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허가, 누군 불허’ 위법‧오락가락 여수시 행정에 시민만 골탕
‘누군 허가, 누군 불허’ 위법‧오락가락 여수시 행정에 시민만 골탕
  • 마재일
  • 승인 2024.01.3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소, 같은 지역‧업종인데 한 업소는 ‘허가’ 다른 업소는 ‘불허’
불허 업소 “여수시 말만 믿었다가…금전적 손실‧사업 차질” 분통
시 보건소 “직원 실수…안 된다고 했는데 바쁜 틈 타 접수” 해명
해안경관권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불허 지역
​​​​​​​경관 보호‧미관 개선 등 위해 제한…시, 가능 구역 변경 검토 중
▲ 여수시보건소.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보건소.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보건소가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허용하지 않는 업종을 허가해 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소는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31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9일 여수시 중앙동 진남상가 일원에서 딸기찹쌀떡(모찌) 등을 판매하는 A 업소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신고를 허가했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같은 제품을 판매하데 한 업소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신고를 허가해 준 반면 다른 B 업소는 불허해 위법 행정은 물론 특혜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B 업소 관계자는 “2021년 10월 상가를 이곳으로 이전해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을 신고하려 했으나 시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수시 해안경관권역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과 토지이용계획도에 따르면 이 지역은 상업활성화구역(B4-2)으로 건축법상 용도는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은 가능하지만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의 제조시설 허가 자체가 불가하다. 시는 중앙동 일원을 해안 경관 보호 및 미관 개선, 체계적인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건축물의 용도, 밀도, 높이 등을 제한하고 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식품을 제조·가공업소에서 직접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말한다. 빵류, 떡류, 쿠키류 등 제조 가공한 식품을 영업소에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려면 일반, 휴게음식점은 전화, 택배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통신판매, 유통‧판매자, 영업장 외에서 판매하려면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허가가 있어야 한다. 건축물 대장상 건축물의 용도는 근린생활시설 또는 공장이어야 하며, 아닐 시 용도 변경을 선행해 작업장, 판매시설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여수시 해안경관권역 지구단위계획 건축물에 관한 결정도. 중앙동 진남상가 일대 검은색 원안의 분홍색(B4-2), 보라색(B4-1) 지역은 상업활성화구역으로 건축법상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의 제조시설 허가 자체가 불가하다. (자료=여수시 홈페이지)
▲ 여수시 해안경관권역 지구단위계획 건축물에 관한 결정도. 중앙동 진남상가 일대 검은색 원안의 분홍색(B4-2), 보라색(B4-1) 지역은 상업활성화구역으로 건축법상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의 제조시설 허가 자체가 불가하다. (자료=여수시 홈페이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은 B 업소는 현 상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다른 상가를 임대했다. 이에 앞서 시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이곳이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인테리어 공사 등 준비를 마치고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신고를 받으러 간 B 업소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건축법상 용도에 업종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B 업소는 “여수시 말만 믿고 준비했다가 1년 가까이 월세만 내고 영업을 못 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공사비와 월세는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B 업소는 특히 A 업소가 딸기찹쌀떡(모찌) 등의 식품을 커피숍이나 다른 매장에 납품하자 이를 이상히 여겨 지난 13일 국민신문고에 일반음식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사업장에서 떡류를 제조 납품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질의했다.

시보건소는 지난 23일 “2023년 6월 개정된 식품위생법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에 의거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는 제조‧가공한 빵류‧과자류‧떡류를 휴게음식점‧일반음식점‧위탁급식영업‧집단급식소에 제조‧가공한 당일 판매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회신했다. 관련 법이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B 업소는 “법이 개정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관련 단체에 물어봐도 모르더라. 시는 고시 의무도 없다고 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9일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보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와 종업원은 제조‧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자’에게 판매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제조‧가공한 빵류‧과자류 및 떡류를 휴게음식점영업자‧일반음식점영업자‧위탁급식영업자 또는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에게 제조‧가공한 당일 판매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이 경우 제품명, 제조 일자 및 판매량 등이 포함된 거래명세서나 영수증 등 증명서를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 딸기찹쌀떡(모찌).
▲ 딸기찹쌀떡(모찌).

