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열정과 관대함은 산 페드로 시민들의 삶에 감동을 주셨다“
”여러분의 열정과 관대함은 산 페드로 시민들의 삶에 감동을 주셨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08.23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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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재개된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봉사현장을 찾아]
강병석 단장, ”지구촌 하나로 묶는 국제 의료봉사 활동은 영원히 이어갈 것“
17명의 의료진 등 35명 봉사단, 필리핀서 28번째 해외의료봉사 구슬땀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가 필리핀 산페드로 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진료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 선 시민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가 필리핀 산페드로 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진료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 선 시민들.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회장 강병석. 제일병원 원장)가 코로나 사태로 잠정 중단했던 국제 의료봉사 활동을 재개했다.

봉사단은 필리핀 마닐라 라구라 주 산페드로 시 바랑가이 3개 마을에서 7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28번째 국제 의료봉사 활동을 8월 3일까지 마치고 돌아왔다.

강병석 단장을 비롯한 의사 9명, 교수 1명, 치과 위생사, 임상병리, 간호사 등 의료진 17명, 구호지원단 16명, 교류협력단 2명 모두 35명이 함께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구촌이 하나임을 일깨우게 했던 대장정 현장의 조각난 이야기들을 모아보았다.

7월의 마지막을 알리는 29일 아침 여수시 학동 제일병원 뒷마당에는 황토색 재킷을 입은 적잖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가 필리핀 산페드로 시로 국제 의료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출발하는 날이다. 모두 모이자 곧장 플래카드를 펼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10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공항에서 저녁 7시 15분 마닐라행 아시아나 항공 편으로 출발 4시간 조금 지나 도착, 현지에서 조아라, 이성원 목사의 안내로 숙소인 아카시아 호텔엔 1시경 짐을 풀었다. 일행은 긴 여행에 쉴 틈도 없이 곧장 삐콤 소포장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삐콤과 구충제는 환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진료 현장을 찾는 모든 주민에게 나누어주는 필수품 중의 하나다. 23kg들이 가방 17개에 가득 담았으니 짐작으로 약 4t 분량이다. 이를 작은 플라스틱 통에 약 30개씩을 담아야 한다. 호텔에서는 작업할 장소가 마땅찮다. 누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일행이 머물 방과 심지어는 막무가내로 바깥 복도에다 멍석을 깔고 작업을 시작, 서너 시간 만에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치과 진료 현장을 찾은 산페드로 시장.
치과 진료 현장을 찾은 산페드로 아트 시장.

 

30일 아침 진료가 시작되면 바로 현장에서 쓰일 치과 버스(DENTAL MACHINE BUS) 상태가 어쩐지 불안했다. 서현기 사무국장이 치과 기공사 김경순, 치과 위생사 김재민, 간호사 김광필 씨를 그 버스가 주차한 현장에 급히 보내 상태를 살피도록 했다. 결과는 경악스러운 보고였다.

해당 기관은 버스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고 탐문 결과, 겨우 물에 잠겨 있는 현장을 발견하긴 했으나 약 4년 전 의료봉사 때 사용했던 치과 버스를 그동안 잦은 폭우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그대로 방치, 온통 흙탕 속에 잠겨 있어 쓸모가 없을 것 같다는 전언이었다.

결국 서현기 사무국장의 지시로 수리 작업에 들어갔고 다행히 오전 중 수리를 끝내 사용이 가능하겠다는 판정이 났다. 치과 이동형 유니트 체어 등 의료기기와 약품을 비치하고 모든 작업의 준비는 끝났다.

단 여수시가 기증하기로 한 컴퓨터만 50대만 탁송이 늦어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다. 도착과 동시 산페드로 시청에 기증되도록 조치했다.

30일 일요일이었다. 오후에 짬을 내어 마닐라 시티 투어를 했다.

산페드로 시를 네 차례나 방문했지만, 마닐라까지의 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해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최근 마닐라~산페드로 시 간, 고속도로가 개설된 바람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시티 투어는 고작 인트라무로스 성벽의 일부로 필리핀의 영웅 호세 리잘이 처형 전까지 수감되었다는 마닐라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성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는 산 아구스틴 성당, 필리핀의 독립 영웅 호세 리잘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리잘 시민 공원을 둘러보고 마차를 타고 성벽 주변을 둘러보는 주마간산으로 만족해야 했다.

31일 아침은 부산했다. 첫 진료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라구나주 산페드로 시 바랑가이 꾸얍이다.

