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이렇게 쓴다
시조는 이렇게 쓴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23.12.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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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94
신병은 시인.
신병은 시인.

 

시 창작은 살면서 내 주위에서 만나는 일상의 비밀을 훔쳐보는 일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의 ‘또 다른 의미’를 헤쳐보면서 그 안에 안겨있는 삶의 포즈를 발견하여 독자와 공유한다.

자유시와 달리 언어적 형식에 얽매이는 시형으로 시조時調가 있다. 시詩와는 달리 시조時調는 ‘때 시時’를 쓴다. 그 명칭은 고려말 이세춘의 시절가조時節歌調에서 온 말로 굳이 뜻을 말하자면 ‘그 당대에 유행하는 노래’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줄여 時調라고 했다.

시조는 고려 말에 발생하였지만 아직까지 국민문학으로 발전해온 생명이 강한 우리 민족의 성정에 알맞은 시형으로, . 우리나라 고유한 정형시로 자리하고 있다

시조의 기본형식은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로 되어있는 평시조가 되고, 이 평시조가 2수 이상으로 되면 연시조가 된다. 요즘은 음보라는 말 대신에 ‘마디’라고도 한다. 즉 3행 6구 12마디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 평시조다.

 

초장 3·4 3·4

중장 3·4 3·4

종장 3·5 4·3

 

시조형식의 제약은 종장의 첫구 3·5의 음수율에 있다, 3자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3·6 혹은 3·7조 까지는 허용이 된다. 시조형식은 종장의 첫구의 음수율에 제약이 따른다.

 

청산리(靑山裏)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한데 쉬어간들 어떠하리 -황진이-

 

유명한 황진이 시조다. 시조의 초장과 중장과 종장의 음수율을 보변 “3·4 4·4 / 4·4 4·4 / 3·5 4·3”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장의 첫구인 ‘명월이 만공산한데’처럼 3·5조의 음수율을 지켜야 한다.

 

동짓ᄃᆞᆯ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

 

시조의 내용은 이렇다.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긴 날의 밤의 한가운데를 잘라내어 차곡차곡 정성을 다해 개어서 따뜻한 이불 아래 묻어 보관하였다가 정든님이 오시면 그 시간을 펴내어 정담을 나누겠다는 애틋하고도 살가운 정서가 안겨있는 시다.

이 시의 매력은 ‘시간의 공간화’에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공간의 개념으로 유추하여 ‘베어내다, 서리서리 넣다, 굽이굽이 펴리라’등의 시간을 정지시켜두고 있을 뿐만아니라, 한국적인 은근과 끈기가 배어있는 한국적 정서를 이처럼 완곡어법으로 표현한 시조 드물 것이다. 그래서 이 시조를 능가할 시조가 아직 나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청산(靑山)은 내 뜻이오 녹수(綠水)는 님의 정(情)이

녹수(綠水) 흘러간들 청산(靑山)이야 변할 손가
녹수(綠水)도 청산(靑山)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황진이-

 

이 시조의 내용은 푸른 산은 나의 뜻이고 푸른 시냇물은 님의 정이다. 푸른 시냇물은 흘러흘러 가지만 푸른 산은 변하지 않는다. 푸른 시냇물도 푸른 산을 못 잊어 울면서 흘러 간다는 뜻의 연정가다. 물론 이 시조도 님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황진이의 문학적 재능은 유추, 은유, 중의 등의 수사법의 자유로운 활용과 우리말의 서정을 잘 살려 내는데 있다.

위시에서 청산과 녹수는 나와 임의 보조관념으로 임은 떠나는 존재, 변하는 존재 혹은 부재의 존재로 나에게 늘 이별의 아픔을 주는 존재다. 반대로 청산인 나는 임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존재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송시열

조선의 성리학자 송시열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과 무위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노래한 시조다.
푸른 산도 자연이고 흐르는 물도 자연이다. 산도 자연이고 물도 자연, 이 산과 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또한 자연 그것이다. 이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몸이니, 늙기도 자연에 맡기리라는 노래다. 자연을 읊은 수많은 시조 중에서도 함축미가 뛰어난 노래다.

이 시조의 형식을 보면 종장의 첫구가 3·8 3·4조로 되어있어 기본 평시조의 음수율에서 벗어나 있는 엇시조다.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넌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금즉하여 풀떡 뛰어 내돗다가
두험 아래 자빠지거고
모쳐라 날랜 낼시망정 에헐질 번하쾌라
-작자미상-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올라 앉아 건너 산을 바라보니 무서운 송골매가 떠 있어 가슴이 놀라 풀쩍 뛰어 피하다 두엄아래 자빠지고, 봐라 나처럼 날쌔었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구나

조선 후기 평민문학으로 발흥한 사설시조다. 위 시조는 ‘양반을 상징하는 두터비’와 ‘서민을 상징하는 파리’, ‘중앙관리를 상징하는 백송골’의 삼각관계를 설정하여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양반의 세태를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사설시조는 종장의 첫구는 ‘모쳐라 날랜 낼시망정’처럼 음수율의 제약을 따르되 나머지는 사설조로 길어진 시조다.


새들도

날아가다

날개를 접는다

어느 방향 어느 가지 붉은 발목 쉬어갈지

허공에

숨을 매단 채

날개 잠시 접는다

가다가 쉬어가도 멈추지를 않다가 부러진 발톱일랑 비바람에 뿌려주고
바람이 떠미는 대로 중심 죄어 다잡는다

들메끈 동여매고 드높이 치솟다가
길에서 길을 얻는 눈 밝은 새가 되어
아득한
고요 속으로 귀를 접고 떠간다
-김미경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

 

현대시조는 평시조를 기본으로 하여 연시조가 주를 이루면서 다양한 형식적 변화를 보인다. 위의 시조를 언뜻 보면 현대시처럼 보이지만 3연으로 된 연시조다. 1연의 경우에 초장이 3행으로 배열되어 있고 종장은 3행으로 배열되어 있듯이 기본 음수율과 음보율은 지키되 다양한 형식상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현대시조의 특징이기도하다. 이를 다시 평시조로 환원해 보면 이렇게 된다.

새들도 날아가다 날개를 접는다

어느 방향 어느 가지 붉은 발목 쉬어갈지
허공에 숨을 매단 채 날개 잠시 접는다

시조쓰기의 통사적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감정과 이미지, 다양한 목소리와 캐릭터만들기 등의 시조 내용적 요소는 다음을 기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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