또한 제조‧가공한 식품을 ‘영업장’ 외의 장소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 다만, 영업자나 그 종업원이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배달, 식약처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우편 또는 택배 등의 방법으로 최종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그리고 영업신고증을 업소 안에 보관해야 한다.

B 업소를 더 당황케 한 것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허가 불가하다고 한 이곳에 다른 업소는 영업허가가 났다는 점이다. B 업소는 “시보건소에서 전화가 와 직원 실수로 영업 신고가 허가됐다며 국민신문고 민원을 취하해 달라고 해서 취하해 줬다. A 업소의 영업허가 취소에 대해서는 한 번 나간 영업허가는 취소가 안 된다고 했다. 2월 초 즉석판매제조‧가공업 가능 구역으로 바뀌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시보건소의 대응도 논란이다. B 업소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신고 허가를 내주겠다며 지난 23일 오후 2시에 시청으로 관련 서류를 챙겨 들어오라고 했다. 공무원 말대로라면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합법적으로 영업을 허가받을 수 있는데 굳이 불법적으로 허가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1년도 기다렸는데 한 달 못 기다리겠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가가 나지 않는 지역에 영업허가를 내주고는 또다시 영업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은 여수시 스스로 위법 행정을 하겠다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여수시보건소 식품위생과 위생민원팀 관계자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 딸기찹쌀떡(모찌).
▲ 딸기찹쌀떡(모찌).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사업자 심정, 여수시는 아는지” 분통

여수시의 이 같은 오락가락 위법 행정에 B 업소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오는 2월 말과 3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 전시회와 홍콩에서 열리는 박람회 참가 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B 업소는 “2월 초에 확실히 허가가 나는 구역으로 변경되는지 보건소에 전화해 확인하니 2월 말이나 3월 초에 된다며 말이 바뀌었다. 바이어들과 대면 상담 등을 통해 계약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사업자의 심정을 여수시는 아는지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행사 참여를 위해서는 상시적 영업 신고와 품목 제조 보고서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

B 업소는 지난해 행안부의 마을기업 지역 플랫폼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마을기업 지역 플랫폼은 3개 이상의 마을기업이 참여한 공동사업에 판로지원, 교육, 홍보, 컨설팅 등 국비 1억 5,000만 원을 포함 최대 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기업의 대표 제품을 공동 브랜딩해 여수의 특색이 담긴 마을기업 제품 패키지를 개발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바탕으로 국내·외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 여수시 중앙동 일대 원도심. 시는 중앙동 일원을 해안 경관 보호 및 미관 개선, 체계적인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건축물의 용도, 밀도, 높이 등을 제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중앙동 일대 원도심. 시는 중앙동 일원을 해안 경관 보호 및 미관 개선, 체계적인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건축물의 용도, 밀도, 높이 등을 제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중앙동 여수 대표 관광지, 시대적 변화 반영” 관련 법 개정

여수시는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위생민원팀 관계자는 “해당 업소가 처음 방문했을 때 안 된다고 돌려보냈는데, 민원 접수가 많은 바쁜 틈을 타 접수돼 걸러내지 못했다. 후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업 신고 취소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나간 영업 신고 허가는 취소할 수 없다. 지속적인 위생점검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과 관련해 식품위생법이 일부 개정됐는데, 공무원들도 바뀐 법을 매일 체크 하지 못한다”면서 “이 지역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서와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 열린 도시계획공동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현재 고시 공고 절차만 남았고 2월 말쯤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행정팀 관계자는 “이 일대는 해안 경관 권역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공장 등 제조시설이 난립하면 경관이 훼손할 수 있어 제조시설은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다”고 말했다.

중앙동 일대는 외지인들이 선호하는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다양한 형태의 음식점들이 입점하고 있다. 시는 떡류 등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허가가 필요한 업종이 생겨나면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축물 용도를 완화해 제한적으로 제조업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