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목욕탕 노후 굴뚝 사고 날라…관리 시급
여수, 목욕탕 노후 굴뚝 사고 날라…관리 시급
  • 마재일
  • 승인 2024.03.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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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20년‧6m 이상 노후 굴뚝 42개
가스보일러 도입 이후 미사용 존치
균열·파편 낙하 등 안전사고 우려
시, 사유재산·지원 근거 없어 ‘외면’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노후 굴뚝. 균열이 생기고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굴뚝 위에는 벽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외관상으로 위험해 보인다.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노후 굴뚝. 균열이 생기고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굴뚝 위에는 벽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외관상으로 위험해 보인다. (사진=마재일 기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목욕탕 노후 굴뚝이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관리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행정당국에서도 사유재산이고 지원 근거 등이 없다는 이유로 보수나 철거 등의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오랫동안 사용을 중단한 목욕탕 굴뚝에 ‘안전불감증’이 피어나고 있다.

26일 여수시에 따르면 관내 높이 6m 이상, 20년 이상 된 노후 목욕탕 굴뚝은 42개(올해 기준)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현재 영업 중이거나 폐업한 목욕탕의 굴뚝이 포함돼 있다.

현재 수십 미터 하늘 높이 솟은 목욕탕 노후 굴뚝은 찾아볼 수는 없지만, 나무·벙커C유 등을 사용해 물을 데우던 시절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m 이상 높이로 설치하는 것이 의무였다. 하지만 목욕탕이 가스보일러를 도입한 199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기능을 상실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후 굴뚝이 콘크리트 균열과 파편 낙하 등 사고 발생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면서 철거 비용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수지역의 목욕탕 굴뚝 대부분은 벽돌로 쌓아 올린 형태다. 그러나 20년 이상 지난 일부 낡은 굴뚝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실제로 일부 폐업 중인 목욕탕 굴뚝을 확인한 결과 굴뚝에 균열이 생기고 구멍이 뻥 뚫려 있거나 굴뚝 위에는 벽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외관상으로 위험해 보였다. 또 목욕탕 상호가 떨어진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낡은 목욕탕 굴뚝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강풍이 불거나 태풍이 오면 붕괴, 벽돌 탈락 등 사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21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목욕탕에 설치된 높이 25m 굴뚝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수시 관문동의 폐업 목욕탕 인근 주민 A씨는 굴뚝을 가리키며 “저거 봐라. 굴뚝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금이 가 있다. 태풍이 불면 벽돌이 떨어지고 무너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굴뚝. 이 목욕탕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굴뚝. 이 목욕탕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사진=마재일 기자)

이처럼 낡은 굴뚝에 균열이 생기거나 붕괴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행정 당국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굴뚝은 사유재산이어서 여수시가 굴뚝의 보수, 철거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굴뚝 철거에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들어 목욕탕 업주들이 선뜻 철거나 보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여수시 또한 목욕탕 노후 굴뚝에 대해 안전진단과 보수나 철거 비용을 지원한 적이 없다. 여수시 건축과와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목욕탕 노후 굴뚝 관련 민원이 접수된 적은 없으며 위험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육안으로 외장재가 탈락이 됐다고 해서 위험하다고 판단을 할 수는 없으며, 사유재산이어서 철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도내 시·군 목욕탕 노후 굴뚝 현황 파악에 나선 전남도는 “목욕탕 노후 굴뚝은 민간 시설이고 수량도 많아 지방비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국비 확보 차원에서 영호남이 함께 현황을 파악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목욕탕 노후 굴뚝 철거나 보수 등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고 했다.

목욕탕 굴뚝은 민간시설물로, 국가나 지자체가 임의로 철거하기 어렵고 예산 지원방안에 대한 근거와 조례도 없어 안전진단이나 굴뚝 보수나 철거는 언감생심이다. 목욕탕 소유주도 비용 부담과 폐업 시 굴뚝 철거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한국목욕업중앙회 전라남도지회 여수지부 관계자는 “옛날 기름 땔 때는 굴뚝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가스를 사용해 굴뚝이 필요 없게 된 지가 오래됐다. 철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언론에서 봤는데 우리는 페인트도 칠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영되는 목욕탕은 그나마 관리가 되겠지만, 폐업한 목욕탕은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 굴뚝 관리가 안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굴뚝에 대한 안전진단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장기간 방치된 목욕탕 굴뚝이 태풍이나 폭우, 가벼운 지진 등과 같은 천재지변에 취약해 언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전 점검, 지원방안 마련 등 여수시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사진=마재일 기자)
▲ 현재 운영하지 않는 여수의 한 목욕탕. (사진=마재일 기자)

창원, 진주 등 지자체 노후 굴뚝 철거 비용 지원

일부 지자체들은 노후 굴뚝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철거 비용의 50%가량을 지원해주는 등 노후 굴뚝 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일선 시·군이 우선 예산을 들여 소유주가 굴뚝을 철거한 뒤 실적 등을 평가해 시군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창원 1억 9,600만 원, 합천 1억 1,400만 원, 사천 2,600만 원 등 굴뚝 철거 시군에 모두 3억 8,6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올해는 진주 5곳 등 모두 40곳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창원시는 전국 최초로 목욕탕 노후 굴뚝을 대상으로 철거 비용의 50% 이내,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주시는 시민 불안 해소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 20년 이상 지난 노후 굴뚝에 대해 ‘진주시 건축물 관리조례’를 개정해 ‘소규모 노후 건축물 점검 대상’에 포함, 지방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노후 굴뚝 정비사업’은 사용승인일로부터 20년 이상 경과 된 노후 목욕탕 굴뚝 철거 시 철거 비용의 50%(최대 2,000만 원 한도)를 지원한다. 지난해 10월 노후 굴뚝 안전 점검을 시행해 전체 목욕탕 굴뚝의 구조적 취약성 및 주변 현황 확인 등 사전작업을 완료했다.

제주는 건축물 관리조례를 개정해 20년 이상 지난 목욕탕 노후 굴뚝 소유자나 관리자가 신청하면 최대 2,500만 원까지, 철거비의 50% 범위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소유주(관리자)가 부담한다.

울산시는 노후화한 목욕탕 굴뚝 전체에 대해 민관 합동 안전 점검에 나섰다. 목욕탕 굴뚝이 지난 1980년대 환경보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됐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 연료가 목재·유류에서 가스·전기로 바뀌면서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주요 점검 내용은 굴뚝의 철근 노출 및 부식 상태 점검, 기초 부동침하 여부, 구조체와 마감재의 균열·박리 상태 등이다.

한편, 여수시에 신고된 관내 목욕장업은 신고 일자 기준 1956년대 1개, 1960년대 2개, 1970년대 5개, 1980년대 13개, 1990년대 20개 등 78개(2024년 1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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