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건조·전라좌수영 핵심 수군진’ 여수 방답진성·굴강 보존·복원 시급
‘거북선 건조·전라좌수영 핵심 수군진’ 여수 방답진성·굴강 보존·복원 시급
  • 마재일
  • 승인 2023.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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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가치 조명 학술대회…역사성·학술성 충분
​​​​​​​유산가치 극대화·사유재산권 제한 최소화 ‘과제’
▲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방답진성 선소 굴강.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방답진성 선소 굴강. (사진=마재일 기자)

전라좌수영 핵심 수군진으로 거북선을 만들고 군선 정박을 위한 굴강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방답진성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그동안 사실상 방치되면서 훼손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성곽과 봉수 등 관방유적이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히 많은데도 효율적인 보존관리와 조사연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수시와 (재)나라문화연구원은 지난 3일 오후 2시 돌산읍사무소에서 주민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방답진성·굴강 전라남도 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지희 (재)나라문화연구원의 ‘여수 방답진 선소 굴강의 조사현황 및 성과’ 발표에 이어 김세종 목포대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여수지역 관방유적과 방답진성의 위상’, 이수진 동신대 영산강문화연구센터 학예연구실장의 ‘방답첨사진의 설진과 운용-문헌자료를 중심으로-’, 장여동 순천시청 문화재활용팀장의 ‘여수 방답진성 문화재 지정과 향후 활용방안’ 등의 발제가 있었다.

최인선 순천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린 종합토론회에서는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 나동욱 영남성곽연구소장, 정의도 한국성곽학회장, 정경성 전남도 의병박물관건립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방답진 선소 굴강 원형 발굴

‘방답진성’은 전남 여수시 돌산도의 최남단에 있는 전라좌수영 수군 진성으로, 1523년 설진 이후 1895년 고종 32년 폐진 될 때까지 370여 년간 해상 방어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1870년대 발간된 <호남읍지 湖南邑誌>에 따르면 당시 방답진성 규모는 전선 8척과 수군 705명이 주둔했다. 둘레가 611m, 높이가 3.9m의 사다리꼴 석성으로 성문(동·서·남) 3개소가 있었고, 현재 성곽 일부는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여수 방답진성·굴강 전라남도 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방답진성·굴강 전라남도 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방답진성·굴강 전라남도 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토론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방답진성·굴강 전라남도 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토론회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방답진 선소(防踏鎭 船所)는 전라좌수영 소속 수군 기지 중 하나인 방답진에서 배를 만들던 곳이다. 수군 무기고, 쌀·물·군복 등의 전쟁 물품을 저장했던 창고, 무기 제작, 전선을 만들어 바다로 내려보내고 수리했다. 현재는 적의 침입으로부터 전선을 보호하거나 적이 침입한 곳으로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한 굴강(堀江) 남아 있다. 특히 군내리 곳곳에는 방답진성 내에 있었던 돌산군관청, 동헌, 객사터, 사령창터, 굴강, 서문밖 통샘 우물 등이 남아 있다.

윤지희 나라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돌산 방답진성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본영과 순천부 이외에 거북선을 보유한 중요 진이었다. 이충무공전서에는 임란 당시 사용된 3척의 거북선이 좌수영에서 건조한 ‘영구선 營龜船’, 순천부에서 건조한 ‘순천구선 順天龜船’, 방답진에서 건조한 ‘방답구선 防踏龜船’으로 방답진에서도 거북선을 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굴강을 포함한 선소 대부분은 수군진 철폐 이후 해안선 매립 및 도시화에 의한 지형변화로 선소 터로 남아 있거나 ‘선소’라는 지명으로 그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바다에 접해 있는 굴강의 경우 조수의 영향에 따른 훼손 및 지형변화 등으로 인해 형태가 확인되는 예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방답진 선소의 굴강의 경우 외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군내리 항 앞 송도와 망고산 사이의 좁은 수로를 우측으로 감아 돌아 통과해야 하는데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요해지에 위치한다.

조사 결과 굴강 석축의 잔존 규모 및 축조 방법, 출입을 위한 계단시설이 확인됐다. 윤 연구원은 “방답진 선소 굴강에 대한 발굴 조사를 통해 고지도에 기록된 굴강의 위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드물게 발굴 조사된 굴강 석축은 조선시대 굴강의 축조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이며, 향후 방답진성의 보존·정비를 위한 합리적인 근거자료로 축적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라문화연구원은 올해 1월 6일부터 11일까지 유적의 잔존 현황 및 범위 파악을 위한 시굴 조사에 이어 4월 11일부터 5월 16일까지 정밀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성과 선소 굴강 위치. (자료= 순천방답진 지도, 1872)
▲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성과 선소 굴강 위치. (자료= 순천방답진 지도, 1872)

여수, 성곽‧봉수 무관심 속 파괴·훼손

김세종 목포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4개의 성곽과 19개의 봉수가 있는 여수지역은 다른 지자체보다 관방유적이 월등히 많은데도 효율적인 보존관리와 문화재 지정 및 복원에 앞서 선행돼야 할 조사와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적에 대한 조사에 앞서 도시 및 항만 개발, 국가산단 조성과 같은 산업화의 여파로 많은 관방유적이 지역의 무관심 속에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실정이다”고 했다.

