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기대·우려 교차
여수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기대·우려 교차
  • 마재일
  • 승인 2023.11.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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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율촌·화양면 갯벌 습지보호지역 공청회 개최
흰발농게‧저어새 등 서식…보호지역 지정기준 충족
이장·어촌계장 등 참석…주민들 “소통 부족” 지적
해수부 “육상 아닌 수면 개발 제한…어업 영향 없다면서도 의견 수렴 후 추진”
▲ 지난 9일 오후 2시 소라면사무소에서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 과장, 여수시, 소라·율촌·화양면 이장·어촌계장, 주재현·정현주 여수시의회 의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시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관련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9일 오후 2시 소라면사무소에서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 과장, 여수시, 소라·율촌·화양면 이장·어촌계장, 주재현·정현주 여수시의회 의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시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관련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마재일 기자)

전남 여수시 율촌·소라·화양면 일대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 주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특히 지정에 따른 주변 개발 규제 여부 등 공감대를 모으는 소통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오는 12월 말 습지보호지역을 지정‧고시하려던 해수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오후 2시 소라면사무소에서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 과장, 여수시, 소라·율촌·화양면 이장·어촌계장, 주재현·정현주 여수시의회 의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시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관련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습지보호지역은 희귀, 멸종위기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거나 풍부한 생물 다양성 또는 경관적, 지형적, 지질학적 가치 등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한 습지(갯벌)를 말한다.

해양환경공단이 지난 4~9월 여수 갯벌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법정보호종인 흰발농게, 대추귀고둥, 기수갈고둥과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등이 서식한 것으로 나타나 습지보호지역 지정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흰발농게, 대추귀고둥, 기수갈고둥,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자료=해수부)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흰발농게, 대추귀고둥, 기수갈고둥,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자료=해수부)

습지보호구역 지정은 여자만 주변 지역 갯벌 약 37.37㎢로, 행정구역은 소라·율촌·화양 3개 면이다. 해수부는 연안정비지역인 복촌‧궁항‧감도‧구미지구, 어촌신활력 증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소뎅이항, 섬달천항‧진목항‧봉전항‧감도항‧이목항‧가정항 등 어촌정주어항, 운두도항 등 17개 소규모 항포구는 제외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보호지역과 인근 해역의 생물 서식지 및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생태환경을 활용해 방문객 센터‧어촌 체험 마을 등과 연계한 생태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불법행위 감시, 갯벌 복원, 해양 쓰레기 수거 등 정화 활동, 교육‧치어‧종패 방류, 편의시설 설치 등 여러 사업에 국비가 최대 70% 지원된다. 이와 함께 해양 생태계 보전 명예 지도원, 갯벌 생태해설사 활동 등을 통한 주민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반면 건축물, 인공 구조물의 신‧증축 및 토지 형질변경 등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등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습지의 수위‧수량 증가‧수량 감소 행위, 흙‧모래‧자갈‧돌‧광물 등 채취 금지, 매립, 해상 풍력 설치, 동식물의 인위적 도입 및 경작‧포획‧채취 등도 금지된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 절차 등을 설명한 김영주 해수부 해양생태과 사무관은 “생태계 조사와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공청회가 늦어졌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이 부족했다면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여수 갯벌이 올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내년에 지역 주민, 여수시, 여수지방해양수산청 등이 참여하는 관리위원회가 구성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 여수 갯벌 습지보호지역 범위 설정(안). ▨=여수갯벌 습지보호지역 범위, 녹색=제외지역 (자료=해수부)
▲ 여수 갯벌 습지보호지역 범위 설정(안). ▨=여수갯벌 습지보호지역 범위, 녹색=제외지역 (자료=해수부)

주민들 “설명 부족” 해수부 질타

이날 어업 종사자들과 주민들은 지정 효과에 따른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개발 제한 등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를 쏟아냈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 A씨는 “유럽을 보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축제를 하고 경사 났다고 환영하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장이나 어촌계장들이 보호지역 지정에 협조했다가 나중에 다른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면이나 마을 단위로 공청회를 여러 번 해서 주민들이 지정을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석 주민 B씨는 “마을 대표로 참석했는데 11월 말이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개발 행위 제한구역 지정 자료를 확인하고 온 것이 아니다. 사실 해수부 자료가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 주민 C씨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구체적으로 개발 행위가 어디까지 제한되는지, 그리고 순천만의 경우 주민참여 사업의 실제 수익이 미미한 것으로 안다”며 규제 범위와 참여 인력, 수익 규모 등을 물었다.

