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얼굴이 있다.
말에도 얼굴이 있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4.02.1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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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이상율 주필

우리 얼굴이 희노애락(喜怒愛樂)을 나타내듯 말(언어)에서도 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준다.

일부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500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말이란 다양한 뉘앙스, 감정,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문화 환경 역사 등의 영향을 받아 온갖 색깔로 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투에 따라 사람과 사람 관계가 악화하기도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도 세계 강대국 정상들의 말 한마디에 국가의 운명이 뒤바뀌는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말은 누구에게나 공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기법으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에토스는 신뢰, 호감을 말하고, 파토스는 공감, 감성을 뜻하며, 로고스는 논리와 이성을 말한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면 먼저 에토스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파토스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은 마음의 지표이자, 거울이기 때문이다.

항상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유연한 인간관계, 인생의 선순환을 불러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행복의 선순환은 따뜻한 한마디 말에서 시작된다.

중국 사상가 순자(荀子)좋은 말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비단옷을 입히는 것보다 따뜻하다고 말했다.

사람은 평생 집에서나 직장에서 일할 때도 어느 공간이라도 우리는 항상 말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흔히 우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결국, 말은 진실하고 품격있게 하는 것이 이야말로 매우 중요함을 에둘러 시사하는 것 같다.

20225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3년에 접어들고 있다. 오는 410 22대 국회의원 선거일로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보궐선거로 구군의 장 2, 도의회의원 15, 군의회 의원 24(2024.1.22. 기준)도 선출이 확정되어 있다.

202312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 24321일부터 22일까지 후보자 등록신청 45일부터 6일까지 사전투표, 410일 본 투표를 실시한다.

각 당은 공천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아직도 투표구가 확정되지 않아 온통 눈치 보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현 국회의원 의석수는 298명으로 더불어민주당 167석 국민의힘 112, 정의당 6, 기본소득당, 진보당, 한국의 희망 각각 1, 무소속 10석으로 군소정당이 있긴 하지만 너무 적은 의석수로 그 존재조차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고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체제로 안정 의석을 확보하려는 여당과 의회를 지배하겠다는 야당 간의 치열한 다툼으로 정치가 온통 시끄럽다.

거짓 선전, 앙금이 가는 비난으로 가득 채운 말 잔치가 지배하고 있다. 말이 정제되지 않고 거친 언어로 비난하는 것이 마치 복마전과 같다.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보통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을 이른다.

지방 정가도 다를 것이 없다.

선거구조차 확정되지 않은 여수시 경우도 공천 결정이 되지 않은 가운데 기존 갑·을구 현역 의원 간 첨예한 대립이 여수의 진정한 통합을 방해하는 행위가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으며 정제되지 않은 말과 글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가 하면 지지자들을 동원 각종 SNS에 거친 글들로 도배하고 있는 모습이 시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정가에 널리 퍼진 악습을 제어하고 시민이 경청(傾聽)하기 좋은 정책 대결의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한자(漢字) '들을 청()'은 여러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풀이해 보면 '듣는 것이 왕처럼 중요하고 열 개의 눈으로 보듯 상대방에게 집중해 상대와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제대로 된 경청으로 임할 때 말을 그리고 글을 함부로 내뱉는 잘못된 관행을 허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하는 방식에는 네 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첫째 판단하며 듣는 것, 둘째 질문하며 듣는 것, 세 번째 조언하며 듣는 것, 네 번째 감정 이입하며 듣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듣는 것은 바른 경청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줄 행복의 선순환은 따뜻한 한마디 말과 말할 때 기쁨과 사랑의 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말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지지 않는다. 내뱉은 사람에게 다시 스며든다.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이 말에도 '언품'이 있다.

품격(品格)이라는 말에서 품()은 입구()3개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서 말해야 품격이 생긴다.

칼에 베인 상처는 아물 수 있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말에도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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