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명 여수시장님, 학교에 하수처리시설 결사반대합니다”
“정기명 여수시장님, 학교에 하수처리시설 결사반대합니다”
  • 마재일
  • 승인 2024.01.29 17:4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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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폐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여수시는 적법하게 진행된 사업으로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격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마을에 내걸린 공공하수처리시설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마을에 내걸린 공공하수처리시설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 “의견 수렴‧동의 부족” 이전 촉구
“학교, 상업지역‧주택가‧마을 유일 공공시설”
“복지, 문화, 체육시설 등 활용할 수 있도록”

여수시 “반대 없다가 공사 중인데…황당”
“주민 의견 청취‧동의 필요한 사업 아냐”
“공사 비용 발생‧준공 기한 등 중단 못해”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폐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이목마을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하수처리시설을 지으면서도 사전에 주민 동의를 충분히 받지 않았다며 공사 중단과 함께 이전 촉구 등 결사반대에 나섰다.

29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하수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총공사비 1,109억 5,300만 원을 들여 23개소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오는 2025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농어촌지역의 생활하수에 의한 수질오염 방지 등이 주요 목적이다.

하수 설비는 4,106세대로 2공구인 화양면 지역은 이목리를 포함한 세포, 여산, 옥적, 용주리 등 5개 지역으로 하루 390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관내 23곳 중 화양면 감도‧이천‧오천마을, 화양면 용주리, 돌산 상‧하동마을 등 3곳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 반대로 사업이 무산됐다.

이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는 민간 투자 제안사업(BTL) 방식이다. 발주처는 여수시 여수푸른물(주), 시공사는 롯데건설(주)외 3개사, 감리단은 (주)도화엔지니어링 외 2개사, 협력사는 동일이앤씨(주)이다.

이목마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처리량은 일일 70㎥, 오수관로 길이 2.5㎞, 배수 설비 127세대이다. 하수시설 건축 면적은 대지 345㎡(107평), 건축 면적은 82.4㎡(24.8평)이다. 공사비는 32억 원이며, 현재 공정률은 지하 시트파일 및 콘크리트 타설, 관로공사 117m 설치 등 20.5%이다.
 

▲ 빨간색 원안이 공사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폐교인 이목초등학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심선오 작가)
▲ 빨간색 원안이 공사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폐교인 이목초등학교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심선오 작가)

“주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인 일 처리”

여수시와 이목 하수처리장반대집회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1년 3월 이목초 내 처리시설 부지 사용에 대한 이목‧구미마을 이장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이목초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마을기업협동조합의 반대로 구미마을회관 인근 국유지를 검토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방류수의 어패류 양식장 영향, 이웃 마을의 하수처리 불가 등이 이유였다.

다시 이목초 설치 재검토에 들어간 시는 시 공유재산을 관리하는 회계과가 체험장을 답사한 결과 활용도가 낮다는 의견을 내면서 2022년 10월 13일 폐교는 하수도과로 이관됐다. 시 하수도과는 2022년 10월 25일 정기명 여수시장에 이목초 부지 활용 마을 하수처리시설 사업 추진을 보고했고 다음 달 4일 마을기업협동조합과 현 위치에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데 협의를 끝냈다. 12월 27일 이목마을 주민 30명, 구미마을 주민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목초 사업부지 확정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여수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6일 건축신고 승인, 8월 18일 착공 승인이 났다. 6월 26일 시장과 열린 대화에서 하수처리시설 외 폐교 잔여 부지 활용방안을 요청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 자리에는 마을기업협동조합 관계자, 이목‧구미‧서연마을 이장 등이 참석했다.

12월 1일 학교 건물 일부가 철거되면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일부 주민들은 이때 서야 하수처리시설 공사 사실을 알게 됐다. 폐교 자리에 주민 소득 창출과 복지를 위한 공공시설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웬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목, 구미마을 주민과 이목초 동문회 등 약 200여 명은 폐교 앞에서 여수시의 행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 마을에 내걸린 공공하수처리시설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마을에 내걸린 공공하수처리시설 반대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이목 하수처리장반대집회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여수시 하수도과는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업은 관계 법령상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따른 의견 청취 및 주민 동의 절차를 요하는 시설이 아니며, 주민 편의 사업으로 장기가 협의했고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위치 선정, 인허가 및 착공 상태로 그동안 특별한 반대 민원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수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 의견 청취나 주민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공청회나 설명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어 “이목초가 여수시 소유이다 보니 주민을 무시하고 주민 모르게 회계과에서 하수도과로 이관하고 마을 이장과 마을기업하고만 협의해 추진했다. 마을 이장들 또한 이목 마을기업 이사진”이라며 “이목마을 주민들은 하수처리시설 부지로 선정된 사실을 몰랐고 뒤늦게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알게 돼 학교 부지 내 하수처리장을 반대한 것이다”고 했다. 추진위는 그러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업은 세대가 하수 배관 인입을 찬성해야만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주민 동의가 꼭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전경. 왼쪽부터 구미마을, 이목마을, 서연마을. (사진=심선오 작가)
▲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전경. 왼쪽부터 구미마을, 이목마을, 서연마을. (사진=심선오 작가)

추진위는 특히 “롯데건설이 여수지역에 추진 중인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23개소 중 화양면 감도‧이천‧오천마을, 화양면 용주리, 돌산 상‧하동마을 등 3개소는 주민들 반대로 취소됐다”면서 “이목초가 폐교이고 시 소유라고는 하지만 하수처리시설 입지로 피해야 하는 마을 상업지역이고 주변이 주택가이며, 마을 유일한 공공시설이다. 이목초는 이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여수시는 반성해야 한다. 이목초는 주민들이 기부하고 부역으로 만든 학교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2009년 숙박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교를 매입했으면 사후 활용을 잘해야 하는데도, 개인에게 임대하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하수처리장을 만드는 행태는 이목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정이다”고 맹비난했다.