참석 주민 D씨는 “여론 수렴이나 공청회를 통해 12월 말 지정 고시한다고 하는데, 사전에 주민이나 어촌계원들한테 지정 취지나 혜택, 피해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 자료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른다. 순천만 화포만 봐도 주민들한테 실질적인 소득이 없다. 1년에 5만 원 정도인데 생활 수단이 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참석 주민 E씨는 “여수시, 시의회와 합의됐을 것 아니냐. 시나 의회가 와서 주민들한테 설명해야지 에이포(A4) 몇 장 복사해와서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바다 일은 우리에겐 목숨줄이 걸려 있는 문제다. 해수부가 어민들의 입장을 얼마나 대변할 것이냐. 시장이나 의장이 나와서 설명을 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재현 의원은 “해수부가 주민이나 어민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참석한 분들은 이장, 어촌계장 등 마을 대표자들과 꼬막 사업 등을 크게 하는 분들”이라며 “경제 활동에 있어 어떤 제약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시끄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대(여자만)는 꼬막 주산지로서 보성, 순천과는 규모가 다르다. 피해가 갈 소지가 크다. 맨손어업도 마찬가지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마을 주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후 결론을 도출해야지 하자가 없다. 염려 말라고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여자만 갯벌 체험. (사진=여수시)
▲ 여자만 갯벌 체험. (사진=여수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신재영 해양생태과 과장은 “어느 정도의 규제는 있지만, 농수산업 활동에는 제약이 없고 지번이 없는 바다 공유수면(갯벌)만 지정 범위에 포함돼 육상 사유지에 대한 개발 행위 제한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이어 “어업 활동을 하다가 시설물을 증축해야 할 경우 해수부 장관의 허가를 승인받아야 하는데 터무니없이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승인해 주고 있다.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고 법령에 근거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후 예외 승인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군사적 목적이나 재해 예방 등의 공익상 부득이한 경우 행위 제한 예외를 두고 있다.

신 과장은 “순천의 경우 2003년 지정할 때만 해도 방문객이 10만 명도 안 왔는데 지금은 600만 명이 온다”며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먼저 지정된 지역들도 처음에는 어업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은 아닌지 우려했지만, 지정 이후에는 크게 만족한다”고 했다. 실질적인 주민 소득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참여 사업은 지역 하기 나름이다. 사업을 다각화하면 해수부, 환경부, 문화재청 등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 과장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주민들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회를 추가로 하거나 여수시를 통해 의견을 받겠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곳을 강요하며 지정할 수는 없으며 충분한 기한을 두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애초 주민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1~12월 관계부처 의견을 조회하고 12월 말 습지보호지역 지정‧고시를 할 계획이었다.

한편 (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은 10월 24일과 26일, 11월 7일 화양‧율촌‧소라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법령 및 기대효과 등을 설명했다.

 

▲ 여자만 해넘이. (사진-여수시)
▲ 여자만 해넘이. (사진-여수시)

여자만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 등재

흑두루미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2,0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전체 면적 1,284㎢로 서울시 면적의 2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남이 차지하는 비율은 87%로, 신안과 보성, 순천 등이 포함됐으나 여수와 고흥은 제외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다른 갯벌도 추가 등재를 권고했다. 최근 문화재청이 여수와 고흥, 무안의 갯벌 3곳에 대해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제출한 ‘한국의 갯벌 2단계’가 잠정목록에 오르면서 추가 등재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는 유산들을 충분한 연구와 자료 축적 등을 통해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예비목록이다. 여수와 고흥, 보성과 순천으로 둘러싸인 여자만은 2,600㎡의 규모로, 꼬막과 바지락 등이 주로 채취되며 대추귀고둥을 포함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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