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운동하다 쓰러지면…’ 여수, 24시간 무인‧아파트 헬스장 ‘안전사각 지대’
‘혼자 운동하다 쓰러지면…’ 여수, 24시간 무인‧아파트 헬스장 ‘안전사각 지대’
  • 마재일
  • 승인 2024.03.18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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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무인 헬스장서 운동 중 여성 숨져
상업용 헬스장 체육지도자 상주 의무
여수 63곳 작년 2곳 적발 과태료 부과
‘유료’ 아파트 내 헬스장 규정 없어
▲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여수시)
▲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여수시)

지난달 27일 부산에 있는 한 무인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50대 여성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4시간 무인, 아파트 내 헬스장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사고는 가족들이 저녁 8시쯤 운동하러 집을 나선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자정쯤 헬스장을 찾았고 러닝머신 근처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해당 헬스장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CCTV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여수지역 24시간 무인, 아파트 내 헬스장도 이 같은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 차원의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수지역 곳곳에도 일부 시간대에 시설 관리자가 없는 24시간 무인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다.

체육시설법에 따라 지자체 영업 신고 의무를 지닌 상업용 체육시설업장엔 전용 면적과 상관없이 1명 이상 자격증을 갖춘 체육지도사(헬스 트레이너)가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 운동 전용 면적 300㎡ 초과는 2명 이상의 체육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1회 적발 때 20만 원, 2회 때 50만 원, 3회 때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헬스장 2곳이 적발돼 각각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으면서 여러 헬스장이 인건비 등을 아끼려고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늦은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추세가 됐다. 또한 짬짬이 시간을 내거나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운동하는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헬스장이 늘었다. 무인 헬스장은 정식 등록업종 명칭도 아니고 무인 헬스장이라고 따로 표기하지 않아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운영 방식을 알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인 헬스장의 단속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체육시설법을 보면 ‘체육시설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아파트나 호텔 등의 헬스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의 경우 본래 수익을 낼 목적이 아닌 아파트 거주민 편의를 위해 마련된 시설로, 별도의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면 해당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별도의 입장료나 커뮤니티 이용료를 받는 헬스장이라면 체육시설업에 해당하는 만큼 체육지도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나 호텔 내 헬스장도 상업용 헬스장과 마찬가지로 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응급조치나 병원 이송 등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법에 규정한 대로 체육지도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규모가 있고 오래되지 않은 여수지역 아파트의 경우 헬스장은 대부분 유료로, 무인 운영된다. 사실상 체육지도사가 상주하는 아파트는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칫 안전 관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부산에 있는 한 무인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50대 여성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4시간 무인, 아파트 내 헬스장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시간 운영 헬스장. (사진=마재일 기자)
▲ 부산에 있는 한 무인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50대 여성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4시간 무인, 아파트 내 헬스장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시간 운영 헬스장. (사진=마재일 기자)

18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관내 헬스장은 63개소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아파트, 호텔 내 헬스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웅천, 죽림지역의 A, B 아파트 내 헬스장을 이용하는 입주민은 1만 원~1만 5,000원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상업용 헬스장처럼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운동시설이 아닌 까닭에 체육지도사는 부재했다.

A 아파트 거주민 C씨는 “한 달에 1만 원의 이용료를 내는데 특별히 헬스장을 감독하는 트레이너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C씨는 “예전에 아동에 대한 운동시설 이용 금지 여부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는데 체육지도사나 관리자가 없어 아동은 이용 금지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B 아파트 거주민 D씨는 “1만 5,000원을 내면 헬스장과 골프 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다. 에어컨, 난방, 샤워 시설 사용료라고 보면 되는데, 세대수가 많지 않아 체육지도사를 채용하면 입주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헬스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아파트 내 헬스장에 대한 아동 이용 금지 규정을 두고 국가인권위가 차별시정 권고를 내린 적도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22년 아파트 단지 내 생활체육시설에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금지하는 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아파트 헬스장과 수영장이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진정이 두 차례 접수됐는데, 이들 아파트 측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는 건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로, UN 아동권리협약의 권고에도 어긋난다며 미성년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아파트 측이 방안을 고민해 실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심의해 주민운동시설은 안전관리자가 배치돼 있지 않고 공간이 협소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현행대로 (규정을) 유지키로 했다며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여수시는 이용료를 내는 아파트 내 헬스장은 법적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딱히 손 쓸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상업용 헬스장을)무인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있어 점검 시 적발되면 과태료 대상이니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번 주에 발송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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