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이야포 미군 폭격 사건 “그날 바다에 시신이 부표처럼 떠다녔다”
여수 이야포 미군 폭격 사건 “그날 바다에 시신이 부표처럼 떠다녔다”
  • 마재일
  • 승인 2024.01.04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화위, 홈페이지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특별 페이지 개설
​​​​​​​진실규명 조사보고서 토대로 사진·영상 등 엮어 이야기 구성
▲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 해변. (사진=진실화해위 특별 페이지 캡처)
▲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 해변. (사진=진실화해위 특별 페이지 캡처)

“비행기 4대가 나란히 호수같이 잔잔한 이야포 바다 위를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피난선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대형으로 일자로 바꾸더니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곤두박질치며 피난선에 기관총을 발사했다. 비행기 앞코에 기관총 6정이 달려 있었는데 어른 손가락보다 큰 총알을 숫제 쏟아붓듯이 내리쏘았다. 기관총이 피난선을 훑고 지나가자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뱃전에 있던 사람은 바다로 떨어졌고, 쪼그리고 숨은 사람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1950년 8월 3일 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인근 해상(이야포)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재구성한 이야기 일부다. 통영에서 출발해 여수 안도에 도착한 피난선이 이날 미군기의 총격을 받았다. 이 폭격으로 피난선에 타고 있던 피난민 약 150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당시 배에는 인민군이 주둔했던 것도 아니고 태극기까지 달려 있었지만, 미군 항공기들은 저공 비행하며 수차례에 걸쳐 기총사격했다.

그로부터 엿새 뒤인 8월 9일 여수시 남면 두룩여(횡간도~금오도 사이의 섬, 문여) 해상에서 조기잡이 어선 100여 척이 역시 미군기 공격을 받아 많은 어부가 사망(최소 14명)하고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73년이 지나도록 누가 발포를 지시했는지, 피난선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총격을 한 이유가 뭔지 등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바로가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특별 페이지 ’여수 안도 이야포 미군폭격 사건‘ 
 

▲ 진실화해위 특별 페이지 화면.
▲ 진실화해위 특별 페이지 화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여수뿐만 아니라 당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이야기로 묶어 공개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일 홈페이지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특별 페이지 ‘별이 되어 빛나는 진실을 전합니다’(jinsil.go.kr/KoreanWar.do)‘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 페이지에는 △한국전쟁 전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미군 폭격 사건 △형무소·재소자 희생 사건 △부역혐의 사건 등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이야기 콘텐츠 37건이 담겨 있다. 또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가해 유형뿐 아니라 사건 발생 지역에 따라 수도권, 경상권, 전라권, 충청권, 강원·제주권 5개 권역으로 구분했다.
 

▲ 지난 2021년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에서 생존자인 이춘혁 어르신(왼쪽에서 두 번째)이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에게 이야포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2021년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에서 생존자인 이춘혁 어르신(왼쪽)이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가운데)에게 이야포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콘텐츠는 2005년 12월 1기 진실화해위 출범 이후 작성된 진실규명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특별 페이지는 무차별적인 학살 흔적은 생존·목격자 증언·사진·지도 등을 통해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일하던 삼베저고리 차림으로 경찰의 부름을 받고 삽작문을 나서던 아버지, 밤에는 빨치산에게 낮에는 경찰에게 시달린 산골짜기 마을의 농부들, 미군 비행기를 보고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으나 갑작스러운 폭격에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10대 소년 등 수많은 전쟁의 희생자들이 등장한다.

콘텐츠와 관련된 증언이 링크로 연결돼 있고, 희생 현장 등을 표시한 구글 지도가 페이지마다 삽입돼 있다. 보고서 속에 실린 중요 기록과 현장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다. 진실화해위는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관련 사건 조사보고서도 함께 첨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