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속에 울려 퍼진 헝가리안 댄스
설원 속에 울려 퍼진 헝가리안 댄스
  • 방현숙 시민기자
  • 승인 2007.03.31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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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 유럽공연기4]
벨라홀, 성악가 조수미·고 백남준씨 이어 우리나라 사람으로 세번째 공연

연주여행을 준비하고 출발하면서 가장 많이 걱정 했던 것은 날씨였다. 동유럽은 굉장히 춥다는 얘기를 듣고 두꺼운 옷들을 많이 가져갔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멋을 낼 수 없어서 유감이었다. 폴란드 연주를 성황리에 마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길은 험한 고갯길이었다.

▲ 지난 1월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벨라바르톡 내셔녈 콘서트홀에서 여도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이 공연장은 우리나라 사람 중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씨에게만 허용됐건 곳이다.
눈으로 보기엔 완만한 경사인데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지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출발할 때에는 비가 내리던 날씨가 국경을 통과하자 눈으로 변했다. 고원 지대에 다달았을 때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졌다.

눈 구경하기 힘든 여수에서 온 우리는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마냥 신이 났다. 차창 밖으론 황홀한 설경이 펼쳐졌다. 함박눈을 가지마다 솜이불처럼 덮고 있는 삼나무들이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어디선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사슴마차를 타로 타고 나올 것만 같았다. 휴게실도 별로 없고 주위는 온통 스키장 천지였다. 아름다운 설경도 잠시, 함박눈은 계속 쏟아져 내리고, 도로는 얼어붙고, 차는 막히고, 우리는 꼼짝없이 눈 속에 갇히고 말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힘들고 지루한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운전기사들이 좋은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다녔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등 주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일생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거나 유럽 여러 나라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내용들이었다.

우리 어린이들이 순회연주단이라는 것을 알고 맞춤형으로 준비한 것 같았다. 관광회사의 세심한 배려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유럽의 관광버스 기사들에게서는 배울 것이 많았다. 절대로 과속을 하지 않는다.

신호를 철저히 지킴은 물론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하루에 9시간 이상의 운행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고 특별한 경우 조금 늦게 숙소에 들어가면 그 이튿날 출발시각을 늦춰서라도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우리 어린이들 공연장을 매 번 찾아와서 함께 감상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다. 길고 긴 9시간의 설원속의 대장정을 끝내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 오전은 부다페스트 관광을 하였다.

어부의 요새, 영웅광장, 바실리카 대성당, 겔리어트 언덕 등을 돌아보았다. 하나같이 민족적인 영웅들과 종교적인 성인들을 기리는 조각품과 건축물,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부러웠다. 점심을 마치고 공연장에 도착한 우리는 공연장을 보는 순간 눈보라를 헤치고 온 힘들고 지친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우리 어린이들이 연주할 부다페스트 “Bela Bartok Concert Hall"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른 대단한 공연장이라고 한다.

최첨단 시설 및 내부 구조의 아름다움이 우리 일행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 홀은 정통 클래식 공연장으로 클래식 연주자라면 누구나 이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이다.

넓은 연주 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마이크, 미로와 같은 복도와 계단 곳곳에 연주 실황을 볼 수 있는 모니터, 정복 차림을 한 보디가드 같은 안내요원들. 우리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어린이 오케스트라임을 실감나게 하기에 손색없는 연주 홀이었다.

이 홀에 선 우리나라 음악가로는 성악가 조수미와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씨 밖에 없다는데 우리 어린이들 110명이 세 번째로 무대에 서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5층 규모의 거대한 공연장은 1000여 명의 관객으로 거의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분위기에 취한 듯 우리 어린이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연주솜씨를 보여주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을 시작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우리 연주단이 비제의 파랑돌을 끝으로 연주하자 관객들이 앵콜을 연호하며 기차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관객 속에 앉아 있던 교민들의 두 볼에도 눈물이 흘렀다. 앵콜곡으론 헝가리안 댄스를 연주했다. 헝가리안 댄스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사람도 많았다. 코끝이 ‘찌~~~잉’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앵콜곡을 3곡이나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박수를 보내며 자리를 뜨지 않는 헝가리 관객들. 어쩔 수 없어서 지휘자 김문 교감이 악장을 데리고 나가고서야 연주회를 끝낼 수 있었다. 두 시간 예정의 연주회가 무려 3시간 가까이나 걸렸다.

연주를 끝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은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고 자신감과 긍지가 풀꽃처럼 피어났다. 음악을 통한 마음의 교류와 기쁨이 피함도 잊게 했으리라. 리셉션 장은 5층에 있었다. 각국의 외교사절들, 음악단체 관계자들, 교민단체 임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합통신 기자가 찾아왔다. 유럽에서 허다한 공연을 보았지만 이렇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연주회는 우리 어린이들이 처음이라고 했다. 연주회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 우리 어린이들, 모두 다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간식들도 무릎위에 올려놓고, 키보다도 더 큰 악기들을 포옹하듯 껴안고...... 그래 부디 좋은 꿈 꾸거라. 귀여운 천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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