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도학원 공립화 ‘가결’ 첫 단추 뀄는데…학부모·교사 반발
여수 여도학원 공립화 ‘가결’ 첫 단추 뀄는데…학부모·교사 반발
  • 마재일
  • 승인 2023.11.07 18: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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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학교법인 해산 안건, 찬성 10·기권 2 가결
학부모·교사 피켓 시위…일방적·무책임 태도 규탄
‘침체 장기화’ 기업경영 부담·교육 여건 변화 작용
​​​​​​​학생‧학부모‧교사·법인과 지역사회 숙의 과정 필요
▲ 여도초·중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립화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여도초·중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립화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여수산단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사립학교 여도초·중학교의 공립화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사들이 반발하는 등 반대와 찬성이 엇갈리면서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학교법인 여도학원 이사회는 지난 6일 오후 2시 여도중 도서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인 해산 및 공립 전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법인 해산 안건에 대한 거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회의에 참석한 12명 가운데 찬성 10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이날 회의는 여수산단 출연회사 이사 10명, 개방이사 2명이 참석했으며 법인 해산 안건에 이사 정수의 3분의 2인 이사 10명이 찬성 의사를 표시해 최종 가결됐다. 개방이사 3명은 불참했으며, 이사회 방침에 반발한 초·중 교장은 투표 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여도중학교 홈페이지 학교법인 자료를 보면 이사회는 산단 출연회사 이사 10명, 전현직 여도초·중 교장·교사 개방이사 5명, 산단 출연회사 감사 2명(개방 1) 등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법인 여도학원의 여도 초˙중학교는 지난 1980년 여수산단 기업들이 출자해 임직원 자녀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설립했다. 지난 40년 가까이 이 학교는 사립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진학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지역 내 공립화 요구가 계속돼왔다.

학교법인 여도학원 이사회는 이 같은 지역 내 여론을 수렴해 이 학교들을 공립화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기부채납 및 해산 프로세스 검토를 위한 TF 구성 결의, 지난 5월 10일에는 회의를 열어 공립화 추진을 위한 법인 해산 안건을 상정했지만 무기명 투표 결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여도학원 공립화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여도초·중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립화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여도초·중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립화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여도초·중 학부모·교사, 이사회 규탄

이날 이사회 투표에 앞서 초·중학교 학부모와 교사 250여 명은 공립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여도초·중학교 교사·학부모들은 결의문을 통해 지난 5월 10일 법인 해산 투표 결과 부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일방적인 이사회를 통해 뒤집기를 시도했다며 교사, 학생, 학부모를 기만하는 이사회의 파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건학 이념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학교의 노고는 외면하고 졸속으로 학교를 공중 분해하려는 이사회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여도중학교 공립화 전환에 대해 교육의 실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반대가 80%가 넘어서는데도 이사회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학교 운영을 위해 내야 할 분담금을 불성실하게 학기 말에 내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했으며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으로서 지속적인 지원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의 행태도 비판했다. 이이 그동안 지역사회 교육을 선도해온 여도중학교 교육적 전통은 뭉갠 채 의도적으로 학교에 흠집을 내고 편파적 언론 플레이를 통해 지역민의 혼란과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운영비 70% 이상이 국가 보조금, 사실상 공립

반면 공립화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교법인 운영비 가운데 국가 보조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산단 기업 지원금은 20%도 되지 않아 사실상 공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 처지에선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으면서 일반 학생들 입학을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2011년부터 산단 임직원 자녀가 아니라도 일부 입학이 허용되긴 했지만, 이는 소수일 뿐 인근 학생들이 진학하지 못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주민들 자녀는 인접한 여도초등학교를 두고 4km 이상 떨어진 여천초등학교까지 원거리를 통학하는 실정이다. 특히 등·하교 시간에는 통학 차량이 얽히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교통사고 위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여도초·중학교 전경. (사진=마재일 기자)
▲ 여도초·중학교 전경. (사진=마재일 기자)

최종 법인 해산과 학교 공립화는 전남도교육청 승인인가와 전남도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도교육청과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여도학원 공립화 문제는 재논의가 이뤄진다. 법인 측은 학부모·교사들의 반발이 강한 만큼 TF를 구성해 공립화 시점과 추후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사회 회의 한 참석자는 “분담금은 나눠서 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석유화학업계 불황과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일부 학부모가 반대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있지만 구성원 전체가 피해 보지 않고 공립화돼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산단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덜려는 방편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이찬기 의원은 “공립화하더라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현재처럼 분담금을 계속해서 내면 학교가 더 좋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산단 기업 관계자는 “여도학원에 내는 분담금만큼 지역에 사회공헌 사업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여수시 상암동에 있는 상암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중학교 통학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2012년 삼일중학교가 죽림지구로 옮기면서 인접한 여도중학교가 있는데도 여학생은 진남여중, 남학생은 구봉중·충덕중 등으로 길게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원거리를 통학하는 실정이다.

여수시의회 구민호 의원은 “삼일중학교 이설 당시 상암초 졸업생은 여도중으로 진학한다는 약속 정도는 받아뒀어야 했는데 교육·시 당국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5년 진남여중이 남녀공학으로 바뀌거나 여도중이 공립화하면 상암초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도초 공립화로 여천초와 상암초의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향후 갈등과 반목 최소화를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재단, 교육청, 지역사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6일 학교법인 여도학원 이사회 모습. (사진=독자 제공)
▲ 지난 6일 학교법인 여도학원 이사회 모습. (사진=독자 제공)

공립화 추진 VS 사립 유지 사유 보니

한편 지난 5월 10일 열린 여도학원 제5차 이사회 회의록의 ‘공립화 추진 사유’를 보면 최근 공교육의 교육 운영의 질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여도학원 설립 당시의 목적 및 건학 이념이 많이 희석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여도초·중 입학 전 지속적인 민원 발생, 여도학원 운영예산 중 약 70% 이상이 국가 보조금 지원, 여도학원의 한정적인 여건으로 외부 환경변화 대응에 느린 속도, 전문기관인 교육부가 운영하는 것이 여도학원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는 점을 꼽았다.

‘사립 유지 사유’에 대해서는 여도초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 창의적인 현장 체험 학습, 외국어 교육 등의 교육활동 제공, 여도중은 교과교실제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IB(인터네셔널 버칼로레아) 교육 과정의 유지 등과 같은 건학 이념에 충실한 교육활동 제공, 출생률 저하로 5년 후면 인근 지역 입학 민원 제기 감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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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시민 2023-11-16 23:51:48
여수산단 기업들의 행태가 참으로 우습다. 여도학원 분담금만큼 지역에 사회 공헌 사업을 하겠다는 말은 분담금으로 지금까지 하던 사회 공헌사업비를 대신하겠다는 얄팍한 술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수 시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가? 지난 수십년간 여수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인데 근래 들어 수익이 줄어들자 그마저도 덜 내려고 꼼수를 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 직원 자녀들 숫자가 줄어드니 발을 빼겠다? 여수산단 기업들은 여도학원에서 발을 뺄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여도학원이 운영되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지역 사회를 위해 학교의 문을 개방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 아닌가? 공립화를 시키겠다고 할게 아니라 인근 거주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