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이어온 장학금 기부…“정치, 희망과 감동 줘야”
26년간 이어온 장학금 기부…“정치, 희망과 감동 줘야”
  • 마재일
  • 승인 2023.11.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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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여수시민의 상’ 수상한 박정채 진남장학회 이사장
장학회 출범 후 1,478명 학생에게 7억여 원 지급
봉사단체 설립 등 나눔 실천…올해 시민의 상 수상
‘지역갈등·분열’ 정치권 책임…‘상생·통합 정치’ 조언
‘바둑 애호가’ 여수·한국 바둑 위상 높여…관심 절실
▲ 박정채 이사장은 1996년 4월 진남장학회를 설립해 올해까지 1,478명의 학생에게 7억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 ‘진남봉사단‘을 설립해 다문화가정, 홀몸 어르신에게 쌀과 난방비 지원, 소년·소녀 가장 돕기, 섬 어린이 장학금, 장애 학생, 탈북민 지원 등 온정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마재일 기자)
▲ 박정채 이사장은 1996년 4월 진남장학회를 설립해 올해까지 1,478명의 학생에게 7억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 ‘진남봉사단‘을 설립해 다문화가정, 홀몸 어르신에게 쌀과 난방비 지원, 소년·소녀 가장 돕기, 섬 어린이 장학금, 장애 학생, 탈북민 지원 등 온정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마재일 기자)

박정채(76) (재)진남장학회 이사장은 여수시의회 의원 5선, 기업 운영, 꿈나무 장학금 지원 등 지역 정치, 경제, 장학사업의 산증인이다.

1996년 4월 진남장학회를 설립해 올해까지 1,478명의 학생에게 7억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 ‘진남봉사단‘을 설립해 다문화가정, 홀몸 어르신에게 쌀과 난방비 지원, 소년·소녀 가장 돕기, 섬 어린이 장학금, 장애 학생, 탈북민 지원 등 온정을 아끼지 않았다.

26년이란 긴 세월 지역 학생과 꿈나무 양성, 나눔 실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여수시민의 상’ 교육과학 부문을 수상했다. 박 이사장은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시의회 5선 의원으로서 의장을 4차례 역임한 지역 원로 정치인이자 진남개발 등 4개 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현 한국기원 이사, 국제바둑연맹(IGF) 회장, 여수시바둑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바둑 애호가인 그를 만났다.

최근 ’여수시민의 상‘ 교육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학사업을 시작할 당시 의원 신분이다 보니 정치하는 데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정치를 그만둔 이후 장학사업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20여 년 전보다 사회가 다변화했다. 바둑 등 예체능 꿈나무에게 특별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장학금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공부를 잘하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 또한 우리가 품어야 한다. 요즘 공부 잘하는 아이의 가정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부유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지 않나.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저물지 않았나 싶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때론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정치인, 지역 화합‧통합 역할 해야

결국은 ‘정치’가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모두 국민을 위한다지만 진심인지 모르겠다. 양당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걱정스러운 나라다. 그리고 싸울 땐 싸우더라도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맨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고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 데서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닌지. 여수도 정치를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치가 뭔가. 시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듣고 해결하면 된다.

여수는 국가산단, 수산업, 관광 등 다른 도시에 비해 모든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치만 뒷받침되면 시민의 삶의 질이 정말로 더 좋아질 수 있을 텐데, 정치가 희망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 박정채 이사장은 정치가 시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지역을 화합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박정채 이사장은 정치가 시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지역을 화합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특히 갑을 지역구 간 갈등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차라리 한 지역구가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닌가. 두 국회의원 따로, 시장 따로이다 보니 의회도 갈라지고, 시민까지 분열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정치인은 지역을 화합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수는 국회의원이 한 명이 돼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두 명이라고 국비를 엄청나게 많이 확보하는가. 여기에 동의할 시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의장을 하던 당시에는 국회의원들이 의회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갈등이 생기면 중재 역할을 했다. 시의회가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의원들이 자유롭게 집행부를 견제 감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양쪽으로 나뉘고 의원들이 소신껏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더라. 지역 현안이 생기면 누군가의 힘으로 딱 갈라진다.

줄 세우기 등의 폐해로 기초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 요구가 끊이질 않지만, 국회의원들이 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통합청사 문제만 보더라도 8개로 분산돼 있는데 아주 비효율적이다. 부서가 사방에 흩어져 있다. 각자의 정치적 셈법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이다. 여수시장이 연임하지 못하는 것도 지역의 불행이다. 최소 재선은 해야 정치와 행정을 알고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역경제 우려…관광, 발상의 전환 필요

지역경제의 큰 축인 산단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건설 경기가 부진하다. 가장 먼저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계속해야 서민 경제가 돌아간다. 하다못해 집에 가면서 주머니 걱정 덜하고 소주라도 한잔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치권의 발 빠른 대책이 시급하다.

관광은 새로운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여수의 랜드마크랄 수 있는 ‘여수밤바다’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야간관광을 활성화하려면 거북선대교 조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을 보면 연꽃을 형상화한 건물인데 조명이 일품이다. 야간관광은 조명이 생명이다. 밤바다를 한 번 보고 간 사람이 두 번 세 번 오게 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그래서 선진지 견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 담당자들의 열린 마인드가 중요하다.

 

▲ 박정채 이사장은 1996년 4월 진남장학회를 설립해 올해까지 1,478명의 학생에게 7억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사진=진남장학회 제공)
▲ 박정채 이사장은 1996년 4월 진남장학회를 설립해 올해까지 1,478명의 학생에게 7억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사진=진남장학회 제공)

현직 시절 여수시의 관광객 집계 허수에 대해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1,300만이니 1,500만이니 수치보다는 정확한 통계기법으로 관광의 질 수준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 관광객 수에만 매몰되다 보면 허수가 생길 수 있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도 숙박시설이 계속 지어지는 상황인데, 나중에 유지가 될까 걱정스럽다.

오동도 입구의 공영주차장도 이왕 지을 거면 외형을 주차장 같지 않게 특색 있게 지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여수시가 정말 국제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한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소문난 바둑 애호가

정치를 떠났지만, 바쁘게 지낸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바둑 국가대표팀 선수단장을 맡아 참가했다.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최근 중국 양저우시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교류 도시 친선 바둑대회’에서 여수시선수단장으로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수시와 중국 양저우시, 일본 가라쓰시는 자매결연한 이후 매년 3개국을 순회하며 바둑 교류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한종진 프로기사협회장, 이슬아, 권형진, 김세실, 김선호, 이나경, 임채린 등 우리 지역 출신 프로 바둑 기사들이 많다. 한 도시에서 프로기사가 이렇게 많이 배출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여수시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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