관방유적은 국경 방비를 위한 진(鎭)이나 영(營), 보(堡), 책(柵) 등 군사적 목적의 시설을 말하는데 여수시 둔덕동 산96-1에 자리한 테뫼식(산 정상을 둘러쌓은 성) 토축산성인 ‘중산산성’은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가 들어서면서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마래산 봉수의 흔적도 대부분 훼손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산 정상에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는 활공장이 조성됐고 과거 헬기장도 시설된 적이 있다. 남면 연도에 있는 중봉봉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으나 군사시설 조성으로 현재 봉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여수지역 관방유적 중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그 성격이 밝혀진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고락산성(도 기념물 제244호)은 백제 말기 변경지역에 축조된 여수지역 최초의 백제산성이다. 1490년(성종 21) 완공된 전라좌수영성은 일제강점기 이후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와 항만 조성으로 성벽과 부대시설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11년부터 진행된 몇 차례의 조사에서 전라좌수영의 일면을 추정할 수 있는 고고자료가 확보됐을 뿐이다.

 

▲ 백제 말기 변경지역에 축조된 여수지역 최초의 백제산성인 고락산성에서 발굴된 유구 및 유물. (자료=학술대회 책자)
▲ 백제 말기 변경지역에 축조된 여수지역 최초의 백제산성인 고락산성에서 발굴된 유구 및 유물. (자료=학술대회 책자)

국가사적인 여수석보성은 경상도(울산)의 유포석보(柳浦石堡)과 함께 전라도를 대표하는 석보로 꼽히지만, 동일시기에 축조된 유포석보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평면 형태와 부대시설의 배치, 축성기법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은 15세기 중반의 조선시대 성곽을 이해하는 성곽사의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김 연구사는 “시대적 한정성과 사례의 희소성이 있는 관방유적으로서 역사적·학술적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고 평가했다.

여수의 크고 작은 섬에는 봉수와 요망, 망대로 이뤄진 군사 통신 유적이 즐비하다. 방답진성은 돌산도 봉수와 인근 섬에 배치된 요망을 통해 상황을 보고 받고 왜구 출몰에 대응했다. 방답진성의 임무 수행과 봉수·요망과의 탁월한 연계성은 전라좌수영 최일선의 핵심 수군진의 위상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방답진성에서는 지금까지 조사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희소성을 갖는 굴강이 확인됐다. 김 연구사는 “방답진성에서 석축과 출입시설(계단)로 이뤄진 굴강이 조사돼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굴강을 조사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방답진성의 역사성과 학술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문화유산 지정을 통해 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 방답진성이 역사와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확보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 선소 굴강 위치. (자료=학술대회 책자)
▲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 선소 굴강 위치. (자료=학술대회 책자)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성 선소 굴강 발굴 조사 모습. 위-석축 중앙 전경, 왼쪽-석축 폐기 양상(패각축), 오른쪽-계단. (자료=학술대회 책자)
▲ 여수시 돌산 군내리 방답진성 선소 굴강 발굴 조사 모습. 위-석축 중앙 전경, 왼쪽-석축 폐기 양상(패각축), 오른쪽-계단. (자료=학술대회 책자)

원형 복원 위한 체계적 시스템‧지원 필요

장여동 순천시청 문화재활용팀장은 진남관 앞에 있었던 전라좌수영 본영 선소는 매립돼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돌산 방답진 선소는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으나 보존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전동의 선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됐으나 체계적인 복원에 있어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장 팀장은 “무엇보다 방답진의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문화재 지정과 성곽, 굴강 복원, 정비, 보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원형대로 정확히 복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과 체계적인 계획,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순신, 임란 유적이 산재해 있는 만큼 방답진과 연계해 해양 문화와 호국 성지에 대한 교육 및 관광자원 활용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군 훈련 체험 등 역사성을 가진 프로그램 개발과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 개발도 주문했다.

정경성 전남도 문화자원과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방답진성은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했다. 도로 정비 등의 개발사업과 마을이 조성되면서 보존보다는 천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관은 “문헌 기록을 통해 방답진성의 축성 시기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데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한 추가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 지정은 사유재산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는 만큼 문화유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사유재산권 제한 최소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돌산군관청(도 유형문화재) 인근 돌산읍 군내리 일원은 건축행위 등이 제한되고 있다. 방답진성 일원이 문화재 지정구역으로 확대되면 많은 민원 제기가 예상되는 만큼 성곽이 남아 있는 구간과 성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면적을 확보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여수시는 지정구역 면적으로 제시한 26필지 2,090㎡ 중 1,733㎡(83%)를 매입한 상태이다. 방답진성 발굴 조사 일부 비용 도비 지원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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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힘 2023-11-16 19:34:11
교통깡촌 돌산읍은 철도와 고속도로 가지고 싶다면 방답진 복원에 시너지 효과차원에서 관광단지 조성도 강력히 필요하다.
또한 방답진성 원형복원으로 인해 군내리 최북서단에 이주단지를 만들어 학교와 공공기관.마을들을 이주하여 군내리지역 최상의 정주여건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군내리와 죽포리중 택1하여 관광단지도 조성함으로서 돌산지역의 일자리 창출로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돌산읍이 다시 늘어날 기회가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민주 2023-11-09 11:17:10
여수 선소 굴강의 보존을 위한 문화재 지정과 체계적인 관리지원 방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서희경 2023-11-09 09:56:45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