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자”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자”
  • 마재일
  • 승인 2024.01.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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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권정순 신명사랑채 시설장
신명사랑채,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서 최우수 A등급
“시설 운영 원칙 중요…어르신·보호자 호평 입소문”
▲ 권정순 신명사랑채 시설장. (사진=마재일 기자)
▲ 권정순 신명사랑채 시설장. (사진=마재일 기자)

아무리 일이라고는 하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 자식 같은 역할을 대신하며 어르신을 돌본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치매에 걸려 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목욕시키고 기저귀 갈며, 음식을 제공하고, 말동무해주고, 청소 등 사실 자식들도 하기 힘든 일들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조리원들이 실상 대신하고 있다. 이런 일을 매일 반복하는 것은 이미 출가한 자식들은 어지간한 효자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어르신들에게서 ‘자식들보다 낫다’는 말부터 자식들에게는 ‘부모님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맙다’는 말까지, 어려움 속에서도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보람이자, 원동력이다. 여수 신명사랑채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기관(A등급)에 선정됐다. 20대부터 70대까지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16명이 근무하며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섬기자’라는 원훈으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 신명사랑채 권정순 시설장(55)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신명사랑채 운영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들이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 입소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돌봄서비스를 받는다. 사단법인 신명사회복지연구개발원이 2010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설장,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조리원 등 12명이 근무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안전과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위해 복지사·조리원 등 4명의 추가 인력을 배치해 총 16명의 종사자가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도 2명 있다. 입소를 원하는 대기자가 많은데 정원(19명)을 모두 채워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지난해 장기요양기관 평가서 전국 최우수기관(A등급)에 선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4,423개 기관을 상대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평가한 결과다. 사실 2010년 개원 이래 우수기관 선정이 처음은 아니다. 자부심을 느낀다. 운영에 있어 원칙이 중요하다. 모든 직원이 어르신을 대할 때 ‘예수님 섬기듯 섬기자’라는 자세로 기도하고 동역하다 보니 좋은 결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평소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행동으로 표출되듯 직원들과 늘 의논하고 소통하며 한마음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를 보호자들께서도 좋아하고 협조해 주신 덕분이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에 중점을 두고 내 부모를 모시고 싶은 곳, 먼 훗날 함께 동역했음을 자랑할 수 있는 곳,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자는 간절함을 어르신, 보호자들과 공유하는 자세로 운영할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 신명사랑채는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돌본다. (사진=마재일 기자)
▲ 신명사랑채는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돌본다. (사진=마재일 기자)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장기요양기관 평가는 정기‧수시 평가로 이뤄진다. 정기 평가는 3년마다 이뤄지는데, 건강보험공단이 평가단을 구성해 직접 기관을 방문, 시설 내‧외부 환경과 서류 등을 평가한다. 기관 운영, 환경 및 안전, 수급자 권리보장, 급여 제공 과정, 급여 제공 결과 등 5개 영역의 평가점수가 90점 이상, 영역별 각 70점 이상이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다.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 시설 규모별 상위 20% 범위에 속한 A등급 시설에 인센티브가 지급되는데 신명사랑채는 상위 10%에 속해 가산금을 받았다.

신명사랑채 강점은.

신명사랑채는 신명교회가 법인인 신명사회복지연구개발원에 토지와 건물을 무상 증여해 운영하고 있다. 시설 설치에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어 오롯이 어르신 돌봄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설을 운영하는 데 있어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문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아울러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철저히 준수한다. 사랑채가 거주 생활 지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언제든지 보호자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코로나19 이후 감염 취약 시설로 관리 운영하면서 면회가 제한돼 아쉽다. 코로나 전에는 ‘엄마’, ‘여보’ 부르며 집에 들어오듯 언제든 편하게 들어 올 수 있었다.

사랑채 원훈이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섬기자’다. 직원 모두가 부모님 모시는 자세로 정성껏 임한다. 요즘 요양보호사 구인에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연령대가 높아지는데 우리 시설은 20~50대 직원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평균 연령대가 낮다. 어르신을 잘 모신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보호자들께서 직접 소개하거나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신뢰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다. 냄새 없는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자칫 어르신 냄새가 공간에 밸 수 있는데 주변의 맑은 공기와 철저한 관리로 쾌적한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 신명사랑채는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돌본다. (사진=마재일 기자)
▲ 신명사랑채는 어르신을 예수님 섬기듯,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섬기는 자세로 돌본다. (사진=마재일 기자)

