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장애인‧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 마재일
  • 승인 2023.12.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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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주제 첫 여수장애인권영화제 열려
​​​​​​​차별 없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메시지
▲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함께 하는 마림바 연주. (사진=마재일 기자)
▲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함께 하는 마림바 연주. (사진=마재일 기자)

장애인의 삶도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때론 더 고달프고 불편하지만, 장애가 있어도 다들 자기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차별 없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함께 외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장애 인권 영화제가 여수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번 영화제는 ‘공감’을 주제로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성산공원 무대에서 진행됐다. 가을비로 다소 쌀쌀했지만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이날 시각장애의 다양성을 다룬 한지민 주연의 <두 개의 빛: 릴루미노>, 장애 인권영화 <은덕>, 통합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다룬 독립영화 <봄이 오면>, 라르쉬센터 장애인극단 익투스가 직접 제작한 <머그샷>, 권리 중심사업팀이 제작한 영상 등이 상영됐다.

영화 상영과 함께 마림바 연주, 유재훈 씨의 노래, 인권발표문 낭독, 먹거리 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 <은덕>의 이재현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최무경 전남도의원, 김유화 여수시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이수남 여천동장 등이 축사했다.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장 이명주)가 주최한 영화제는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지원했다. 센터 후원금과 여천동주민센터, 여천제일교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리기획 등이 후원했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명주 센터장(38)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이명주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사진=마재일 기자)
▲ 이명주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사진=마재일 기자)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하는 일은.

2018년 설립돼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주요 사업은 장애인 권익 보호, 동료 상담, 탈시설 자립 지원, 자립생활 훈련, 정보 제공 등 장애인이 주체가 돼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애 인권 영화제가 여수에서는 처음이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캠페인, 인식개선 교육, 모니터링, 권익옹호 활동 등 많은 일을 해왔지만, 지역사회에 두루 알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현장에서는 단순 교육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부산, 경기 등 주로 수도권에서 열리는 장애 인권 영화제를 우리 여수에서도 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추진하게 됐다. 준비는 몇 년 전부터 했는데 코로나로 중단했다. 다행히 코로나가 완화하면서 장애인들이 “우리가 직접 한 번 해보자”하고 준비했다.

영화제 예산은 적은데 저작권과 비용 문제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영화제 취지를 이해해 줘서 무료로 지원받거나 1회 상영권을 사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첫발을 뗐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주제가 ‘공존’이다.

지구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인간도 그중 한 존재일 뿐이다. 철저한 약육강식 속에서도 동물과 식물은 조절과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서로가 다르지만, 어우러져 존재한다. 인간도 자연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 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공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각자도생의 사회가 돼 가면서 공동체가 해체되는 느낌이다. 그럴수록 장애인은 더 밀려나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불편하겠지만, 이들이 왜 싸울 수밖에 없는지 왜라는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 다큐멘터리 영화 '은덕'의 주인공 김은덕 씨. (사진=마재일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은덕'의 주인공 김은덕 씨. (사진=마재일 기자)

상영작은 어떤 작품인가.

<머그샷>은 지난 2021년 우리 센터 장애인극단 익투스가 제작한 영상이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출연해 자기가 살아오면서 따돌림을 당하는 과정을 짧은 영상에 담았다. 영화 <은덕>은 평범하게 살아온 한 가장의 삶이 은퇴 이후 취미로 원예를 만나면서 장애인들과의 조우를 통해 제2의 인생을 맞는다. 비장애인이 식물을 장치로 장애인의 세상을 본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독립영화 <봄이 오면>은 자폐성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과 학교생활을 하는 이야기이다. 7만 명의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일반 학교 진학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통합교육의 현장은 그냥 데려다 앉혀 놓는 물리적 통합 수준이다. 교육의 질을 높인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통합교육 필요성의 공감대가 부족한 것도 이유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멀쩡한 애들도 제대로 수업이 안 되는 판인데 장애인 교육까지 신경을 쓰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장애학생과 학부모 처지에서는 학교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과 높은 벽들은 혼자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인식 변화부터 시스템 변화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합교육의 현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통합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통합교육은 장애인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두 개의 빛 :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남녀가 사진을 완성해가며 서로의 마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이야기다. 배우 한지민이 시각장애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소와 당찬 모습으로 살아가는 아로마 테라피스트 ‘수영’ 역을, 배우 박형식은 차츰 시력을 잃어가는 피아노 조율사 ‘인수’ 역을 각각 맡았다. 삼성전자가 저시력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만든 VR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읊은 ‘인권 발표’, 직접 지은 시를 발표한 장애인,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래, 영화제작부터 사회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당사자인 장애인들이 제작하고 참여했다. 장애인들이 객이 아닌 주인으로 참여한 것이다. 우리도 같은 여수시민으로서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은덕' 이재현 감독이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은덕' 이재현 감독이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장애인들에게 여수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우수한 장애인 정책을 펴는 도시에 비하면 많이 뒤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 주거권, 노동권, 문화 활동,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서는 먼저 노동권이 중요하다. 여수는 국가산단이 있지만 장애인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 이동권도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장애인이 2시간 이상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린다.

관광도시라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관광하기에는 차량 등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바우처 택시는 비장애인들과 경쟁해야 한다. 바우처 택시는 평소 일반 택시 영업하다가 장애인·임산부·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차량을 요청하면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다. 서울 등 일부 도시는 관광센터에서 버스나 소형 차량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 준다. 순천시만 해도 장애인 콜택시를 관광객들이 예약하면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장애인활동지원사가 꼭 필요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은 구하기가 어렵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권리중심사업팀이 제작한 영상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권리중심사업팀이 제작한 영상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권리중심사업팀이 제작한 영상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권리중심사업팀이 제작한 영상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은.

센터의 권리 중심사업팀이 8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장애를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중증장애인들이 1년 계약직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일하고 70만 원 정도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인 탈시설 최중증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 여성을 우선 채용한다.

중증의 경우 출근하는 데만 하루 에너지를 다 쓴다. 이것도 노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1년짜리 사업인데 12월이면 끝난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현 정부가 이 사업을 축소하려고 한다. 전남은 지난해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예술’, ‘장애 인식개선’, ‘장애 권익옹호’ 등의 직무에서 올해 총 93명, 여수에서는 17명이 일하고 있다.

여수시민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센터가 중증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이룰 수 없다. 시민의 관심과 응원, 행정과 정치의 지원이 절실하다. 새로운 정책 발굴도 중요하지만, 있는 정책을 제대로 실현해 장애인들의 삶이 나아지는 게 더 중요하다. 정책을 성과·효율성 위주로 하다 보면 장애인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삶 그게 공존 아닐까.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여수시민으로 함께 사는 이웃이다.

 

▲ 어릴 때 자폐성 장애 3급을 받았고, 학교 재학 중 따돌림 등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유재훈  씨.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어릴 때 자폐성 장애 3급을 받았고, 학교 재학 중 따돌림 등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유재훈 씨.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독립영화 '봄이 오면'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독립영화 '봄이 오면'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장애인극단 익투스가 제작한 '머그샷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 장애인극단 익투스가 제작한 '머그샷 스틸컷.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장애인권영화제에서 인권발표문을 낭독하는 진혜란 씨.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장애인권영화제에서 인권발표문을 낭독하는 진혜란 씨.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장애인권영화제에서 인권발표문을 낭독하는 오대근 씨.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장애인권영화제에서 인권발표문을 낭독하는 오대근 씨.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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