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챌린지파크루지·인근 마을 주민 갈등 격화…상생 해법 없나
여수 챌린지파크루지·인근 마을 주민 갈등 격화…상생 해법 없나
  • 마재일
  • 승인 2023.11.22 16: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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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8억 원 강압에 못 이겨 지급, 16억 약속한 적 없어”
마을 “공사로 맨손어업 피해 심각…약속한 피해 배상 외면”

천막‧현수막 철거, 집회 중단…대화 나섰으나 소득 없어
​​​​​​​8억 지급 과정 경찰 수사…인근 마을 12억 수사 가능성도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조감도. (자료=여수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조감도. (자료=여수시)

전남 여수시 화양면의 관광단지 챌린지파크루지와 인근 소장마을 주민들이 어업 피해에 따른 배상액 지급을 두고 대립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이 집회 중단과 함께 마을에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대치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업체 측은 영업방해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 대응에 나섰고 주민들은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서 합의점을 찾는 성숙한 역량 발휘와 행정·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22일 소장마을 주민과 업체 등에 따르면 여수챌린지파크루지는 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한 1단계 사업으로 화양면 나진리 일원에 지난 4월 20일 케이블카와 바다 루지를 개장했다. 업체는 2026년까지 7,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호텔브랜드 ‘반얀트리 호텔’과 풀빌라, 요트마리나 시설, 대관람차, 청소년 수련시설, 복합 문화시설 등 국내 최대 체험형 관광단지를 차례로 착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7월 착공을 앞두고 인근의 소장마을 주민들이 어업권 침해 등을 이유로 시위를 벌였고 업체가 80가구에 8억 원을 지급하면서 시위는 일단락됐다.

그런데 2년이 지난 8월 3일부터 마을 주민들이 또다시 집회를 시작하면서 업체와 3개월이 넘도록 대치했다. 주민들은 업체 측이 애초 24억 원을 약속했고 8억 원 지급 이후 추가분을 지급해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며 관광단지 진입로 앞에 천막을 치고 마을 입구부터 현수막을 내거는 등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반면 업체 측은 계획된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 투자가 시급한 실정인데도 주민들의 발전기금 요구와 집회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8억 원을 지급했는데도, 주민들이 추가로 16억 원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와 마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한 치 양보 없는 강대강 국면이다. 지난 18일 업체 측과 대책추진위원장이 대화에 나섰으나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본지는 업체와 주민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소장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소장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소장마을 “주민들 감정 격해져…언제든지 대화할 용의 있어”

최상은 소장마을대책추진위원장은 “당시 업체 측이 24억 원 지급을 약속할 때 녹음된 육성이 있는데도 업체 측이 이제 와 모르쇠하고 있다”며 “우리 마을은 공사 과정에서 토사가 바다로 흘러가고 소음, 날림먼지 등 직접적인 피해 지역이다. 이 돈은 조개, 바지락, 청각 등 맨손 어업활동을 할 수 없는 마을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 아니며 발전기금이 아니고 피해 배상 성격이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24억 원이 책정된 배경에 대해 “관광단지 주변 삼면이 바다이다. 양식장 면허는 통상 10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이 기간 소득을 고려해 가구당 3,000만씩 전체 80가구에 24억 원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2021년 착공식을 며칠 앞두고 업체 회장과 주민 대표들이 마을회관 2층에서 만났다. 이후 8억 원을 어촌계 통장으로 받았고 나머지 16억 원은 지금 돈이 부족하니 2년마다 나눠서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계약서를 제시하라는 둥 주민들을 사기꾼 취급해 지난 8월 3일부터 집회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이장과 어촌계장 등에 확인해보니 그때는 업체와 주민들 사이가 좋았고 서로 신뢰해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8억 원을 착공식을 앞두고 강압에 못 이겨 줬고, 어업 피해 배상이 아닌 마을 발전기금 명목이라고 하는데 어촌계 통장으로 입금됐기 때문에 이것은 엄연히 피해 배상액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상은 소장마을대책추진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 최상은 소장마을대책추진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최 위원장은 “업체가 돈이 없어 당장 지급이 어렵다면 언제 지급하겠다는 계약서만 써주면 기다릴 용의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업체는 준다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왜 주냐는 식이어서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업이 20% 정도밖에 진행이 안 됐는데 앞으로 80%를 어떻게 할 것이냐. 서로가 상생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현재 천막, 현수막을 철거하고 시위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업체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업체 측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불법 집회 여부, 지급한 8억 원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마을 대책추진위원회 위원인 어촌계장, 개발위원장, 총무 등은 8억 원 지급 과정과 주민 배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마을 측은 16억 원을 나눠서 주겠다고 한 내용이 담겼다는 녹취록에 대해 법적 효력 여부에 대해 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또 “간접적인 피해 지역인 마을 4곳에 12억 원을 준 이유에 대해서도 강압에 못 이겨 줬다고 하더라. 어촌계장들에게 확인해보니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최 위원장은 “업체 측 누구 하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되레 사법 대응으로 나서 주민들을 자극해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며 “업체가 원인 제공을 해놓고선 주민들 집회 때문에 영업을 못 했다고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니 기가 막힌다. 바다에서 조개, 바지락, 청각 등이 나오질 않는데 이런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 선량한 주민들만 바보가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공사 과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토사를 촬영한 모습. (사진=소장마을대책추진위 제공)
▲ 공사 과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토사를 촬영한 모습. (사진=소장마을대책추진위 제공)
▲ 여수챌린지파크루지에서 바라본 가막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챌린지파크루지에서 바라본 가막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업체 “회사 영업 엄청난 타격…끌려다닐 수 없어”

챌린지파크루지 윤재복 대표이사는 8억 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는 2년 거치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주민들 주장에 대해 “그건 주민들 생각이다. 당시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그렇게 했겠나. 녹취를 몰래 한 것인지는 몰라도 당시 협박‧강압에 못 이겨 안 주면 안 되는 형편이었다. 착공식 앞두고 도지사, 국회의원 등 인사들을 못 오게 막겠다고 하는데 할 수 없이 준 것이다”고 반박했다.