시설 분위기나 음식 등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르신들의 건강과 정서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정든 거주지를 떠나 타인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신명사랑채는 의사가 월 2회 시설을 방문하고 수시 상담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관리한다. 모든 증상을 보호자와 상의하고 협력해 최선의 돌봄서비스가 되도록 특별히 신경 쓴다. 매주 5회 이상 프로그램을 어르신 건강이나 상태를 고려해 실시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치매 및 여가 프로그램, 가족 지지프로그램, 지역 참여 활동도 한다. 봉사자와 보호자의 협조를 통해 이순신공원 장미꽃 정원 나들이, 법인이 주최하는 작은 음악회에 참여한다. 또한, 지역 내 아동기관과 여도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봉사단이 어버이날과 성탄절 행사, 생신 잔치, 찾아가는 음악회 등 문화교류 행사를 통해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 같은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시설 내부 구조도 최대한 집처럼 만들었고 어르신들의 소식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하고 있다. 조리원을 1명 더 추가 배치해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등 특별히 신경 쓴다. 김장, 양념 등도 직접 만들고 식단표에 향토 음식을 추가해 균형 잡힌 음식을 제공한다.

기억에 남는 어르신이나 일화가 있다면.

연하장애로 경관 유동식을 7년여간 섭취한 어르신이 계셨다. 눈을 통해 대화할 수밖에 없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렸다. 대화를 욕으로 구성지게 풀어내 웃음을 주신 어르신, 모든 서비스에 대해 감사로 표현해 우리에게 기운을 주셨던 어르신, 뇌졸중‧암 고통을 참아내시는 모습에 함께 울었던 어르신 등 울고, 가슴 조이고, 웃었던 기억 등 사연이 많다.

얼마 전에 소천하셨는데, 노래를 좋아하시고 목소리가 우렁찼던 어르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찾아오는 가족들을 오히려 힘차게 응원하시고, 종사자들에게 기도와 노래를 불러 주셨다. 그분 아드님의 섬김 자세도 우리에게 본이 됐다. 휴가를 내 프로그램에 동참했고 어머니를 위해 가족들의 일상생활 영상을 보냈다. 어머니 사진에 시를 지어 어머니에게 건네주시는 등 섬김에 너무나 감사했다.
 

▲ 신명사랑채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사진=마재일 기자)
▲ 신명사랑채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사진=마재일 기자)
▲ 신명사랑채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사진=마재일 기자)
▲ 신명사랑채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사진=마재일 기자)

어르신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인식개선은.

2008년 7월 장기노인요양보험법 시행 초기에는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모든 직원의 처우와 인식개선이 열악했다. 현재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건 사실이다. 종사자 처우는 수가 등 정부와 시설 운영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당장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인력수급과 서비스의 질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최근 시설 직원에게 막말과 거친 행동을 한 방문객에게 사과와 시정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직원이 자가 진단키트 검사를 요청했는데, “아직도 불편하게 검사를 하느냐”며 고함을 쳤다. 요양시설은 감염 취약 시설로 면회 제약 절차를 안내해도 소용없었다. 노인요양시설은 아직 감염 취약 시설로 관리되고 있어 면회 등 일부 통제가 되고 있다.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

요양병원, 요양원 등 시설 운영의 차이로 인한 오해나 일부 기관의 잘못된 돌봄서비스가 부각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어르신 안전 확보를 이유로 부득이 통제‧결박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반드시 보호자 상담 및 허락하에 사유서 등을 작성해 지침대로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낙상의 우려가 큰 어르신은 침대 안전바 사용, 휠체어 사용 시 안전 허리띠 착용도 신체구속에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의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호자 허락과 의사의 진단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일시 사용한다. 단, 반드시 어르신의 안전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허락 없이 손을 묶는다든지,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신체구속이다. 요즘 인권과 노인 학대에 대한 종사자들의 교육과 법적 조치가 강화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신명사랑채 직원들. (사진=신명사랑채 제공)
▲ 신명사랑채 직원과 봉사자들. (사진=신명사랑채 제공)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여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제언한다면.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현실을 보면서 일선에서 노인복지를 하는 자신도 준비하게 된다. 노후를 준비하고 일상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인 교육이 필요하다.

선진국 사례처럼 대형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돌봄서비스의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여수는 아파트 공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를 활용해 홀로 사시는 어르신을 위한 거주지를 확보해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노인 안전 확보, 1인 가족 급증에 따른 ‘따로 또 같이 살기’ 등 주거공동체 모델을 고민했으면 한다. 시설화가 아닌 공동체 주택, 공동생활가정, 공유 주택, 시니어 코하우징, 협동 주거, 컬렉티브 하우스(건물 관리‧운영을 공동으로 하는 집합주택), 쉐어하우스 등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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