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여수’ 도시 정체성 고민부터
‘시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여수’ 도시 정체성 고민부터
  • 마재일
  • 승인 2024.03.08 1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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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도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정체성과 함께, 안팎의 공감·호감·지지를 얻어갈 차별적 특성, 그 ‘무엇’을 지역 사회가 같이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가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에서 ‘우리는 왜 도시를 브랜딩하는가’를 주제로 여수 시민과 만났다. (사진=마재일 기자)
▲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가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에서 ‘우리는 왜 도시를 브랜딩하는가’를 주제로 여수 시민과 만났다. (사진=마재일 기자)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 박상희‧이한기
“도시 브랜딩 성공하려면 지역 고유 정체성,
시민 공감대 형성, 지속가능 방향 고민해야”

많은 국가·도시가 그 도시·지역을 문화·경제·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독자적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다. 도시·지역 역시 사람·제품처럼 여러 특성과 개성의 혼합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지역적 무한 경쟁 시대, 여수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여수시는 스스로를 알릴 명쾌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을까?

민선 8기 여수시의 비전은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다. 슬로건은 ‘아름다운 여수 행복한 시민’이다. 민선 7기 슬로건을 이어가고 있다. 비전과 슬로건은 그 도시의 나아갈 방향과 특징, 매력, 행정 서비스 등을 상징한다. 그런데 그 의미는 궁극적인 지향일 수는 있지만, 도시 경영의 구체성은 뚜렷하지 않다. 딱히 다른 도시에 비해 특징적이지도, 상상되지도, 차별화된다는 느낌은 없다.

‘시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일자리가 많은? 복지가 좋은? 문화예술이 융성한? 교통이 편리한? 걷기 좋은? 멋있고 맛있는 관광지와 음식이 많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좋은 도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정체성과 함께, 위상과 비전을 알리며 안팎의 공감·호감·지지를 얻어갈 차별적 특성, 그 ‘무엇’을 지역 사회가 같이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브랜드는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핵심적인 경쟁 우위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의 ‘아이 러브 뉴욕’, 포르투갈의 제2도시 ‘포르투’ 등의 도시는 브랜드 작업 과정을 통해 국제적인 도시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물론 국제적인 도시라고 해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에 앞서 왜 국제적인 도시가 되려고 하는지, 브랜드 구축을 통해 우리 도시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지 충분한 숙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들어놓고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여수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 여수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가)

‘브랜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구별을 지어 잘 인식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구별이 될 만한 핵심(key point)을 무엇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차별성’과 ‘경쟁력’이 도시브랜드를 결정한다.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여수’라는 고유의 특성에 리브랜딩 과정을 거치면 특별한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도시브랜드는 지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동안 많은 지역 브랜드가 개발됐지만 사실 성공적인 지역 브랜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 러브 뉴욕’처럼 기억에 남는 한국의 도시브랜드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런 물음에 답을 풀어가자며 브랜드 전문가인 교수, 30년 차 기자, PR 컨설턴트가 머리를 맞댔다.

<도시X리브랜딩>(박상희·이한기·이광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의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가 지난 1월 25일 복합문화공간 ‘여수살롱’에서 ‘우리는 왜 도시를 브랜딩하는가’를 주제로 여수 시민과 만났다.

박상희 교수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과천시, 화성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도시브랜드와 공공디자인의 자문‧심사‧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는 오마이TV에서 영상기획과 제작을 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정치부장, 경제부장, 편집국장, 출판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광역시 도시브랜드위원회 위원이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

<도시X리브랜딩>은 ‘도시다움을 만드는 새로운 변화’ 부제에서 보듯이 도시다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도시 브랜딩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도시브랜드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도시브랜드를 평가할 때는 도시의 실체를 잘 드러내고, 도시의 정책을 잘 담아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책은 우리 여수가 참고할 만한 사례와 기준들이 적지 않다. “장기실업과 범죄로 그늘진 도시로 인식되었던 뉴욕은 ‘I♥NY’ 캠페인을 통해 시민, 관광객, 투자자에게 살기 좋고, 관광하기 좋고, 비즈니스 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중략)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뉴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23~24쪽)

