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도 있는데 여수시의회엔 없는 것
초등학교에도 있는데 여수시의회엔 없는 것
  • 마재일
  • 승인 2024.03.27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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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상임위 등 ‘지각·조퇴’ 출석 인정 규정 없어…신뢰 떨어뜨려
​​​​​​​학교, 지각‧조퇴‧휴대전화 규정 有…지각‧출튀 빈발 막을 대책 필요
▲ 지각하고 중간에 나간 의원은 누구일까. 지난 15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열리기 전 본회의장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지각하고 중간에 나간 의원은 누구일까. 지난 15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열리기 전 본회의장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회의장에 1분만 있어도 ‘출석 체크’ 인정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 지킨 의원은 뭐?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지각하거나 출석만 하고 자리를 뜨는 이른바 ‘출튀’하는 여수시의원들로 인해 시의회 전체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에도 있는 지각‧조퇴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의원들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기준마저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출튀’는 출석만 하고 튀다의 줄임말로 출석 체크만 한 뒤 중간에 몰래 나가는 행위를 말한다.

여수시의원들은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 행정 사무감사·조사, 시정질문 등을 통한 행정 견제·감시, 5분 발언, 지역구 활동 등 다양한 의정활동은 펼친다. 이에 못지않게 의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회의에 참석했느냐’도 중요하다. 본회의, 상임위 등 각종 회의 등에서 출석과 결석, 지각, 조퇴 여부는 성실성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입법 활동과 의사결정은 상임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이뤄지는데 본회의와 상임위에 불참한다는 것은 학생이 학교에, 회사원이 직장에 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각이나 조퇴의 무게도 절대 가볍지 않다. 회사나 학교는 업무와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각이나 조퇴 관련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시의원은 주민을 위해 대신 일하도록 선출된 정무직 공무원이다. 여수시의회의 연간 회의 총일수는 정례회와 임시회를 합해 120일 이내이다. 일반 공무원처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 등에서 본인의 부재를 증명해야 한다. 의원은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 의무를 지니고 있고 시민 눈높이에 맞게, 밀도 있는 회의 분위기를 만들 의무도 있다. 여수시의회는 출석률을 공개하지 않아 의원들이 얼마나 성실히 회의에 참석했는지 시민은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지각이나 조퇴 개념도 없다. 사실상 의정활동 성실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지표가 부실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 15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 (사진=여수시의회)
▲ 지난 15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취재를 종합해보면 출석률은 회의 중 한 번이라도 자리에 다녀가면 출석으로 기록된다. 지각이나 중간에 퇴장해 들어오지 않아도 회의장에 1분만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원과 똑같이 ‘출석 체크’가 되는 불공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지각이나 출석만 하고 나가는 ‘출튀’ 의원이 있어도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이 없다. 개회할 때와 폐회할 때 실제 자리에 줄곧 앉아있었는지, 중간에 자리를 비우지 않았는지를 봐야 한다. 출석률뿐만 아니라 재석률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시의회는 재석률은 기록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15일과 20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개회식과 폐회식을 지켜보니 오후 2시에 개회했으나 A 의원은 오후 2시 36분에 출석했다. A 의원은 폐회식 날에도 2시 42분에 출석했다. B 의원은 폐회식 날 2시 27분 본회의장을 나갔지만 3시 5분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A 의원은 “민원이 있어 늦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회의 결과를 보고하거나 5분 발언할 때 휴대전화를 보는 의원도 여럿 있었다. 분명 본회의에 참석 중인데도 C 의원 명의로 본 기자의 휴대전화에 본회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의 문자가 오기도 했다.

학생, 지각·조퇴‧휴대전화 규정 어기면 불이익

여수시 관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지각, 조퇴, 휴대전화 관련 규정을 살펴봤다.

D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은 수업 등 교육활동의 시간을 준수하며 교사의 허락 없이 교육활동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다. 수업 중 엎드리거나 잠을 자는 행위 등을 통해 교원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등교와 동시에 전원을 끄고 학생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하교 시에 켤 수 있다. 조·종례 시간, 수업, 청소 활동, 학교행사, 체험활동 등 교육활동 과정에서 전자기기는 작동시키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교사가 허가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 여수시의회 본회의장 빈자리. 지난 20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한 의원이 2시 27분 본회의장을 나갔으나 3시 5분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의회 본회의장 빈자리. 지난 20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한 의원이 2시 27분 본회의장을 나갔으나 3시 5분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마재일 기자)

