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 행정사무 감사 ‘맹탕‧재탕’ 안 되려면
여수시의회 행정사무 감사 ‘맹탕‧재탕’ 안 되려면
  • 마재일
  • 승인 2023.11.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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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의정활동의 꽃’ 행정사무 감사…제대로 핀 꽃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다
▲ 여수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 (사진=여수시의회)
▲ 여수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 (사진=여수시의회)

지난 14일 전남 여수시의회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가 시작됐다. 내년 예산안과 행정사무 감사, 시정질문 답변 등을 통해 시 정부의 주요 현안 추진 상황과 예산 편성의 적절성 등에 대한 점검을 펼친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긴축재정 기조 영향으로 여수시는 정부 교부세 700억 원, 지방 소득세 수입 300억 원 등 1,000억 원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수시는 경상비를 1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실제로 여수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987억 원이 줄어든 1조 4,600억 원 규모로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한정된 예산을 제대로 배분하는 예산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긴축 기조인데도 불구하고 정략적으로 과다 편성된 것은 없는지, 지역 특색과는 거리가 멀거나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지역의 미래 먹거리 투자에 소홀하지는 않은지, 성과를 바로 낼 수 없는 문화‧예술 등의 사업이 재원 한계에 부딪혀 좌절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문화‧예술 사업은 축제나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운영비나 인건비를 제외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먹잇감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적합하게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나 정략적인 요인으로 잣대가 움직여서도 안 된다. 상임위에서 정당하게 삭감한 예산을 예결위에서 부당하게 되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우리 지역구 예산 힘써 줄 테니 우리 지역구 예산 밀어 달라는 짬짜미는 더욱 안 된다. 시의회는 각종 사업예산의 세부 내역을 조정하는 계수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지출에 대한 심의는 물론 수도 요금 등 세수가 새는 곳은 없는지 예산 수입 구조에 대한 정책적 개선도 주문이 필요하다. 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가 체납액 징수 방법을 강화하고, 경진대회 개최 등 수입 구조 다변화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우수 사례가 있다면 상응하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

특히 각종 인구 정책의 실효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10월 호남지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수시는 나주시와 함께 시 지역임에도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정주 여건, 일자리 부족 등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관광산업 활로, 여수만 르네상스, 여수∼남해 해저터널, 여수세계섬박람회 등 치밀하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여수지역 현안과 정책 사업들에 대해서도 점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여수시의회의 막중한 역할과 소신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하는 행정사무 감사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대내외적인 수많은 위협과 불안정성이 시민의 살림살이를 옥죄는 상황에서 올해 시 정부의 모든 행정과 내년 예산안을 들여다보고 예리하게 지적해 내실 있는 감사가 돼야 한다. 감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밝혀 시정을 촉구해야 행정이 바르게 갈 수 있다.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권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인 조례 제정, 예산 의결, 질문권과 함께 핵심 기능이다.

시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이거나 느슨한 업무는 없었는지, 탈법과 편법으로 행정 효율성을 저하하거나 예산 낭비 소지가 없었는지, 특혜 행정은 없었는지, 투자유치의 실질적인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 정책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기후 위기 대응은 잘하고 있는지 등 감독하고 비판, 통제하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행정사무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결과보고서에 실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시 공무원들의 끈질긴 로비(?)도 시도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원과 시 정부의 정확히 말하면 의원과 공무원의 짬짜미로 결과보고서에서 제외하는 일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문제를 지적한 의원에게 선거 때 두고 보자며 압력을 가하거나 거세게 항의하는 단체도 있다.

시의회 감사 활동에 대한 시민의 좋은 평가는 의원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의회 존재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년 행정사무 감사가 재탕‧맹탕 수준이라면 시 정부가 일을 잘해서 지적 사항이 별로 없거나 의원들이 부실하게 준비한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시의회의 행정사무 감사 방식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역 시민단체는 행정사무 감사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 기간 9일 중 이틀만 회의 방식으로 진행했고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생중계하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행정사무 감사가 전체 회의록조차 없다는 시민단체 지적에 감사 방식을 일부 바꾼 것인데, 찔끔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된다.

현재의 ‘대면 방식’은 감사의 편의성은 있는지 몰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의원과 공무원에 한하는 편의적인 발상이다. 광주광역시의회나 순천시의회, 나주시의회는 조례 등을 정해 행정사무 감사를 모두 생중계하고 회의록도 공개한다. 시의회의 입장이 궁색한 변명이 될 시점이 올 수 있다.

시의회는 감사 이후 결과보고서로 끝낼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 사항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회사무국은 의원 감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감사 활동을 위해 팔방으로 뛰며 열심히 준비하는 의원들이 있다. 시의회는 때로는 온갖 압력까지 무릅쓰는 의원들이 소신껏 감사를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시의회는 사무 감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시민 제보를 받았다. 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전문위원 등이 참석해 행정사무 감사 계획 설명과 의견 수렴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한다. 취지는 좋다. 행정사무 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하지 않나. 제대로 핀 꽃이 시민들에게 사랑받지 않겠는가.
 

마재일 취재부장
마재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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