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지금 가려진 조용한 위기 상황입니다”
“여수는 지금 가려진 조용한 위기 상황입니다”
  • 강성훈
  • 승인 2024.03.11 0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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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신문 창간 20주년 특별 대담-1]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
3려통합...박람회 유치...하지만 위기...“정치인은 나몰라라”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대표는 ‘새여수신문’으로 출발했던 남해안신문의 창간 초기부터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대안을 통해 지역사회가 공유해야 할 담론을 제시하면서 남해안신문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1987년 교육민주화운동, 초대 여천교사협의회장과 전교조 여천지회장을 맡아 해직교사 신분으로 재야 운동권에서 사회운동을 했고, ‘여수시민협’ 창립을 주도하며 지역의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다.

이후 2008년에는 시민 중심 인터넷신문 여수넷통을 창간해 시민언론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시민감동연구소에서 지역사회의 여러 현안문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의 미래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남해안신문 창간 20돌을 맞아 한 대표를 만나 지역 언론과 지역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대담은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7년째 여수역사달력을 펴내고, 매일 시민감동연구소 밴드와 블로그에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시민브리핑을 쓰고, 건강을 위해서 거북선공원에서 맨발걷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시민들과 함께 버스를 빌려서 서울촛불집회를 가고, 매주 목요일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 ‘시민이 주인이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여수신문’으로 창간한 남해안신문이 벌써 20년을 맞습니다. 간단한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소에 출근하면 남해안신문에서 살아있는 여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여러 지역 신문과 마찬가지로 남해안신문만의 특징이 있어 같은 내용이어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날그날 여수일정을 보면서 여수의 하루를 설계합니다. 20년을 그래왔듯이 변함없이 하루하루가 귀빠진 것처럼 늘 새롭게 여수의 큰 그림을 채워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대표님께서도 논설위원으로, 독자로 남해안신문 20년 역사에 함께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남해안신문에 대해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면?

창간 때부터 논설위원으로서 신난중일기에 정치 개혁과 세계박람회 유치, 지역 발전을 위해 시론을 쓰던 제가 시민후보가 되어 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남해안신문에서 적극적으로 기사를 써서 시민후보 추천 과정과 활동 내용, 공약을 소개해 주었는데 많은 시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 그동안 시민운동가로서 지역언론의 역사와 함께 해 오셨습니다. 지역언론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남해안신문이 창간하였을 때는 종이 신문으로서 매주 발행을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인터넷신문으로서 비중이 더 커진 것이 지역 신문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여수시민협 상임공동대표를 맡아서 시민운동을 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이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해줄 수 있는 언론이 없어 우리들의 활동이 항상 뒷북을 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때마다 남해안신문이 재빨리 자세하게 보도해줘서 크게 힘을 얻었습니다.

인터넷신문 발행이 장점이 있다면 신속하게 더 많은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디지털시대이지만 종이신문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하루속히 종이신문이 자주 발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은 남해안신문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은 남해안신문

 

-. 다채널 미디어시대 지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1980년대 말에는 한남일보라는 일간지까지 발행되던 여수 언론이었습니다. 그 때에 비해 매체는 많아지고 언론인들이 늘어났지만 지역 언론이 갖는 여론 형성의 비중은 크게 낮아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SNS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역성을 살린 소식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이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실리는 것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지역 뉴스 가치를 높이는데 힘써야 합니다. 주요 독자가 여수시민 또는 여수 관련 인사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수 이야기에 집중해서 발굴해서 보도하는 식의 차별화를 꾀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 언론들이 분야별로 특화해서 보도하고 서로 연대한다면 시민들은 다양하면서도 보다 깊이 있는 기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역 언론 기사 가치가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으면 유튜브 방송과 시민언론 민들레가 구독 회원들이 낸 후원회비로 운영하듯이 재정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 여수의 문제로 돌아 와 대표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먼저 인구감소, 경제력 약화 등 여수의 도시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여수는 지금 가려진 조용한 위기 상황입니다. 40년 넘게 지역활동가로서 항상 지역의 위기를 경고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3려통합에 앞장섰고, 세계박람회 유치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여수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지표상으로 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회의원, 시.도의원, 여수시장 같은 정치인과 공무원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전남 제1 도시를 빼앗겼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 국회의원 선거구 단일화가 거론되었을 때 두 국회의원이 싸우기에 급급하는 모습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제는 막다른 위기로 치닫고 있어 30년 후 인구 소멸위험지역으로 선정되기까지 하였습니다.

1997년부터 석유화학 중심 여수산단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었어도 중국 개발 영향으로 한 때 호황에 취해서 골든타임을 놓쳐 지난해는 대기업의 가동 중단 사태까지 초래했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이 향후 마땅한 대책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여수산단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대체산업 조성 등 경쟁력 강화에 소홀해 온 결과라고 봅니다.