E 고등학교의 학교 규정을 보니 학생의 결석, 결과, 지각, 조퇴를 방지하고 성실한 학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외출할 때는 반드시 담임교사가 발급하는 외출증을 소지해야 한다. 무단 외출, 미인정 결과·지각·조퇴·결석 등의 누계가 5회 이상이면 담임교사는 가정방문 또는 보호자에게 유선 연락을 통해 원인 확인과 출석을 독려하고 학년 생활지도계 교사, 학년 부장 교사, 상담교사, 인성·인권 부장 교사,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고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보상 등으로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역시 조·종례 시간, 수업, 청소 활동, 학교행사, 체험활동 등 교육활동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수업 시작 전이나 시작종이 울릴 때 끔(off)과 동시에 각 교실에 비치된 전자기기 수거함에 제출하도록 한다. 다만, 교육활동이나 켜두어야(on)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담당 교사의 허락을 얻어 예외로 한다. 학생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F 고등학교는 무단으로 결석, 지각, 조퇴, 결과를 상습적으로 한 학생은 ‘교내 봉사’ 징계에 해당하며 무단 지각, 결과, 조퇴 3회는 무단결석 1일로 처리한다.

여수시의회는 지각·조퇴 규정이 없다. 회의 규칙에 ‘청가 및 결석’만을 규정하고 있다. 제7조 ‘청가 및 결석’은 의원이 사고로 인해 의회에 출석하지 못할 때는 그 이유와 기간을 기재한 청가서를 미리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체포 또는 구금 시에는 법 제45조에 의거 통보된 영장 사본을 청가서의 제출로 본다. 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계속해 2일 이상 결석했을 때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해당 의원의 출석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서 청가서는 일종의 불출석 사유서로, 결석 사유에만 국한된다.
 

▲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의회운영위원회 모습. (사진=여수시의회)
▲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의회운영위원회 모습. (사진=여수시의회)

지각·조퇴 불가피하다면 합당한 증거 제시돼야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다른 일정으로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비울 일이 생길 수 있다. 긴급한 지역 민원이나 관련 시민과 현장 면담하다가 늦거나 중간에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합당한 이유와 함께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이에 지각이나 조퇴 등에 대한 출석 인정 기준이나 불이익 규정이 없어 의원 평가 기본 지표로써 관리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나 회사는 지각 또는 조퇴할 때 상급자나 교사의 허락이 필요하고, 무단이면 어떠한 형식으로든 불이익이 주어진다. 초등학생도 학교에 지각하거나 조퇴, 외출할 시 규정이 있는데 수천만 원의 의정비를 받는 의원들이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초등학생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철저한 출결 관리를 통해 의정 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불성실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까지 위축할 가능성이 크고 공정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주시의회는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에 회의 출석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청가서나 결석계를 제출한 경우 또는 공무출장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회의 정례회 및 임시회 회의에 성실히 출석해야 하며 개인적인 사유 등을 이유로 의회의 회의에 불참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청가서나 결석계를 제출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으면 의정 활동비 중 의정 자료 수집 연구비의 일일 산출액을 감액할 수 있다.
 

▲ 여수시의회 홈페이지지 캡처.
▲ 여수시의회 홈페이지지 캡처.

서울시도 의원은 회기 중에 지역주민의 경조사 등을 이유로 본회의 또는 위원회 등 각종 회의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함으로써 의정활동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의 누적 출석 일수를 포함한 의회 출석 일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14조는 국회의원은 결혼식 주례나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국회의 각종 회의에 불참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 출석만 하고 자리를 비우는 의원이 여전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0일 제235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여수시의회 의원 의정 활동비‧월정수당 및 여비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특히 의정 활동비는 별다른 평가나 정산도 없이 최대 폭인 40만 원이 올랐다.

김영규 의장은 이날 폐회사에서 의정비 인상에 대해 “의회가 대의기관으로써 제대로 역할과 임무를 수행했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며 의원 본연의 의무 수행을 주문했다. 의정 활동비가 최대 폭으로 오른 만큼 개개인의 의정 활동량도 최대 폭으로 오르길, 아울러 지각 또는 출석 체크만 하고 사라지는 ‘출튀’ 의원도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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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민 2024-03-27 16:09:16
요새는 법정 교육 이수할 때도 태도까지 카메라로 감시 하더만..
높으신 분들은 상관없나 보네 저런대서 나오는 법인데
내가 바보네~! 뭘 그리 지키려고 애를 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