“도시 이름을 붙인 화려한 슬로건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에 앞서 도시의 비전을 설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 사이의 공감대를 만들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도시의 비전에 맞는 브랜딩 활동을 펼쳐야 한다.” (p.38)

“도시의 비전을 담은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것만으로 도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도시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시민참여 캠페인, 시민을 포함한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도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p.40)

“도시브랜드는 개발과 확산까지 큰 비용이 들고, 시민이나 관광객, 투자자에게 익숙해지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차별화된 특징을 함축적이고 쉽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 번 정해지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p.59~60)
 

▲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사진=마재일 기자)
▲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사진=마재일 기자)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우리 삶의 질이 나아질수록 브랜드로서의 로컬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로컬에서 정체성 찾기는 ‘나를 잘 들여다보기’에서 출발한다. 브랜딩이 잘된 다른 도시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그 도시의 정체성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중략) 이 정체성 찾기가 도시 리브랜딩의 시작이다. 죽은 도시에 숨을 불어넣고 도시와 국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 (p.227)

박 교수는 “브랜딩은 가장 차별화된 정체성을 골라 브랜드 실체에 근거해 만든 것”이라며 “도시 브랜딩은 기업 브랜딩과 달리 공공재를 포함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이슈가 등장하며 많은 지역에서 정주 인구를 늘리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 브랜딩은 지역 간 경쟁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정주 인구의 개념이 희박해지며 관계 인구라는 개념이 더욱 부각하고 있다. 서로 경쟁해 인구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을 수 있는 인구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졌다. 상대 도시의 장점을 따라 하기보다 각 지자체만의 장점을 계발하는 것이다. 또한, 빠른 산업 구조의 변화로 도시 리브랜딩도 이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한기 기자는 “도시 리브랜딩이 밥 먹여주느냐고 묻는다면 밥 먹여주는 게 맞다”면서 일본의 유명 캐릭터 ‘구마몬’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를 들었다. 이 기자는 “코카콜라를 팔아서 번 돈은 코카콜라 회사 주주를 위해 쓰이지만, 구마몬으로 번 돈은 구마모토 전체 주민을 위해 쓰이므로 공공성의 특징이 짙다”고 말했다.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 (사진=마재일 기자)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이한기 오마이뉴스 지방자치 선임기자. (사진=마재일 기자)

도시브랜드 성공, 시민 긍정적 공감대 형성 중요
여수 리브랜딩, 세계 해양도시 성공사례서 교훈

박 교수는 도시 리브랜딩에 성공한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포르투 3개 도시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최고, 최대, 최초를 목표로 삼으면 끝이 없다. 차별화를 통한 ‘only one’(온리 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세 도시는 그곳에 꼭 맞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도시브랜드는 시민들 사이에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공감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여수가 도시 리브랜딩에 성공하려면 세계 해양도시의 성공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과거 공업도시였던 프랑스 마르세유는 산업이 쇠퇴하며 공동화현상을 겪었다. 그러다 폐쇄된 담배공장이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변신하며 문화도시로 성공했다. 여수 역시 문화공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수는 여수산단이라는 하드웨어 자산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부문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리브랜딩에 성공하려면 여수의 다양한 자원을 포용하도록 권역별로 나뉜 벨트를 구상해야 한다. 오래된 브랜드 네임은 큰 힘을 갖고 있다. 사람은 스쳐 가지만 도시는 오래도록 남는다. 지역마다 차별화된 점을 존중하면서 도시가 더욱 힘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도시 리브랜딩 과정에서 무조건 현대적으로 탈바꿈하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원도심만의 역사 문화를 지켜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체성이 없는 브랜딩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자는 “여수가 이미 잘 알려진 ‘여수밤바다’ 브랜드를 기반으로 2, 3차 브랜드를 재탄생시킬 것”을 조언했다.
 

▲ 퀸텟 앙상블팀 ‘빌리음악다방’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행사에 앞서 퀸텟 앙상블팀 ‘빌리음악다방’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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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이 2024-03-10 20:50:30
뭔 맨날 반대하는 문화부터
바꾸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