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의미‧정체성 모호한 여수 상징 ‘여수문’
역사적 의미‧정체성 모호한 여수 상징 ‘여수문’
  • 마재일
  • 승인 2024.01.17 18:0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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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이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사진=마재일)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사진=마재일)

여수 정체성 각인 이미지 개선 작업 필요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해 여수를 방문하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에 설치된 ‘여수문’이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여수의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느낄 수 없어 활용 가치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설치된 지 5년 가까이 되도록 ‘여수문’이 이순신이나 거북선 등 여수를 상징하는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 시민과 방문객들로부터 감흥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수 상징의 문으로써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할 수 있는 조형물 설치나 단청 등을 통해 문화적 의미와 시각적 관광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거북선을 처음 만들고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여수의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29억 원을 들여 제작한 ‘여수문’은 여수 입구 경계 지점에 2017년 10월 건립공사를 시작해 2019년 5월 완공됐다. ‘여수문’은 여수∼순천 도로에 졸음쉼터와 휴게소를 연결하는 길이 26m, 폭 5m 규모의 한옥 구조 육교 건축물이다.

‘여수문’은 건립 추진 과정에서 위치 부적절, 공론화 과정 부족 등 논란이 벌어졌다. 지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여수종고회’가 ‘여수 상징의 문’ 설치 공사의 위치와 명칭 등이 부적절하다며 전면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전문가나 시민 공감대 없이 공론화 과정이 배제된 채 추진된 밀실 행정의 소산”이라며 “29억 원의 시민 세금이 드는 시 상징물을 엉뚱한 위치에 설치하고 ‘삼도수군통제영’이 빠진 명칭도 매우 부적절하므로 공사 중단과 함께 원점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사진=마재일)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사진=마재일)

명칭 공모,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건립된 ‘여수문’은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해 여수에 들어서거나 떠날 때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곳으로, 하루에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간다.

아래에 출입문을 내고, 위에는 누를 지어 사방을 두루 살피는 기능을 가진 문루 건축물인 ‘여수문’은 단청을 올리지 않은 백골집 상태로 지어졌다. 건축물 앞뒤에는 ‘아름다운 여수에서 다시 만나요!’, ‘'여수문’이 쓰여 있다. ‘여수문’ 옆 차량 운전자 쉼터에는 ‘나라를 구한 삼도 수군 통제영 여수’ 제목의 표지판이 있다. 여기에는 여수가 임진왜란 때 전라 좌도 수군절도사 영(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새긴 표지판도 함께 세워져 있다.
 

▲ ‘여수문’ 옆에는 2개의 표지판이 있다. 여수가 임진왜란 때 전라 좌도 수군절도사 영(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새긴 표지판도 함께 세워져 있다. 하지만 외부인이나 여수시민이 쉼터에 들러 표지판을 일부러 읽지 않는 이상 ‘여수문’만으로는 이순신과 거북선의 도시, 나라를 살린 삼도 수군 통제영 있었다는 사실과 이미지는 거의 떠올리기 어렵다.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문’ 옆에는 2개의 표지판이 있다. 여수가 임진왜란 때 전라 좌도 수군절도사 영(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새긴 표지판도 함께 세워져 있다. 하지만 외부인이나 여수시민이 쉼터에 들러 표지판을 일부러 읽지 않는 이상 ‘여수문’만으로는 이순신과 거북선의 도시, 나라를 살린 삼도 수군 통제영 있었다는 사실과 이미지는 거의 떠올리기 어렵다. (사진=마재일 기자)

하지만 외부인이나 여수시민이 쉼터에 들러 표지판을 일부러 읽지 않는 이상 ‘여수문’만으로는 이순신과 거북선의 도시, 나라를 살린 삼도 수군 통제영 있었다는 사실과 이미지는 거의 떠올리기 어렵다. 계단을 타고 ‘여수문’ 내부로 올라가서 볼 수 있는 것은 오가는 차량뿐이다. 전용도로 아래로 펼쳐진 여수국가산단과 율촌산단, 마을은 ‘여수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비가 내릴 때면 바닥과 계단에는 들친 빗물이 고이기 일쑤다.

지금의 ‘여수문’이 여수를 찾는 이들에게 여수의 첫인상을 어떤 인식으로 마중 역할을 하는지, 여수시민은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하는 등 방문객들에게 여수에 대한 인상을 더 깊게 줄 수 있는 이미지 개선 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전주‧익산‧남원 등 관문에 지역 정체성 조형물로 도시 이미지 각인

전주는 호남의 중심 천년고도를 상징하는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 전주를 찾는 이들을 환영한다. 옛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의 관문이자 전주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호남제일문은 전주 입성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예술성에서도 의미를 인정받으며 전주 미래 유산로 지정됐다. 전통 한옥 지붕 호남제일문은 전주 한옥마을과 잘 어우러져 전주의 이미지를 만든 대표적인 공공 디자인 건축물로 꼽히기도 한다.
 

