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안중에 역사는 없다
전남도 안중에 역사는 없다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6.09.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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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명랑해전 승전 현창사업 논란
   
▲ 올 해 열린 진남제에서 재현한 진남관 둑제. 이순신 장군의 출진의 제를 지냈다.
도, 좌수영 성역화 위해 141억 투자

전남도는 명랑해전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과 도내 이순신 관련 유적지 복원을 통해 전라우수영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명량대첩 승전 현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현창사업은 올해 부터 2011년까지 5년동안 141억원을 들여 전라우수영 복원과 체험형 거북선 건조, 판옥선 제작, 명랑해전 기념관 건립, 총통 및 신기전 발사 시연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번 사업에 투자되는 예산은 실물 1.25배 크기의 체험형 거북선 제조에 40억, 거북선 전용부두 25억, 계류바지 10억, 명량해전 기념관 건립 40억, 판옥선 복원 25억, 총통 및 신기전 발산 시연 1억 등이다.

임란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이었고, 거북선을 제작했던 여수를 비롯한 전라좌수영 지역민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그러한 사업내용과 규모로 추진된다.
전남도는 특히 명랑대첩제 축제를 신설해 전국적인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제작될 거북선과 판옥선이 임란당시 뱃길을 따라 운항하는 등 사업이 일정정도 가시화 되면 이 축제를 도에서 주관해 해남과 진도지역과 함께 공동개최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라 우수영을 비롯해 좌수영의 유적지를 우선 순위를 정해 재원확보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복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명량대첩 유적지를 우선 복원한다는 명확한 입장도 가지고 있다.

물론 좌수영지역의 여수의 좌수영 성이나, 순천의 왜성 등 유적에 대한 복원 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예산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로인해 전남도가 임란과 관련한 마지막 사업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하는 이 현창사업은 역사성 결여와 왜곡, 편향만 있다는 전남동부권 지역민들로 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는 없고 지역갈등’만 남아

전남도는 이 현창사업 최종보고회를 지난달 24일 갖고 22개 시.군 문화 관련과에 이 사업이 이순신과 관련된 관광자원화의 마지막 사업임을 강조해 통보했다. 이 사업외에는 임란과 관련 어떤 사업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남동부권 지역민들은 분노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결국 전남도의 편향된 행정이 동부권과 사부권을 갈라 놓는 지역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동부권의 정치권과 학술단체, 시민·사회단체는 이 기회에 전라 좌수영성역화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집단적인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남도는 여수시를 비롯한 동부권 자치단체에 이 사업에 대한 반감을 자제시켜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거북선 제작과 관련해 여수시민들의 감정은 격화된 상태다.

전남도는 "거북선은 단순한 관광객 유치 목적이다"며 "이 사업에 가시적 성과가 나면 단계적으로 동부권으로까지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명량대첩은 이순신이 칠천량 전투에서 대패한 후 1597년 9월 16일 왜선 133척이 어란포를 떠나 명량으로 공격해오자, 12척의 전선과 군사를 정비해 왜선 31척을 무찔러 다시 해상권을 회복한 해전으로 거북선이 참전하지 않은 전투였다.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았던 전투를 조명하며 거북선 제작에 40억을 들인다는 것에 전라좌수영 지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남도가 사업이 성공한면 전남동부권까지 거북선의 운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지만 도가 발표한 최종용역보고서에는 그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용역보고서의 거북선 운항 방안에 따르면 항로는 3가지 정도다.

1안은 목포-고하도-명량수로, 2안은 우수영-명량수로-벽파진, 3안은 회령도-고금도-장도-벽파진-명량수로-우수영-고하도-목포 등이다.

전남도의 이러한 설득은 박준영도지사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임기응변으로 밖에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호국충절…뒷북행정에 구호로만 남아

여수시는 매번 임진왜란, 이순신, 거북선과 관련된 사업에서 다른 자치단체에 밀려 시민들로 부터 '뒷 북 행정만 펼친다'는 지적을 무수하게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울시와 통영시이 실물크기로 한강 이촌지구에 복원·전시됐던 거북선을 통영 한산도로 옮기면서 여수시는 지역민들로 부터 호된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소식을 접했던 시민들은 "거북선 탄생의 고장인 여수는 정작 뒷짐만 지고 바라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며 "여수의 정신을 빼앗겨 버린 듯 해 씁쓸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시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실물 60%크기의 거북선 3척 제작에 6억여원을 들여 중앙동 로타리와 공항, 율촌 삼경주유소 부근에 배치를 발표해 다시 한번 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남도가 최종 용역보고회를 발표할때 까지 어떻게 손놓고 기다리고만 있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함에도 시는 이번 사업이 도에서 추진하는 것이라 강력한 항의한번 하지 못하고 심지어 전남도가 좌수영까지 포함해서 같이 추진하기로 했다는 말만 대변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탄생시킨 고장, 이순신의 충과 효가 살아 있는 호국충절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와함께 임진왜란 관련 유적복원 사업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거북선을 건조했던 선소복원화 사업은 98년 용역을 발주하며 출발을 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 또한 이충무공자당 기거지 복원도 마찮가지다.

이런 여수시의 뒷북행정에 대해 향토사학자 김병호교사는 "자치단체의 무관심이 이순신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다른 자치단체에 뺏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KBS가 방영했던 불멸의 이순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라좌수영이 전북 부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강의 거북선이 여수가 아닌 통영으로 간 것과 전쟁터일 뿐인 한산대첩과 명량대첩이 이제는 전국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여수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여수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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