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 여수 이목 하수처리시설 이전 난항…무산 가능성도
‘주민 반대’ 여수 이목 하수처리시설 이전 난항…무산 가능성도
  • 마재일
  • 승인 2024.02.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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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학교에 절대 안 돼” 설명회 파행
여수시·롯데건설, 이전 대체 부지 물색키로
적정부지 찾기 쉽지 않아…없던 일 될 수도
예술인촌 옥적초 하수처리시설 공사…입주
​​​​​​​예술인들 “일언반구 없이 진행” 불만·비판
▲ 지난달 30일 이목 공공하수처리장 주민설명회.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달 30일 이목 공공하수처리장 주민설명회. (사진=마재일 기자)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폐교에 공공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이전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와 롯데건설 측이 시설을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대체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어 설치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이목·구미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유일한 공공시설인 학교와 주택 인접에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면서도 사전에 주민 동의를 충분히 받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목·구미마을 주민 131명은 지난달 31일 정기명 여수시장과 김영규 여수시의회 의장에 ‘이목초등학교 하수처리시설 결사반대’ 서명서를 전달했다. 서명서에는 ‘이목초교 부지 내 하수처리시설 설치 반대’와 ‘이목 하수처리시설 사업에 따른 하수 배관 인입 반대’ 의견이 담겼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화양면사무소에서 주민 50여 명과 발주처 여수푸른물(주), 시공사 롯데건설(주), 시 하수도과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확고히 하는 자리였다. 설명회는 주민과 건설사, 여수시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했다. 여수시와 롯데건설 측은 설 직후에 하수처리시설 대체 부지를 검토하는 한편, 주민들에게도 대체 부지 제시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동안 구미마을 국유지 등을 검토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고,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서 주민들도 시설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적절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시 하수도과 관계자는 “그동안 부지를 알아볼 만큼 알아봤는데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빨간색 원안이 공사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폐교인 이목초등학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심선오 작가)
▲ 빨간색 원안이 공사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폐교인 이목초등학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심선오 작가)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이목초교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이목초교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이날 주민설명회는 일부 고성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주민과 롯데건설, 여수시는 서로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공빈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반대추진위원장은 “이목초는 폐교이지만 마을 중심에 자리하고 있고 주변이 주택가이며, 이목마을 유일한 공공시설로 하수처리시설 입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여수시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사업은 관련 법상 주민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해당 공공시설은 주민이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설명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지가 결정된 이후에 사진만을 남기는 주민설명회는 주민 동의를 구하는 설명회가 아니라 롯데건설의 사업 홍보에 불과한 것”이라며 “사업 대상 세대 수 127세대 중 이목마을 30명, 구미마을 10명 만이 참석한 설명회를 주민설명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이 공사 진행 모습을 보고서야 하수처리시설임을 알았다는 것은 여수시와 롯데건설이 깜깜이 행정으로 주민을 속였다는 증거”라면서 “마을 이장과 이목 마을기업 관계자들과 협의했다고 하나, 폐교를 임대 중인 개인사업자와 하수처리시설 부지를 협의했다는 것에 주민들은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폐교 내 마을기업협동조합 측과 협의해서 위치를 선정한 게 아니고 폐교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으니 협의한 것뿐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목마을 정현주 이장은 “2021년 폐교 부지와 구미마을 국유지를 검토했으나 모두 반대 결과가 나오자 결국 주민을 무시하고 이목초로 강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주민 일부만 불러 설명회를 했다”면서 설명회 개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마을엔 아직도 맨손어업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 여수시는 이곳이 시 소유 땅이라는데 여수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행정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후대를 위해 하수처리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조감도. (사진=마재일 기자)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조감도. (사진=마재일 기자)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시공계획도. (사진=마재일 기자)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시공계획도. (사진=마재일 기자)

