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축제의 명암(明暗)
불꽃 축제의 명암(明暗)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11.10 09:2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여수밤바다 불꽃 축제. [사진 여수시 제공]
지난 28일 막을 내린 여수밤바다 불꽃 축제. [사진 여수시 제공]

 

이상율 주필

 

불꽃놀이는 화약과 금속분말을 혼합한 것을 공중에 쏘아 올려 폭발 또는 연소시켜 빛과 소리를 즐기는 놀이다. 불꽃반응을 이용하여 혼합하는 금속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최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정밀하고 다양한 연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기원은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인도, 페르시아 등지에도 있었다고 하며 원시적인 형태의 연화(煙火) 등장은 중국 수나라 양제 무렵이라고 한다. 이후 화약 기술이 유럽 각지로 전파되면서 불꽃 제조법도 함께 전해져 연화가 일반화되었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왕실에서는 대관식이나 세례식, 왕족의 결혼과 같은 행사를 통해서 더욱 정교한 형태가 나타났으며 이후 불꽃 축제로 발전되었고 한다.

김창규 과학 칼럼니스트는 불꽃놀이에 대해 백금 선의 저항 열을 이용하여 점화약을 발화시키는 전기 점화장치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고 했다. 이 백금 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화약을 점화한다. 그러면 도화선과 추진제 모두에 불이 붙는 것이다. 전기 점화 방식의 이점은 많은 연화를 정밀한 계획에 따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사의 통제에는 컴퓨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미리 짜놓은 각본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연화 자체에도 컴퓨터 칩을 장착해 연화가 공중으로 올라간 후 꽃피는 시간까지 제어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이 기술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부 사용됐다고 한다. 이렇듯 개화 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조명, 레이저, 음악과의 협연 또한 정확히 구사하게 되었다고 했다.

연극, 영화 관람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불꽃놀이만큼 어린이 어른 가르지 않고 환영하는 극적인 공연은 없을 것 같다. 밤하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펑펑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긴장의 순간을 기다리게 하는 초조함도 갖게 한다. 평소 거의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던 사람들이 오색찬란한 밤하늘을 보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며 힐링한다.

세계적인 불꽃 축제로 캐나다의 몬트리올 국제 불꽃 축제와 이탈리아의 피오리 디 푸오코 축제, 일본의 오마가리와 하나 비 축제, 호주 시드니, 그리고 서울 세계 불꽃 축제 등이 있다.

지난 107일 한강에서 열린 서울 불꽃 축제는 중국, 폴란드가 참여했다. 2000년에 제1회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인근 가시권 좋은 호텔 방이 100만 원을 훌쩍 넘길 만큼 인기를 실감케 했다.

부산 세계 불꽃 축제는 4일 밤 광안리, 이기대, 동백섬 앞바다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2005년 제1회로 시작, 올해 제18회 축제다. 2030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을 주제로 진행된 축제다. 개최지 선정을 한 달가량 앞두고 범시민 부산 유치 열기를 결집하고 엑스포 개최 역량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였다.

1모두의 꿈이 모이다’ 2꿈이 이루어지다로 나뉘어 화려한 불꽃 쇼가 이루어졌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나이아가라, 컬러이구아수 등, 시그니처 불꽃과 국내 유일의 지름 400짜리 초대형 불꽃 물결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여수도 지난 1028, 바다, 그리고 불꽃이라는 주제로 밤 8시부터 35분간 여수 밤바다 불꽃 축제를 가졌다. 밤바다 하늘을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물들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릴 때마다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가시권 구역인 이순신 광장, 남산공원, 돌산공원, 공고, 종화동 방파제, 자산공원, 이관 산 및 진성 여고, 고소동 벽화마을 등 가시권 지점엔 차량과 인파가 많이 몰려 외지인 3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 불꽃 축제와 비교할 때 소규모 축제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은 발사대 4, 여수는 1개로 규모로 물량 면에서 매우 빈약했다. 불꽃 연출은 간간이 끊김이 있었으나 그사이를 채우는 어떠한 메시지도 없었고 외부 조명, 레이저, 음악과의 협연 또한 조화롭지 못했으며 주제 표현도 부족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만약 여수 밤바다 관광 명품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남호, 이사부호의 선상 불꽃놀이를 파트너로 좌우에 배치 협연토록 하였으면 어쨌을까. 비록 5분가량의 짧은 선상 불꽃놀이라지만 보다 불꽃 그림이 풍성해졌을 것 같다.

또한, 지금의 연출 무대, 돌산 앞바다는 의전을 의식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이를 과감히 벗어나 거북선 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교량까지도 연출 도구로 이용할 수 있어 작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전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일이다.

불꽃놀이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화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주제가 있어야 하고 주제에 맞는 개성 있는 연출이 필수적이다. 불꽃의 크기, 개화 시간 등도 정밀하게 고려해야 하고 도화선의 길이를 계산하여 제작해야 하고, 연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한다.

정확한 수치는 제작자와 연출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연화의 크기와 성의 양, 도달 고도, 개화 반경은 비례한다. 즉 큰 연화일수록 많은 성이 들어가고 더 높은 곳에서 터뜨리며 개화 반경 또한 커진다는 것을 고려, 음악과 메시지의 전달이 확실해야 한다.

금 년, 가을 전국에서 열린 불꽃 축제는 서울, 부산 이외에도 진주 유등축제, 파주 윤정 호수 불꽃 축제, 목포 해상 W 쇼였다. 서울, 부산 축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소규모 축제에 머물고 있다. 지방 소도시 불꽃 축제는 예산과 물량 면에서 빈약하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수의 불꽃 축제를 더 확대하느냐 없애느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문득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독백이 떠오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람객 2023-11-12 13:23:33
의견에 공감합니다.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갈수록 연출과 규모는 축소되고 있어서 실망하는 분위기이고 시민들도 차만 밀리지 볼거없다고 안가고 차라리 유튜브 봅니다. 부산과는 비교 불가인데 명맥 유지를 위한 불꽃축제라면 비용낭비를 막기 위해 중단하던지 제대로 된 불꽃축제를 개최해 사랑받는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 해외팀과 경연등도 괜찮아서 참여국을 늘리고 거북선대교를 이용한 나이가라쇼등 디양한 퍼포먼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