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정신’ 시작은 여수를 사랑하고 여수에 사는 자부심 갖는 것”
“‘여수정신’ 시작은 여수를 사랑하고 여수에 사는 자부심 갖는 것”
  • 강성훈
  • 승인 2024.03.1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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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신문 창간 20주년 특별 대담 2]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
"국회의원 아닌 시민과 당원에게 공천권과 당직자 임명권한 돌려줘야"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행정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
여수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한창진 대표.
여수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한창진 대표.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는 ‘새여수신문’으로 출발했던 남해안신문의 창간 초기부터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대안을 통해 지역사회가 공유해야 할 담론을 제시하면서 남해안신문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1987년 교육민주화운동, 초대 여천교사협의회장과 전교조 여천지회장을 맡아 해직교사 신분으로 재야 운동권에서 사회운동을 했고, ‘여수시민협’ 창립을 주도하며 지역의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다.

이후 2008년에는 시민 중심 인터넷신문 여수넷통을 창간해 시민언론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시민감동연구소에서 지역사회의 여러 현안문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의 미래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남해안신문 창간 20돌을 맞아 한 대표를 만나 지역 언론과 지역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 도시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외형적 위축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서적 상실감이 상당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여수정신’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도 합니다. 시민들이 이야기하는 ‘여수정신’은 무엇이며, 이를 되살릴 방안이 있을까요?

여수정신은 여수정체성에서 비롯됩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수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역사성이 말해줍니다.

그 역사는 우리 조상들이 삶의 궤적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치열한 삶 속에서 여수 역사를 만들고 있어 여수정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여수역사달력을 7년째 만들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수역사를 종합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흩어져 있는 기록과 영상을 모아 여수기록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수정신의 시작은 먼저 여수를 사랑하고 여수에 사는 자부심을 갖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러한다면 이를 거역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시도에 대항에서 저항하는 것입니다. 중앙정부에서 멀리 떨어진 여수에서 스스로 외국의 문화 문물을 받아들여 교류한 자주정신과 외적의 침입에 맞서 싸웠던 호국정신, 자유와 민주, 인권에 대한 도전에 저항하는 민주정신, 수산업과 공업 진흥을 위해 어장과 산단을 일군 근로정신, 해양과 자연을 지킨 생태존중정신이 여수정신이라고 봅니다.

여수정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으로 집대성해서 여수학을 정립해야 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기록으로 정리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 이같은 정서적 상실감이 팽배해진 원인의 하나로 정치권의 갈등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지역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에 대해 대표님의 견해는?

지방자치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뒤늦게 부활하면서 준비가 소홀한 경우입니다. 정치의 주체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지역에서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수출신으로 경기도와 서울에서 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거나 도의원을 지낸 분입니다.

여수에서는 주승용 의원이 도의원을 거쳐 여천군수와 여수시장,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경우 말고는 시의원과 도의원을 거쳐 여수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지도자가 없습니다.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신인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여수 시장이 4년 단임에 그치고 연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성숙한 정치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낙하산 인재 영입보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한 정치인들이 지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청와대와 주요기관, 국회 보좌관, 정당 당직자 등의 활동을 거쳐 경력을 쌓고 전국적으로 역량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도록 양성해야 합니다.

 

-. 오랫동안 정치개혁을 담론으로 내세워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의 정치개혁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면 무엇일까?

지역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정당의 민주적인 운영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활발하게 가동되었다가 평상시에는 정당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정치집회와 정치 활동이 눈에 띄지 않고, 행사장을 쫓아다니는 국회의원과 시장, 도의원, 시의원만 보입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지역 시도의원 후보와 비례의원 후보 선정에 있어서 국회의원의 의사 반영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시민공천제가 필요합니다.

지구당이 부활해서 지역위원장과 지구당 사무실이 분리되어서 지역 정당의 다양한 활동과 토론, 여론조사 활동으로 그 당의 정체성에 맞는 인사가 선출될 수 있는 정당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 아울러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확산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 같은 분위기 쇄신 방안이 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각종 선출직 후보를 시민과 당원이 직접 선출해서 결정한다면 지금처럼 보여주기 식, 지나가면서 악수하는 식, 현수막 정치가 사라질 것입니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민주공화국의 실현은 기초 풀뿌리 정치가 활성화되어야 시민들이 정당에 가입을 하고 정당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고 연중 가동되는 정당 정치를 이끌어갈 것으로 봅니다.

시민과 당원에게 공천권과 당직자 임명권한을 돌려주는 것이 정치적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 한 때 ‘1,500만 관광객 달성’ 구호를 외치던 여수관광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여수의 관광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지? 또 함께 고민할 대안이 있다면...