윤 대표이사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현금 지급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상생 차원에서 주민 일자리 창출, 마을 소유 땅에다 펜션이나 농수산물 판매장을 크게 지어주겠다고도 했다. 일시금보다 마을 대대로 수익 사업이 되는 것인데, 마을에서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마을에 다툼이 생긴다며 무조건 돈으로 달라고 했다. 수십 차례 협의했으나 결렬됐다”고 했다.

이어 “착공식이 임박해서 돈을 안 주니 집회가 벌어졌다. 협의 과정에서 가구당 3,000만 원씩 24억 원 얘기가 나왔다. 24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8억 원도 업체 처지에서는 착공식을 코앞에 두고 어쩔 수 없어 지급하게 된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돈을 뜯겼다. 16억 원에 대해서도 약속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소장마을에 현금 8억 원이 지급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마을에서도 어업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나진‧용진‧안포‧원포마을 어민들은 어업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벌였다. 업체가 12억 원을 지급하면서 일단락됐다.

윤 대표이사는 “마을 어촌계가 도롯가에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벌이며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데 안 줄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뜯긴 것이다. 집회하면 돈을 준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며 “지역에서 사업 한 번 해보려는 데 정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수십억 뜯기는 상황이 정말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전경. (자료=업체 홈페이지)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전경. (자료=업체 홈페이지)

윤 대표이사는 “금융권‧채권단은 돈을 준 근거와 명분을 이 있어야 하는데 왜 돈을 줬냐며 추궁하고, 업체 처지에서는 10년 만에 관광단지로 지정받아 당장 착공식은 해야 하고 향후 투자 유치 등 하루하루가 절실한 상황에서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이사는 공사로 인해 토사가 바다로 흘러가 어패류나 바지락, 청각, 굴 등이 잘 서식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한두 번 했겠나. 실제 피해가 있다면 조사해서 결과에 따라 배상하는 게 맞다. 배상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지급할 수는 없지 않나. 상생 차원에서 마을 발전기금을 준 것인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어업 피해라면서 무작정 추가로 16억 원을 요구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관광지에 상여를 메고 장송곡을 틀고 현수막이 흉물스럽게 있으면 좋아할 방문객들이 있겠나. 직원 30여 명을 내보내야 할 정도로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 영업 피해도 막심한데 손해배상은 누가 할 것이냐”며 “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더는 끌려다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사업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누가 여수에 투자하고 사업하려고 하겠나. 지역사회가 자성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날렸다.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전경.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챌린지파크루지 전경. (사진=마재일 기자)

윤 대표이사는 “아닌 말로 우리가 사업하는 데 마을이 도와준 게 뭐 있나. 개장식 하면 마을이 축하하고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수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서운함도 내비쳤다. 이어 “대표자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지분을 요구하고 돈을 안 주면 두고 보자는 식이다. 그게 협박이지 뭔가. 마을에 잘못이 있으면 처벌받고 우리도 잘못이 있으면 처벌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 대표이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고소장을 제출하려 했으나 회장님이 상생해야 한다며 말려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잖나. 마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급한 돈 반환 청구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생해야 할 업체와 마을이 수개월 대치한 상황에 대해서 행정과 정치권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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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민 2023-11-24 07:56:19
ㅆㅂ
산 정상을 저리해버리면
바다를 상대로 사는 주민들은 뭐가되요?
8억,24억은 껌값이구만

업체는 수십,수백년에 걸쳐
얼마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아쉬울때는 정치권???
정치인 개입되어있겠죠?
분명 개입되어있습니다.

이것도 조사해봐야합니다.

스가이 2023-11-23 14:43:14
어찌 우리 여수가 이리 되었는가?
기업이 들어와야 산다,
기업하기 좋아야 여수가 산다.
인구소멸지역에, 갈수록 지방경쟁력이 약화되는데,,,
인구가 늘어야 우리 손자 손녀들이 북적되고 좋지않는가?
인구가 늘어야 뭔 병원도 큰게 많이 들어오지 않겄는가?
인구가 늘어야 로컬푸트 장사도 잘되지 않겄는가?
반성할건 반성해야 한다.

여수의힘 2023-11-22 18:57:56
왜? 일어나설 안될일이 어쩌다 일어났는가? 이러다 여수는 반기업정서로 가득한도시라며 여수에 투자해줄 기업이 없어지게 생겼다는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잖다.

누군가 중계를 하면 좋을텐데 여수시 당국은? 그리고 지역구 지도자들은?? 더는 뭐하 못하겠다.
가뜩이나 되는 것도 없고 권역별 계파별로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여수의 현실을 생각하며 한탄이 멈춰지기 어려운가보다.

별개로 나진리에 농공단지.관광단지 종사자-가족들이 거주할 아파트단지, 빌라단지, 오피스텔 각 1~2개라도 만들어 화양면 인구 늘려질 기회도 가지게 되길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