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과 사회공헌, 그리고 특혜와 삥 뜯기
지역개발과 사회공헌, 그리고 특혜와 삥 뜯기
  • 남해안신문
  • 승인 2023.08.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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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한정우 박사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양면에 조성하려던 모 타운하우스 건설사업이 개발조합과 여수시와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사업은 5만 제곱미터의 부지를 200여 억 원을 들여 개발하기로 개발조합과 여수시가 2019년도에 개발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3만 제곱미터 이상인 이 타운하우스 인허가를 위해서는 길이 1,225미터의 도로를 폭 8미터 이상으로 확장하여야 하며, 이러한 도로를 확장하는 데에는 토지수용비 20억을 포함하여 약 50억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조건부 승인을 내어주고 여수시의회는 8억의 관련 예산을 승인하였다고 한다.

그 동안 잠잠하던 이 개발사업이 지상에 떠오르게 된 이유는 도로건설에 대한 책임문제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개발조합은 도로확장에 필요한 50억 중에 조합은 2억을 부담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고, 여수시는 50억 중에 업체가 6억을 부담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개발조합이 부담하기로 한 금액에 관한 양측의 협약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니 누구의 말이 맞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도 아니고 지역개발인지 특혜인지를 말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민간업자는 2억이나 6억을 부담한다고 약정하고 여수시는 50억을 들여 폭 8미터, 길이 1,225미터의 도로를 개설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협약인가?’의 문제의식이다.

한편으로 보면 여수시가 지역 개발을 위하여 도로를 개설하는데 관련된 민간업자가 2억이나 6억을 부담한다니 민간업자의 사회공헌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민간업자가 2억이나 6억을 부담한다고 해서 여수시가 50억의 도로를 개설해주는 것은 특혜일 수 있으며, 도로를 개설해줄 터이니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 여수시의 삥 뜯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해상케이블카 주차장 조건부 허가와 사회공헌 약속, 웅천개발과 관련된 도시계획 변경과 사회공헌 약속 등등, 최근 10여 년 동안 여수시는 개발과 특혜, 그리고 사회공헌과 삥 뜯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보도를 접하면서 시민들에게 공개된 협약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민간업자와 여수시만의 이면 협약이 감춰진 개발사업은 없는지, 더 나아가 허가권자 개인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비밀 협약이 숨겨진 개발사업은 없는지, 불필요한 의심을 확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공헌은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긴 사회적 책임감과 자율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혜택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고 기부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익명의 사회 공헌자들의 작은 정성에도 우리는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지역 개발과 무관하게 오로지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업에 특혜성 편의를 제공하고, 특혜시비를 무마시키기 위하여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삥 뜯기일 뿐이다.

특혜를 받기 위해 억지로 맺는 협약은 감사의 마음이 담긴 진정어린 사회공헌이 아니라 단지 더 큰 이익을 보기위한 마음에 없는 삥 뜯기로 느껴질 뿐이며, 이러한 이해관계에 근거한 협약으로 인해 여수시와 법적 분쟁을 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어른 김장하’라는 책과 방송을 본 지인들이 필자에게 독서와 청취를 권한 적이 있다.

필자가 워낙 게으르고 그 어르신처럼 살라는 압박으로 느끼기 싫어서인지 독서와 청취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르신의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가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정도는 알게 되었다.

요즘 사회관계는 Give and take 시대라고 한다.

주는 만큼 요구하고 받는 것이 당연하고 정의로운 것이며, 많이 주고 적게 받는 경우라면 손해를 보는 것이고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관계일 뿐이며 이해관계로 맺어진 계약의 관계일 뿐이다.

부모나 연인의 관계처럼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많이 못 주는 것을 오히려 미안해하는 진심이 담긴 마음의 관계도 있다.

‘어른 김장하’선생님은 사회적 계약의 시대를 사시면서도 인간적인 진심을 베풀며 살아오셨기에 그 울림이 더 크게 들리고 진정한 어르신으로 존경받는지도 모르겠다.

지역개발은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고, 지역에 필수 불가결한 사업이라면 관련된 시민들의 사회공헌 약속이 없더라도 ‘줬으면 그만이지’의 마음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그 특혜시비를 무마시키기 위하여 사회공헌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마음에 없는 ‘Give and take’ 사업이라면 이제 그만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한정우 박사/ 정치학.한의학/ 사단법인 여수이주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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