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 정책 대결 실종’ 민주당 여수 경선…불판 갈고 싶어도
‘과열·혼탁, 정책 대결 실종’ 민주당 여수 경선…불판 갈고 싶어도
  • 마재일
  • 승인 2024.03.09 16:3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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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지역 사회 분열·정치 혐오로 몰아넣는 민주당 선거문화 반복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 독점, 경선이 사실상 금배지 결정
​​​​​​​시커메진 불판 넘어 썩은 불판 돼 가는데도 대안 없어 ‘답답’
▲ 여수시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 여수시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4·10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민주당 여수 갑·을 경선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예비후보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갑·을 상황을 보면 기대나 희망보다는 우려와 탄식이 앞선다.

선거 전이 본격화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어김없이 지역 사회가 쪼개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갑을 선거구로 나뉘어 두 국회의원과 진영이 사사건건 대립, 갈등하면서 분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갑·을 그 안에서도 후보 진영 간 또 쪼개진다. 선거 자체가 승자독식 구조여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을 인정한다 해도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책·공약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상대방 깎아내리는데 날을 세우는 양상이다. 경쟁 후보 간 흑색선전·비방전이 과열되면서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갑·을 4명의 예비후보 중 3명이 검사장, 부장검사 출신이다. 법을 위반하는 선거를 해서는 안 되지만, 역대 선거에서 고소·고발로 여수지역 국회의원이 당선무효가 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선거캠프 관계자나 지지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등 유죄를 받아도 선거에 별 영향도 없다.

이들은 또 교묘히 불법 선거를 한다. 교묘한 정치적 흠집 내기와 비난전이 무한 반복되는 행태 되풀이에 개탄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후보는 물론이고 지지자들의 상대 비방과 깎아내리기 등 네거티브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뜩이나 짜증이 나고 실망하는 시민에게 후보들의 무차별적으로 홍보용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정신적 피로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 독점의 지역 선거 구도에서 경선이 사실상 금배지를 결정하는 승부처인 만큼 후보 처지에선 온갖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 혐오와 외면을 불러일으킬 정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후보 검증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 같은 경선 후유증은 선거 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지역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방식이 대부분 권리당원 50%, 일반 유권자 50%를 반하는 ARS 투표로 진행되면서 주민 갈등과 분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더불어민주당 여수시갑 선거구 이용주, 주철현 예비후보,
▲ 더불어민주당 여수시갑 선거구 이용주, 주철현 예비후보,

지역의 대표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는 소통의 장,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는 말은 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고리타분한 얘기로 전락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당원뿐 아니라 매번 지역 사회를 분열과 정치 혐오로 몰아넣는 상황을 만드는 민주당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갑 선거구는 이용주, 주철현 예비후보의 방송토론회가 무산되면서 서로 상대 탓이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을 선거구 김회재, 조계원 두 예비후보의 방송토론회는 누구의 정책과 공약이 더 나았는지에 대한 평가보다는 난데없이 ‘이쁨조’, ‘인간 화환’으로 여성 비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의 선거문화는 좀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잘못해도 몰아주니 시민을 얕보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책 대결은 내팽개치고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는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선거판에서 피해는 누가 보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은 지역 사회의 화합을 저해하고, 선거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구태·악습이다.

여수지역 유권자들이 더 답답해하는 것은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잘 순천과 비교되곤 했다.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이정현, 천하람 같은 인물이 왜 여수에는 없느냐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여수시을 선거구 김회재, 조계원 예비후보,
▲ 더불어민주당 여수시을 선거구 김회재, 조계원 예비후보,

노회찬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토론에서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은 불판을 갈고 싶어도 다른 불판이 준비되지 않거나 이걸 써도 괜찮을까 하는 신뢰 부족 탓에 고기가 시커메지는데도 갈기를 주저하고 있다. 시커메진 불판 정도가 아니고 썩은 불판이 돼 가는데도 말이다. 그러기를 수십 년이다.

인구 27만 붕괴 직전, 지역 경제 침체 등
‘위기, 돌파구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
‘분열 정치’ 그만…정책·비전으로 경쟁하길

여수는 지난해 시 지역임에도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난 2월 말 기준 여수시 인구는 27만 1,098명으로 전년 대비 3,067명이 감소했다. 감소 추세로 봤을 때 6개월 안에 27만 명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고 석유화학 업종 불황으로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진 여수산단과 관광 침체,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환경 변화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 위기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지역 정치인들은 되레 지역을 분열시키는 언행을 일삼고 있고 여수시 전체보다는 갑·을 유불리만 따지는 한심한 상황이다. 수십 년 전의 해묵은 논쟁들은 여전히 현재로 불려와 분열의 망령이 되면서 미래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고 지역을 후퇴시키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책선거’가 구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당, 후보자, 그리고 유권자조차 정책보다는 지지 정당,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후보에 대한 정, 지인 부탁 등을 바탕으로 투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증오와 혐오를 이용한 팬덤 정치가 판을 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인에 대한 극단적인 지지가 건강한 공론장을 파괴하고,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인물이나 정당에 대한 단순 애정만으로 진행되는 선거는 건강한 결과를 낳기 어렵다. 그래서 정책선거가 더 중요해진다.
 

▲ 여수시 전경. (사진=남해안신문 DB)
▲ 여수시 전경. (사진=남해안신문 DB)

이제는 정말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 진흙탕 싸움을 당장 멈추고, 이제라도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책과 인물을 따지지 않고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은 참정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이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폐단이 척결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알면서도 민주당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지역 정치의 한계가 한탄스럽다.

장 자크 루소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선거일 하루만 자유인이고, (유권자는) 선출되자마자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간다”고 했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갑‘이고 선거가 끝나면 곧 ‘을’로 바뀐다는 말이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더불어민주당 여수시 갑·을 선거구 경선이 치러진다. 지역 정치 퇴행을 막으려면 나쁜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유권자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국민의힘, 진보당, 무소속 후보들의 분발을 요구한다.

마재일 기자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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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민 2024-03-12 14:30:59
"공감은 편협하다"
모순된 말 같지만 정치하시는 분들께는 딱 어울리는 말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사명은 뒷전 오로지 기득권 유지에 힘쓰느라 바쁘신데..

시민은 싸움 잘하는 패거리 두목을 원하지 않습니다 낙후된 지역을 미래로 이끌어 줄 리더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만 아니면 정말 투표 안 하고 싶어요

다나 2024-03-10 10:46:24
맞습니다.
민주당이 절대선은 아닙니다.
먹고사는데 관심없는 국회의원후보들은 딴나라 사람들인가요.

이부규 2024-03-09 19:21:50
그렇습니다
미기자님의 여수정치현시대적으로
현실에대하여 적시하여주셧습니다
여수지역에 언제까지.민주당.더블어민주당.민심과주권의생각하는. 현실이 여수해양관광도시 발전에 무엇이 도움이 될까요?
이제는당보다 인물.정책.예산 여수시민에게 존경받는 인물.시민의선택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