 

-. 도시경쟁력 약화를 부추기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인구감소 문제입니다. 3려 통합 당시 33만에 이르던 인구가 30여 년 만에 27만 여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인구 감소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봅니다. 3려통합 전에 농업과 어업은 경쟁력이 쇠퇴하면서 농어촌 인구가 줄어들었고, 원도심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여수산단은 태생적으로 장치산업인 석유화학 중심이어서 노동집약 산업도 아닙니다. 급격한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자동화로 고용 감소와 기후 환경 문제로 더 이상의 고도성장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먼 거리에다 도로 교통 사정이 나아지면서 인구 유출마저 가속화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겪는 지방 소멸 시대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도시들이 거점을 형성하면서 반도형 도시는 불리한 현실입니다.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 인구감소 원인으로 교육환경과 일자리 문제 등을 꼽고 있습니다. 교육전문가로서 지역교육의 문제가 무엇이며, 교육만족도 제고를 위해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론 명문고 육성 등 교육문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는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여수는 순천과 다르게 인근 지역 우수 학생들이 집중할 수 없고, 여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만날 수밖에 없어 현행 경쟁 위주 입시 정책에는 절대 불리합니다. 고교평준화는 대학 입시에서 정시보다 수시 위주 입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축소를 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여수의 학생들은 강남의 학생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결국에는 다양한 입시 제도의 성격을 살린 대응과 진로 지도를 통해 지역의 불리함을 극복하여야 합니다.

일부 우수 학생의 내 고장 학교 보내기보다 다수 학생의 재능을 살린 맞춤형 교육으로 개별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대안입니다. 인공지능 AI시대, 오픈AI 소라가 등장한 상황에서 지역과 상관없는 스마트 교육이 대세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꼼꼼히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고,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모두가 행복한 학교, 다 다른 학교 만들기에 집중해서 개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이 차선의 방법입니다.

 

-. 또 다른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여수국가산단과 활성화된 관광업, 수산업 등 비슷한 규모의 타 지자체에 비해 산업분야에서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여지는데,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얼핏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먼저 국제적인 여수산단과 3면이 바다인 여수가 일자리를 걱정한다는 것은 다른 도시에서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것입니다. 여수시가 이런 조건에 만족하고 방심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수보다 먼저 산업도시로 성장하여 광역시가 된 울산도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울산이 여수보다 사정이 좋은 것은 똑같은 석유화학산업이 있지만 기계 금속, 자동차, 조선 산업 등 다변화된 산업들로 전체적으로 경제 침체 충격이 덜할 것입니다.

석유화학산업 불황과 침체는 여수 지역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여수시가 행정력을 동원해서 다양한 산업과 최첨단 산업을 유치하여 업종 변경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여수산단이 있는데도 일자리를 걱정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현상입니다.

대기업이 설비 자동화와 경기 악화를 내세워 구조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무조건 고용 인력을 줄인다면 원래 정규 직원이 맡았던 하청과 용역 사업을 원청 고용 회복을 통해서 비정규직을 해소하거나 아니면 하청과 용역 단가를 높여서 비정규직 신분 보장과 대우를 향상시키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높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입니다.

당장에 현장 기술자 채용을 대비하여 입시학원처럼 운영하는 테크니션스쿨을 폐지하고, 여수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한 학생을 우선 채용해서 사내 직업훈련소를 통해 교육시키는 것을 제도화합니다.

엔지니어는 전남대여수캠퍼스 계약학과를 통해 양성한다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 객지로 나갔던 청년들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 산업을 구조 조정하여 고급화 시켜야 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AI 로봇산업 같은 최첨단전략기술산업을 유치하여 양질의 미래형 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 역시 같은 맥락에서 청년 인구 감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수지역 청년인구 감소율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수시 역시 문제 인식을 같이하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대표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청년 인구 감소는 저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구 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못지않게 청년들이 즐기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여수에 살아도 수도권 못지않게 낭만과 열정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스포츠와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시설 이용과 야간 또는 주말 평생교육프로그램 활성화와 동호회 지원 등으로 삶의 질은 높여야 합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학과 다양화와 야간 과정 개설 등으로 학구열을 높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여수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1만원 임대 공공성 사회주택을 많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 정주여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무엇보다 의료환경에 대한 불만족이 높습니다. 최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문제와 맞물려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담론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순천의 경우 ‘공공보건의료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수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라면?

의료시장을 감안하면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수에 대학병원 유치는 불가능합니다.

시장성이 높은 1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 신설과 정착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므로 기존의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소 등 공공의료 시설이 예방 의료 활동과 방문형 진료를 강화해서 원천적으로 질병 발생으로 차단하고, 시민들의 건강 상식을 높여서 운동과 식이요법, 자연치유 등으로 생활습관을 바꿔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춥니다.

10년이 넘게 걸릴 대학병원 신설에 의존하기보다 여수의 모든 병의원들을 대학병원급으로 기능을 세분화해서 전문성을 높이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합니다. 이것은 보건소와 시민들이 어느 병의원이 무슨 분야에서 의술이 뛰어난다는 것을 소문내서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순천 성가롤로병원 환자 절반 이상이 여수시민이라는 소문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과제입니다.

주차장을 늘려서 걷기보다 자동차 이용을 늘리는 정책을 바꿔서 대중교통과 도심에 걷는 시민들이 많게 하는 것이 건강한 여수, 건강한 시민을 만드는 길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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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나 2024-03-11 10:41:53
평생을 시민운동? 정말 인터뷰가 근시안적이다. 머하자 머하자 말은 다하지 분노만 할줄 알고 현실적인 대안제시가 하나도 없네 ai라는데 ai 분야가 수천가지인데 ai산업으로 이야기하면 누가 말을 못하나 보건소에서 방문형 진료를 강화하자는데 의사가 그거 할려고 여수까지 올려나? 말은 정말쉽다 식이요법 자연치유 생활습관에서 정말 빵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