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부엌'이라 불렸던 오사카
'천하의 부엌'이라 불렸던 오사카
  • 오문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2.0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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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일본여행기2] '국화와 칼'의 나라 일본
▲ 돈카스, 꼬치요리, 생선회 등의 서민적인 음식점과 술집이 즐비한 신세카이의 어느 식당 간판
‘교토는 입어서 망하고, 오사카는 먹어서 망한다’는 말처럼, 오사카는 일찍부터 산해진미와 음식솜씨를 자랑했다. 본격적 탐색을 위해 지도와 안내서를 들고 오늘 일정에 대한 세밀한 계획에 들어갔다. 아침을 먹으려는데 보여줄 것이 있으니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24시간 영업하는 식당 체인점의 하나인데 깨끗하고 훌륭한 레스토랑같이 분위기가 밝고 따뜻하다. 벽과 천장은 주황색 톤으로 사방에 유리창이 있어 자연채광으로 쾌적하다. 1층은 주차장이며 2층은 식당이다. 메뉴는 94개나 되지만 가벼운 음식, 그릴류, 정식, 탕, 면, 작은 케이크류, 튀김과 드라이 진 정도의 알콜 음료를 아침 점심 저녁때마다 A, B, C로 구분하여 주문을 받는다.

또한 음료와 커피는 셀프서비스로 가져다 먹기 때문에 봉사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주방에는 3명의 아주머니가 음식 장만과 서비스까지 겸하기 때문에 운영비가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 덴포잔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유명한 모찌가게 - 오른쪽에는 TV와 잡지에 게재된 가게 소개 사진들을 걸어 두고 있다.
오사카 히라노 지역의 번화가가 아닌 지역에서 가게세 부담도 덜고, 지저분한 형태가 아닌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틈새시장을 잘 파고 들었다는 느낌이다.

이삼옥씨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먹고 살기 힘든 한국을 떠나 일본에 계시는 큰 아버지 밑에서 공부를 하며 사업을 배우기 위해 목포를 떠났다.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큰 아버지 사업을 도우며 오사카의 음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몇 개의 식당을 소유한 그는 한때 한국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신메뉴 개발 정보를 얻기 위해 미국, 영국,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을 방문하여 음식문화를 연구 개발했다.

동종 업계의 다른 사람들과 견학 갔을 때 새로운 메뉴를 보고 메뉴판을 요구하면 전부 거절하자 할 수 없이 메뉴판을 숨겨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소스를 만들었다. 개발한 소스는 부인 외에는 가족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을 정도의 장인 기질을 소유했다.

▲ 통천각 바로 밑의 유명한 튀김 전문점인 '오뚜기 식당' - 날씨가 추워 비닐로 바람막이를 한 속에서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혼자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다. 비가 오기 때문에 우산을 들고 만일을 대비해 우의와 장갑을 담은 가방을 메고 지하철 노선도를 들고 엊저녁에 보아둔 길을 따라 ‘가미’역을 출발해 목적지인 ‘시텐노지’를 향했다.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우리나라 백제 불교의 영향을 받아 쇼토쿠태자(聖德太子)에 의해 일본 최초로 세워진 사찰이다. 6세기 중엽 일본에 전해진 불교는 여러 호족들의 지지를 얻어 마침내 쇼토쿠태자가 불교장려책을 쓰게 됨으로써 공식적인 지위를 굳혔다.

통치 목적으로 인정된 불교는 배척을 당하기도 했지만 현재 7만 5천개의 절과 8천만명의 신도를 갖고 있다. 불교에서는 스스로 진리를 자각하고 깨달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신이 없고 증오와 관용으로 평등을 강조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국화와 칼>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인의 특질을 집단주의·의리·수치의 문화라는 개념으로 규정지었는데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전쟁을 좋아하는 이중성을 그렸다.

▲ 시텐노지(사천왕사)의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는 배낭여행 대학생들
도덕적 기준을 죄의 내면적 자각에 두고 자신을 다스려 가는 서구의 문화에 대해, 일본의 문화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타인의 비판을 기준으로 삼는 하지(恥: 수치, 부끄러움)의 문화라고 규정했다. (단국대 정형교수의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일본어를 못해서 지하철 안내방송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오늘따라 영어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다. 화장하고 있는 옆자리의 아가씨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시텐노지(천왕사) 역을 물었더니 여기서 내리란다.

개찰구를 향해 내려가는 동안 벽에 써진 한자 문구를 보며 약간 이상했지만 열차는 이미 떠나버렸고 도리가 없어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다음역이란다. 일본어를 모르는 내가 죄지 영어를 알지 못한 아가씨를 탓할 수는 없었다.

30분쯤 기다려 목적지인 천왕사역에서 내려 짐작이 가는 길을 따라 가면서 입구를 물었다. 여행지에서는 헛걸음을 하는 것보단 확인하는 게 최고다. 빙 둘러쳐진 울타리를 한참이나 걸어 왔는데 30대쯤 보이는 중년 신사는 되돌아가라는 눈치다.