추진위는 정기명 여수시장에게 “이목마을 주민들은 학교 부지에 하수처리장 설치를 결사반대하며, 학교를 주민의 복지, 문화, 체육시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30일 오전 10시 화양면사무소에서 롯데건설과 여수시,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 이민석 이목 하수처리장반대집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사진=마재일 기자)
▲ 이민석 이목 하수처리장반대집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사진=마재일 기자)

이민석 추진위 사무국장은 “이목리는 천혜의 경관을 가진 곳이다. 특히 마을 중심에 있고 유일한 마을 공공시설에 하수처리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향후 마을이 활성화가 될 경우를 대비한다면 학교에 하수처리시설은 더더욱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이 실버카를 이끌고 운동하기에 마을 앞 도로는 위험하고 학교 평지가 가장 좋다. 바지락 체험 행사와 필요하면 운동장도 개방해 행사를 열고 의료봉사도 하는 그런 공간을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앞바다가 바지락 양식장이다. 화양면에서 유일하게 맨손으로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 그런데 생활오수가 바다로 흘러간다고 하면 어느 누가 바지락을 먹겠나. 여수시 말대로 화학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 인식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주민설명회 개최 이후 1년 가까이 지나서 공사에 들어갔다. 시설 바로 옆에 사는 주민들도 모르고 있었다. 터파기 공사로 지반이 흔들린다는 민원이 생기니 음료수 사 들고 왔다”면서 “주민들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인 일 처리”라고 비판했다.

시, 하수도 요금‧악취 발생 해명 반박

여수시는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사업으로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주민이 원해서 추진한 사업으로 지난 2022년 12월 27일 설명회와 기초 터파기 공사가 끝날 때까지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목 공공하수처리시설의 경우 주민편의 사업으로 마을 대표 및 주민들과 협의, 설명회 등 의견 수렴 과정 이후에 위치를 선정하고 착공한 것으로, 그동안 특별한 반대 민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업은 관계 법령상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따른 의견 청취 및 주민 동의 절차를 요하는 시설이 아니라고 했다.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이목초교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이목초교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시는 과도한 폐교 사용 및 하수도 요금, 악취 발생 등 주장에 대해서는 “총 부지면적 5,685㎡ 대비 6.2% 사용(대지 345㎡, 건축 82.4㎡)으로 최소 공간만 사용해 향후 주민 소득사업 등 부지 활용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하수처리시설 설치 시 숙박시설 등 폐교 부지 활용이 용이할 수 있으며, 활용 계획 확정 시 하수시설 외 필지 분할 이관 등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하수도 요금은 처리시설 개시 후 하수처리시설 연결 가구를 대상으로 부과되며, 개인 정화조 처리비용보다 경제적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악취 우려에 대해서는 공법상 건조 공정이 없고 상부 구조물을 설치한 폐쇄된 시설물로 악취 발생 우려가 없으나 주민 우려를 고려해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수시 하수도과 주원평 팀장은 “현재 관내에서 31개 하수처리시설이 운영 중인데 악취 민원은 거의 없다. 화동리의 식당 옆 하수처리시설은 오래된 시설인데도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한 번도 접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화학 처리된 방류수가 해안으로 흘러가면 오염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화학약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공법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주 팀장은 또 “폐교 내 마을기업협동조합 측과 협의해서 위치를 선정한 게 아니고 폐교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으니 협의한 것뿐이다”고 했다.
 

▲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전경. (사진=심선오 작가)
▲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전경. (사진=심선오 작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반대했다면 주민을 설득하거나 위치를 옮긴다든지 방안을 검토했을 것이다. 23곳 중 주민이 반대해 3곳은 결국 못했다. 의견을 충분히 수렴 안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황당하다. 반대하는 분들만 모르는 것이지, 주민설명회도 하고 전임 이장님에게 공사 착공한다고 안내도 했다”고 반박했다.

주 팀장은 이어 “23개소 수천 가구에 이르는데,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주민 대표들하고 위치 등을 의논한다. 처음부터 반대하면 다른 곳을 물색한다. 주민들이 땅을 잘 내놓지 않기 때문에 국유지나 시유지 등을 우선 검토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임의대로 정한 게 아니다. 이장님 등 주민 대표성을 가진 분들과 협의했고 동의해서 추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은 롯데건설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하수처리시설 위치를 초등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수시는 공사 비용이 발생했고 준공 기한 등으로 중단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당분간 양측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물론 이목초 동문회까지 반대에 동참하고 나서 사태가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생활오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면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정화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갑태 여수시의원은 “주민들이 반대하면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마을로 옮기면 또 반대 의견이 나오기 때문에 마을 내에서 최대한 다른 부지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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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2024-01-31 11:02:54
주민 100명 사는 어촌에 48억 하수처리시설을?
건너마을엔 시드프랑스도 있고 팬션도 많이 들어오던데 왜 그곳에 짓지않고 카페하나 없는 이목에 짓나요? 정기명 시장님 말씀을 하세요

돼지 2024-01-29 20:57:36
생각좀하고삽시다

여수사랑 2024-01-29 18:37:17
정기명 ㅠ 미침

여수 2024-01-29 18:07:55
개념이없는거 아닌가묘?
시장님집 앞에다 하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