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병 획정안 후폭풍…동네북 된 여수‧순천 자업자득?
갑·을·병 획정안 후폭풍…동네북 된 여수‧순천 자업자득?
  • 마재일
  • 승인 2024.02.08 14:4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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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여수 선거구 2개 유지서 여수‧순천 묶어 ‘갑‧을‧병’ 논의
해당 후보들 강력 반발…확정 시 현역 의원들 정치력 타격‧책임론 부상
▲ 여수을 선거구인 웅천지구. (자료사진=남해안신문 DB)
▲ 여수을 선거구인 웅천지구. (자료사진=남해안신문 DB)

22대 총선 국회의원 선거구의 최종 획정이 임박하면서 여수가 2석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여수‧순천을 묶어 갑‧을‧병으로 나누는 획정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남 동부권 정치권이 요동치며 혼란에 빠졌다. 여수와 순천을 묶어 3개 선거구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해당 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안이 현실화하면 현역 의원 책임론 부상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애초 단일 선거구로 통합 가능성이 제기됐던 여수시는 기존 두 개 선거구를 유지하는 대신 경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순천시는 갑과 을로 분구되고 광양시와 곡성군, 구례군이 하나의 선거구가 되면서 3개 선거구로 늘었다.

반면 영암이 해남·진도·완도로, 무안이 나주·화순, 신안이 목포와 통합되는 등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서삼석 의원의 지역구가 없어지면서 무안 출신인 서 의원은 나주·화순의 전남도당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과 공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수·순천 ‘갑‧을‧병’ 중 특히 ‘을’ 선거구에 해당할 수 있는 여수을 김회재· 권오봉·조계원, 순천갑 소병철·김문수·서갑원, 진보당 이성수 예비후보들은 여수, 순천이 정치적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거구 경계가 변경되면 인지도에 따라 선거 판도가 바뀔 수 있고 선거 전략은 물론 주요 공약까지 대대적으로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여수시의회 등 지방의회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웅천지구가 있는 시전동이 갑 선거구로 분류되면 일부 의원들은 발등의 불을 피할 수 없다. 후반기 여수시의회 의장 선거도 변화가 예상된다.
 

▲ 순천 해룡면 신대지구. (사진=독자 제공)
▲ 순천 해룡면 신대지구. (사진=독자 제공)

여수와 순천을 묶는 새로운 선거구가 지역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건 지난해 1월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회재 의원은 인구 감소에 따른 선거구 문제에 대해 “여수와 순천을 합쳐 의석수를 3개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재선에 도전한 김 의원은 당시에는 전국의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중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여수 인구 자체로 이미 2개 선거구가 획정돼 있고, 기형적 선거구 획정, 이른바 ‘게리맨더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선거구 획정이 임박한 가운데 사실 현시점에서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재명 당 대표가 결심하면 끝나는 일이다.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지난 총선에서 순천시 해룡면(신대지구 포함)이 뜬금없이 광양‧곡성‧구례 선거구로 바뀌면서 반발이 거셌지만 변경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지만 지역에서는 여수, 순천 현역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 발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생겨나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정치적 무능으로 벌어진 일로, 동네북이 되는 상황을 자초한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유권자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치권을 만들어준 업보가 되돌아온 결과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다시 말하면 힘없는 정치인들을 선택한 유권자인 내 탓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신정훈 의원(재선)은 전남도당 위원장이고 서삼석 의원(3선)은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장이다. 당내에서 누가 더 위상이 높을까. 초선들인 동부권 정치권의 존재감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약체라는 시각이 다수다.
 

▲ 여수갑 선거구인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 여수갑 선거구인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전체 선거판을 짜야 하는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지역 의원들의 세세한 유불리를 따질 겨를도, 필요도 없다. 한 석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 일부 지역과 의원의 희생양이 필요할 뿐이다. 반발해도 반짝하는 데 그칠 것이고, 당사자들이 당의 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다. 탈당한다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주지 않는다’는 옛말을 실감하고 있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더 관심을 쏟고 밥도 잘 줘야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적당히 밥 주고 키우다가 적당한 시기에 잡아 먹거나 정 안 되면 바다로 뛰쳐나가게 할 수 있다. 여수에서 과거 순천처럼 국민의힘(옛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리 만무하다. 여수에는 그런 인물도 없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여수갑 선거구 후보들이 변경된 획정 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변경된 획정 안이 확정되면 여수갑 선거구에 웅천지구가 포함된 시전동 등 여수을 선거구의 상당 지역이 추가돼 ‘여수‧순천 갑 또는 병’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수는 인구수에서 순천에 못 미치는 데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순천 분구를 바라고 있어 순천 선거구를 위주로 여수 일부 행정구역을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라면 여수을 선거구 상당수가 여수갑으로 통합되는 사실상 선거구 해체에 가까운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 재선에 나선 여수갑 주철현, 여수을 김회재 의원.
▲ 재선에 나선 여수갑 주철현, 여수을 김회재 의원.

여수갑은 기존 선거운동에는 거의 영향이 없고 되레 덩치가 커지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고 이랬든 저랬든 여수 선거구는 2개가 유지된다. 여수갑은 하한 인구수에 못 미치면서 여수 갑·을 통합, 인근 지자체와 선거구 합병 등 다양한 합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좌불안석일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여수갑 주철현, 여수을 김회재 의원의 사이가 돈독했다면 어땠을까. 주 의원이 김 의원을 지원사격 하지 않았을까. 김 의원이 주 의원에게 요청할 수도 있다. 지역의 정치적 동지라고 여긴다면. 그간의 두 국회의원의 행태로 봐서는 언감생심일 듯싶다.

애초 지난해 12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순천과 여수에 각각 2개의 의석수를 배정한 상황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하면 현역 의원들에 대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된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소병철 의원은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선거구 정상화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동부권 선거구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현역들의 정치력과 책임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서부권, 동부권 어느 지역 하나는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동부권이 기존 안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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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이 2024-02-11 08:45:55
여수갑은 변화가 필요하다.
뭔 대책도 못세우고 맨날
국회의원선거. 할때 경계조정만
할것인가????
공약은 재탕. 삼탕

개도막걸리 2024-02-08 21:33:45
여수시장 정기맹이 쪽팔려서 여수순천으로 편입되어 갑을병으로 확정 확실하다// 인근 줄어드는데 머하냐 시장을 잘뽑아야 삽네다

개도막걸리 2024-02-08 21:28:33
여수시장 쫑기맹 이는 재선이나 꾸는 턱도 안되는 꿈깨고 당장사퇴하리 인구 늘리지 못하고 뭐하노 쪽팔려서 선거구. 줄인 원인은 시장 잘 못이당. ~ 병구는 나가 한다

여수의힘 2024-02-08 18:25:42
다 필요 없다~! 차라리 인구 쉽게 늘릴 능력이 있는 경제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막대기 우르르 우르르 일삼는 필자포함 여수시민 모두 스스로 책임이니 반성않을수 없다. 율촌.삼일.묘도 챙겨주지도 않은 여수시당국도 대오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