“땡큐”를 연발하며 되돌아가 아무리 찾아봐도 정문이 없어 돌아다니다 조그만 호텔 프런트를 찾았다. 그래도 호텔이니까 최소한 영어는 알아들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던 말은 오직 ‘게이트’를 “게이또”라고 발음하며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라는 눈치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오사카의 상징 오사카 천수각
출발부터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1시간 반은 허탕을 치며 돌아다녔다. 출입구에 가니 학생들 셋이서 얘기를 하는데 한국 대학생들이다. 한 달 후면 군에 입대 한다는 무역학과 대학생과 친구들을 만나 같이 행동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젊은 학생들은 정보에 뛰어나고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했다니까 웬만한 일본어는 대화가 통하고 심심치 않았다. 말로만 들었던 일본식 정원은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이나 유럽의 조경양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규모가 작고 아담하지만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가꾸며 자연 속에 있는 돌과 물 흙을 그대로 옮겨와 주위와 조화시킨다. 서양의 자연관은 자연보다 우월한, 혹은 자연과 대립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관리의 대상이지만 일본의 자연관은 하나의 가족과 같이 자연의 일부를 이룬다.

▲ 오사카성 뒤편의 자살기념비 - 왼쪽에 지장보살상과 신성한 장소임을 나타내는 시메나와가 도리이에 걸려 있다
일본은 화산폭발, 태풍, 해일, 폭설 등의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오래 동안 쌓아왔던 역사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의 한계를 절감해야하는 국가다. 공포속에서 무상과 체념, 인내와 변화를 수용하고 그 고독에 몸을 맡기는 실존적 고독감을 느끼는 일본 불교 특유의 우주관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정원양식이다.

다음 목적지는 16세기 말 조선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통해 우리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오사카성이다. 여수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격전지와 역사적 유적에 관심이 많던 나는 악연의 끈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배를 타고 16시간을 선택한 것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고 싶은 연유이기도 하다. 조선을 정복하자며 출정했던 길과 패배로 돌아왔던 길은 어떤 길이며 일본의 산하는 어떻게 생겼을까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 깊이 9m, 수량 5,400t의 세계 최대규모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고래상어 주위를 따라 다니는 고기들
전국의 수많은 무사단이 개입한 춘추전국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건설됐을 오사카성은 돌담과 호리(성을 보호하기 위해 파놓은 수로로 일명 해자)가 유명하다. 도쿠가와가 각 다이묘들에게 비용을 분담하여 완성시켰다.

다이묘들은 장군에게 충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멀리 떨어진 긴기 지방에서 거대한 바위를 모아 이곳으로 운반했는데 입구의 사쿠라몬(정문) 근처에 있는 바위 중 큰 것은 60㎡에 무게가 130톤이나 되는 것도 있으니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사카성의 상징인 천수각 뒤편으로 돌아가면 자살기념비가 있다.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전쟁에서 패하거나 주군을 위해서 서슴지 않고 자살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기념하는 비석으로 지장보살상과 신사가 있다. 생각보다 빨리 성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함께 오사카 국제항이 있어 시의 현관으로 여기는 덴포잔으로 향했다.

▲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 운항한 산타마리아호를 재현한 관광유람선
덴포잔은 일본에서 가장 낮은 산(높이 4.5m)으로 인공으로 만들어진 산이다. 300년 전 아지가와 강과 시리나시가와 강 사이에 생성된 작은 삼각주에 불과한 이 지역이 일본 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하고, 강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토사로 선박의 왕래가 불편하자 토사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덴포잔은 당시 쌓아놓은 토사를 말하는 것으로 당시의 연호인 ‘덴포(天保)’에서 유래됐다.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구성한 이 지역은 세계최대규모의 대형수족관인 가이유칸과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인 산토리 뮤지엄 및 쇼핑의 명소인 덴포잔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가이아칸의 테마는 제임스 러브록이 제창한 ‘가이아 가설’에 기초한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와 그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가이유칸을 돌아보면 자연환경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엄함,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깊이 9m, 수량 5400t의 세계 최대급 거대 수조에서는 고래상어와 대형 유람어가 유유자적하며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또한 기기묘묘한 해파리들이 조명과 아름다운 음향속에 천천히 바다를 떠다니는 환상적인 모습에 여성관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한 쓰텐카쿠 통천각으로 높이 103m이며 영화속에 자주 등장한다. 주변에는 서민들의 먹거리와 술집이 밀집해 있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자 학생들의 숙소가 있고 먹거리로 유명한 신세카이로 되돌아왔다. 신세카이(新世界) 지역은 지금도 옛 오사카의 운치가 살아있는 지역이다. 돈가스, 꼬치요리, 회덮밥 등 온갖 음식집과 술집이 밀집해 있다.

신세카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쓰텐가구 통천각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모방하여 만든 탑으로 밑에는 다르마(오뚜기)라는 유명한 가게가 있다. 꼬치를 빵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긴 가게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느낀 생각이다. 오사카에서 음식 자랑하지 말자.


덧붙이는 글 / U포터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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