오동도와 향일암 등 바다 경치를 보여주는 것에 의존해서 방임하는 관광 정책이 관광객 수 정체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여수시에는 관광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 없고 외부 용역에 의존하고 이벤트 행사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1,500만 관광객이라고 하면서 여수시 관광부서는 관광과 밖에 없습니다. 진흥과 개발, 산업 등은 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관련 공무원은 순환 근무를 해서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이제 장려금을 주면서 단발성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낭만포차와 종화동 해양공원 중심 밤바다, 해상케이블카, 레일바이크, 아쿠아리움의 기능은 한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여수 관광의 성격을 관광에서 여행으로 대전환할 시기입니다.

 

 

-. 일각에서는 단순히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율을 높이는 한편,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관광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재방문해서 세컨하우스, 호텔, 펜션 등 고급 숙박시설, 민박, 캠핑장 등에서 푹 쉬고 여수의 섬과 해양 생태계를 체험하면서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여수에서 추억이 담긴 최고의 여행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1년 내내 사계절마다 느낌이 다른 여수시 최고 관광 인프라는 바로 여수음식과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먼저 여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토음식을 비롯해서 싱싱한 수산물과 농산물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다양한 퓨전,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여수시에 음식개발과를 만들어 추진합니다.

지금까지 육지에서 여수 바다를 보았다면 섬에 가거나 해상에서 여수를 바라보는 형태로 유람선과 요트 여행이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여수의 섬을 사철 꽃이 피는 꽃섬, 예술섬, 테마섬으로 만들고 원활한 교통편을 위해 봉산동에 유람선과 모터보트 터미널을 만드는 것도 검토했으면 합니다.

 

-.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박람회장 사후활용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여수시가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주도권을 내어준 모양새가 됐습니다. 아쉬움이 많기는 하지만, 현실적 틀 안에서 지역사회 요구가 충분히 반영된 사후활용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방향을 제시한다면?

광양항만공사에게 넘겨버린 것은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대안을 찾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여수시가 예산을 들여서 세계적인 전문 업체에게 용역을 맡겼다면 여수시와 시민사회가 나서서 타당성과 지역 효과 등을 검토해서 지역의 요구를 반영시켜야 합니다.

사후 활용을 정부 책임으로 바꾼 만큼 박람회 개최 정신을 살리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요구해야 할 주체가 명확해졌으니까 시민이 바라는 사후 활용 방안을 논의해서 강력히 요구하고 국회에서 예산과 정책을 반영시켜야 합니다.

 

-. 수십년간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해 오셨다. 최근 지역 시민사회 운동도 침체를 겪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여수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민사회 활동이 답보상태인 것은 확실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극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과거의 진취적인 활동은 전문성을 갖춘 학생 운동권 출신의 활동가들의 헌신성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활동가 배출 인재풀이었던 대학 총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이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취업 준비 수준에 머무른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역 상근 활동가들 역시 나이가 들고 새로운 활동가 영입이 어렵습니다.

학생 운동권과 시민사회로 이어지던 연대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문성과 활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활동성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상이 필요합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가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많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재정을 후원하고 활동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1시민 1시민단체 가입이 절실합니다.

 

-. 대표님께서 고민해 오셨고, 고민하고 계신 ‘행복도시 여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행복도시는 행복시민이 만드는 것입니다. 현실에 만족할 수 없다고 해도 여수의 미래비전이 있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여수에 남아서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출생에 비해 사망자가 많은 것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여수시로서는 어쩔 수 없지만 전입에 비해서 전출자가 많다는 것은 여수시민으로서 자존감이 상하고 서글픈 일이지 않습니까?

타당한 전출 사유가 있겠지만 혹시나 다른 도시에 비해서 정주 여건이 부족한 것이 사유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알려지기에는 아파트 가격과 출퇴근 교통 사정, 자녀 교육 문제라고 한다. 여수시가 전출한 시민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저는 2007년 [행복도시를 만드는 시민운동]이라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그 책에서 “행복도시는 지역을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방법으로는 시민자치, 지역 민주주의를 실현하여 시민이 시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입니다. 시민을 주인으로 삼고, 시민에 의한 시민자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행복도시이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이 행복도시를 만드는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시비가 많이 들어가는 2026년 세계섬박람회 개최를 시민들에게 물어서 결정하였습니까? 시민이 바라지 않는 사업을 당위성만 내세워 밀어붙이는 반자치적인 시민 들러리, 이벤트 중심 행사는 멈춰야 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미래가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비참한 일입니다. 지금 여수를 보면 도시 발전 미래 청사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여수가 어떻게 될 것이니까 지금은 힘들더라도 여수를 떠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시민이 행복한 여수를 만들자고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여수 출신이니까 여수를 지키고 살자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여수의 정체성을 살리는 일, 여수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청사진, 미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여수 전문가 그룹인 여수시청 공무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서 시민들을 참여시켜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피하기 위해서 즉흥적인 대응이나 사업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행정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입니다. 결과물을 시청로비, 시내 주요 장소에 공개해서 시민 누구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일들을 하는데 시민단체와 대학을 파트너로 인식해서 참여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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