ⓒ 임현철
 
예나 지금이나 소득원 부재 여전

변화라곤 백야리의 구멍가게 하나와 이발소 두 개가 폐업했고, 화백리에 구멍가게와 낚시점, 백야등대 주변의 전복집과 휴게소, 포장마차 등 서너 개의 소규모 가게가 들어섰을 뿐이다. 또 낚시객을 실어 나르는 배 운항으로 작은 소득을 올릴 뿐이다.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소득원 부재는 여전하다.

임홍섭(79)씨는 소득원 부재에 대해 “주민들이 소득 준비를 못한 탓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다리 준공에 따른 구체적인 소득개발 계획 없이 다리 놓는 데만 열중한 탓이다”면서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소득 연계정책을 요구해야 하는데 지역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관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정책 한계를 꼬집었다.

 
▲ 폐업한 백야도 이발소
ⓒ 임현철
 
 
▲ 백호산에서 본 백야등대와 다도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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