롯데건설 이재용 소장은 주민들의 이 같은 지적과 우려에 “2022년 12월 구미·이목마을 전임 이장님께 폐교 부지로 확정됐다고 통보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마을 방송을 통해 설명회 개최를 알렸고 이목마을 30여 명, 구미마을 10여 명에게 사업을 설명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이목 하수처리시설 설계가 완료돼 1월 현재 공사 진행률은 20%”라고 밝혔다. 이어 “하수처리시설 사업은 지난 2016년 처음 언급됐고 당시 여수지역 주민 2,3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이 중 이목마을은 73가구가 참여했고 하수처리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민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 소장은 “아쉬운 점은 당시 별말씀이 없어 사업이 진행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또 “창무, 대포, 연도, 거문도 등 23개 마을을 다녔는데 하수처리시설 설치에 흔쾌히 동의했다. 사업 효과로 정화조 처리비용이 가구당 1~5만 원 절감되며 정화조가 사라지면서 악취와 모기가 없어지는 등 환경이 개선된다. 건물 신축공사 시 정화조 설치 비용도 가구당 대략 300~500만 원 정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목‧구미마을의 하수만 처리하지, 다른 마을의 하수는 들어오지 않는다. 이를 바꾸려면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음이나 악취를 차단하는 건축물을 설치하고 필요하면 탈취설비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폐교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지 중 최소면적인 25평만 사용한다. 방류 관로 설치는 주민 협의를 통해 변경할 수 있고 냄새의 주원인인 슬러지는 신월동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운반해 처리하므로 악취 발생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 관료 설치계획. (사진=마재일 기자)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 관료 설치계획.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하수도과 배도선 과장은 수도 요금에 대해 “2023년 8월까지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31개소에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시정 요구가 있어 현재 하수도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정별 5톤을 사용한다 했을 때 1년에 1만 6,000원 정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배 과장은 이어 “약품은 비상시에만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미생물로 처리한다. 학교 부지는 25평만 사용하므로 나머지 부지는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문갑태 여수시의회 의원은 “주민을 위한다는데 주민이 반대하면 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부지를 찾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소장은 “장소를 바꾸는 건 어렵다. 정해진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다”고 답했다.

박영평 여수시의회 해양도시건설위원장은 “절반도 안 되는 주민을 데리고 주민설명회를 한 것과 주택가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설명회도, 최초 입지선정도 모두 잘못됐다. 주민이 반대하면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이후에 공사 중단 시 매몰 비용을 주민들에게 청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피해배상은 하도급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시공계획. (사진=마재일 기자)
▲ 주민들에게 설명한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 시공계획. (사진=마재일 기자)

이민석 이목 하수처리시설 반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공하수처리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목초 부지 내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고 특히 여수시와 롯데건설의 투명하지 못한 사업 추진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하수처리시설이 정작 필요한 곳은 전원마을이 있고 펜션이 들어서고 있는 서연마을인데, 어르신 1~2인 가구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마을 한복판에 있는 유일한 공공시설에,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복지시설도 아닌 하수처리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어느 누가 받아들이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교 옥적초교 하수처리시설 공사도 비판 목소리

화양면 옥적리의 폐교인 옥적초등학교(여수시예술인촌) 운동장에도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인촌은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화양면 옥적초등학교.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화양면 옥적초등학교.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그러나 입주 작가들은 하수처리시설 설치 공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평소 빗물이 자주 고여 정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시와 롯데건설 측은 이목은 폐교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마을기업 측과 협의했지만, 예술인촌에 입주해 있는 작가들과는 소통하지 않았다.

작가들은 “아무리 시 소유라고는 하지만, 예술인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암암리에 공사를 진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예술 관련 시설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게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두고 예술인촌 운영 수탁자 선정을 앞둔 상황이었고, 시 소유의 시설에 입주해 있다 보니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지역 문화예술의 시각이다.
 

▲ 폐교인 옥적초등학교에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폐교인 옥적초등학교에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폐교인 옥적초등학교에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폐교인 옥적초등학교에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수시가 2005년 폐교된 옥적초등학교를 매입해 작가실과 상설전시장인 ‘옥적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총공사비 1,109억 5,300만 원이 투입돼 23개소의 시설을 오는 2025년 6월까지 마무리하는 사업이다. 농어촌지역의 생활하수에 의한 수질오염 방지, 주민 위생환경 개선 등이 주요 목적이다. 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는 민간 투자 제안사업(BTL) 방식이다. 발주처는 여수시, 여수푸른물(주), 시공사는 롯데건설(주)이다.

화양면 지역은 이목리를 포함한 세포, 여산, 옥적, 용주리 등 5개 지역으로 하루 390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관내 23곳 중 화양면 감도‧이천‧오천마을, 화양면 용주리, 돌산 상‧하동마을 등 3곳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 반대로 사업이 무산됐다. 이목 하수처리시설 처리량은 일일 70톤, 오수관로 길이 2.57㎞, 배수 설비 127세대이다. 하수시설은 대지 345㎡(107평), 건축 면적은 82.4㎡(24.8평)이다. 공사비는 32억 원이며, 현재 공정률은 지하 시트파일 및 콘크리트 타설, 관로공사 145m 설치 등 20.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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