▲ 옛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의 관문이자 전주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호남제일문은 전주 입성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사진=전주시)
▲ 옛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의 관문이자 전주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호남제일문은 전주 입성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사진=전주시)
▲ 남원은 외지에서 남원을 방문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문인 춘향터널 입구에 춘향이와 이몽룡 조형물을 설치해 남원이 춘향전의 도시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진=남원시)
▲ 남원은 외지에서 남원을 방문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문인 춘향터널 입구에 춘향이와 이몽룡 조형물을 설치해 남원이 춘향전의 도시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진=남원시)

남원은 외지에서 남원을 방문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문인 춘향터널 입구에 춘향이와 이몽룡 조형물을 설치해 남원이 춘향전의 도시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남원시는 지난 2020년 차량 소통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으면서 ‘달의 도시’와 ‘전통문화도시’라는 남원 이미지를 강하게 심을 수 있는 시각적인 상징성을 표현해 새롭게 단장했다.

익산은 백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보석 도시의 위상과 자부심을 표현한 ‘영원한 빛’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해는 도시브랜드 가야왕도((伽倻王都)를 알리는 조형물을 고속도로 나들목 등 10곳의 관문에 설치해 김해시의 정체성을 방문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김해 동측 관문인 김해교의 상징조형물인 금옥문은 수로왕과 허왕후의 복식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김해시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화했다. 금색문은 수로왕, 옥색문은 허왕후, 말 조형물은 신하를 상징한다고 한다.

일본 도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의 요괴마을의 경우 마을 초입에 유명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캐릭터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즈키 시게루가 고향의 부흥을 위해 무상으로 요괴 캐릭터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요괴 캐릭터를 보면 누가 봐도 요괴마을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이처럼 각 지자체만의 특성을 표현하는 상징조형물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다.
 

▲익산은 백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보석 도시의 위상과 자부심을 표현한 ‘영원한 빛’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익산시)
▲익산은 백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보석 도시의 위상과 자부심을 표현한 ‘영원한 빛’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익산시)
▲ 김해 동측 관문인 김해교의 상징조형물인 금옥문은 수로왕과 허왕후의 복식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김해시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화했다. (사진=김해시)
▲ 김해 동측 관문인 김해교의 상징조형물인 금옥문은 수로왕과 허왕후의 복식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김해시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화했다. (사진=김해시)

단청 등 수명 연장‧시각적 효과‧역사적 가치 높일 방안도

여수의 첫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건축물이고, 목조건축물 특성상 비, 바람, 햇빛 등 외부의 환경변화에 노출되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어 여수 상징문으로서의 격식과 가치를 높이고 건축물의 수명 연장도 가능한 단청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청(丹靑)은 한국의 전통 목조건축물에 여러 색으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소로 꼽힌다. 건축물 곳곳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무늬나 그림을 그려 넣어 건축물을 한층 아름답고, 장엄하게 보이게 하고 품격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대상물이 지닌 특수성과 위계성을 강조하고 통일성과 다양성을 주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단청은 특히 비바람이나 햇빛으로 인해 손상되거나 습기로 인해 썩는 것을 막고 벌레가 나무를 갉아 먹지 않도록 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실용성도 높다.

서울 숭례문, 부여 백제문 등은 단청이 잘 돼 있는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숭례문은 도성 사대문 중 남쪽 정문으로 서울특별시 입성 시 상징하는 성문으로 모로(毛老) 단청으로 시공돼 있다. 모로 단청은 부재 끝부분에만 문양을 넣고 가운데는 긋기로 마무리한 단청을 말하는데 경복궁 수정전 등 궁궐 건물에 주로 사용돼 위계와 권위를 나타낸다.
 

▲ 서울 숭례문. (사진=나무위키)
▲ 서울 숭례문. (사진=나무위키)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내부에 물이 고여 있다. (사진=마재일)
▲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영 겸 삼도 수군 통제영의 본영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여수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여수문’ 내부에 물이 고여 있다. (사진=마재일)

백제문화단지 상징조형물로 동 측 진입 관문인 부여 ‘백제문’은 백제시대 대표적 문양전 등을 반영해 상징성이 강하고 백제문화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여수문’도 단청 작업을 통해 문양에 여수를 상징하는 거북, 동백꽃 등 여수를 대표하는 동식물이나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노량해전, 명량해전 등 해전에서의 업적들을 접목할 수 있다.

시민 최모씨(50)씨는 “‘여수문’을 매번 지나다녀도 별 감흥이 없다. 전라좌수영, 삼도 수군 통영제, 이순신 같은 문구를 넣어 직접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밋밋해 단청 등 시각적인 효과를 높일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여수문’이 여수를 오가는 방문객과 시민에게 역사적 배경과 가치, 격식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 여수를 상징하는 문이라는데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고 상징성을 나타내는 그 무엇도 인식할 수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모양은 전통적인 한옥 구조인데 현대와 만나는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도시 공유자산으로서의 특성과 개성적이며 매력적인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여수문’을 통해 ‘여수의 정신’을 느낄 만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기왕 수십억 원이 투입된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더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 모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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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2024-01-27 14:30:12
시정부도 시의회도 이렇게 무능할줄 몰랐다
뒤로가는 여수

행인 2024-01-22 15:43:00
좋은 기사네요
정비가 시급합니다

여수의힘 2024-01-18 18:48:55
그냥 남해안중심도시라는 뜻으로 남해제일문내지 남해안제일문으로 이름 바꿨으면 좋겠어요.

여수시민 2024-01-17 21:26:46
유익한 기사 감사합니다
세금은 많은 삶의 고단함이 깃들어 있어요 제발 신중하게 권한 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에롯 2024-01-17 18:23:19
좋은내옹이네요
답답한 여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