우리 일행 모두 먼저 산페드로 시청을 방문했다. 마침 작년 7월 산페드로 시 시장에 당선, 취임 1주년을 맞은 37세의 젊은 “아트” 시장이 시 산하 공무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취임 1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연설하던 “아트” 시장은 일행을 반색하고 자신 연단 뒤쪽으로 모두 불러들여 줄지어 서도록 하고 곧장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강병석 회장과 일행을 소개했다. 이어 강 회장을 연단으로 이끌어 마이크를 넘겼다.

강 회장은 우리는 하나라면서 여수와 산페드로 시 간,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국제 의료봉사 활동은 영원히 이어갈 것이라면서 산페드로 시와의 끈끈한 우정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이들의 큰 함성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치과 진료 현장에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
치과 진료 현장에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

 

후일담이지만, 아트 시장은 당선 후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 산페드로 시 봉사활동에 대해 추진 여부를 놓고 고뇌했다고 한다. 그 간의 행적이 인도적이며 순수함을 인식하고 도리어 지난 5월 아트 시장이 직접 의료봉사활동을 위한 초대장을 보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 31일 의료봉사단 24명을 구성, 총사업비 7, 200만 원을 들여 현지 의료봉사활동을 하였고 코로나가 창궐, 대면 진료가 불가 한 2020년 4월엔 현지 진료소로 운영하던 솔트앤라잇에 의약품 치과 체어기구 76종, 황사마스크 5,000매, 데탈마스크 3,000매, 성금 1천만 원을 지원했고 2021년 6월 산페드로 시청에 황사마스크 10만 장 등 꾸준한 지원에 따른 진정성을 인정받아 초청장을 보내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아트 시장과는 첫 만남이었지만, 오랜 친구를 만나듯 허물없어 보였다. 시장실로 옮겨 상호 선물을 교환하고 일행은 첫 진료지역 바랑가이 꾸얍으로 향했다.

7월 31일 꾸얍에서 8월 1일은 높다는 의미의 랑감에서 마지막 날은 사우스빌 산안토니아에서 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도 진료 장소인 체육관은 많은 인파로 꽉 채워져 있었다. 접수대, 약국, 진료 과목별 진료실을 설치하고 어제 수리했다던 치과 병원차도 길가에 주차하고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10시부터 진료가 개시됐다.

예년에 비해 질서가 정연하고 우리를 반기는 주민들의 눈길이 정다웠다.

아트 시장의 관심과 배려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원봉사대 80명을 조직 현장마다 배치하고 우릴 돕게 했다.

환자가 오면 접수와 동시 성명과 혈압, 혈당을 체크 기록이 적힌 쪽지를 건네고 해당 진료과로 안내한다. 진료 후 처방이 기록되면 약국으로 안내한다. 이외에도 잦은 음료수, 배식을 도맡아 우리 일손을 돕도록 했다. 여기에 우리 동포 이성원 목사와 조아라 국제교류 이사가 운영하는 ‘솔라잇 나이트 봉사단’ 20명이 함께하여 지원함으로써 의료활동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능률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곳 시장은 의회 의장을 겸한다. 경찰권까지 갖고 있다.

진료봉사단이 호텔에서 출발하면 즉시 경찰차가 선두에 서고 안내한다. 어느 때보다 지역 단위에도 자원봉사자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아트 시장의 배려가 묻어 나왔다.

해당 의사가 검진과 진료 후 처방을 주면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받고 복용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아울러 삐콤 한 통도 지급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간단한 피하 낭종 수술도 이어졌다. 심병수 신경외과 간호사 김광필 조는 40여 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습지대서인지. 고혈압 당뇨병 환자도 꽤 많았다. 당국의 예방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오후 2시경 치과 병원차의 엔진이 꺼졌다. 그런데 차량 오일 계랑 기는 이상 없다는 신호다. 기름을 보충하기로 했다. 두어 시간이 지나 재가동 후 모든 환자의 진료를 끝낼 수 있었다. 특별히 단상에 마련한 주사실에서는 노약자에 대한 링거도 주사하여 얼키설키 주사 줄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청소년과 박승원 원장은 진료가 끝나면 아동들에게 스스로 준비한 비행기 풍선,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을 나누어주어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12시가 되면 장내가 부산해진다. 무상 급식 시간이다.

한방뜸치료를 받고 있는 시민들.
한방뜸치료를 받고 있는 시민들.

 

마을에 맡겨둔 도시락이 자원봉사자 손길로 전해지고 어린이에게는 영양죽이 배달된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재잘대는 목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음악의 흐름인 것 같다고나 할까. 마치 잔치 집 풍경이다. 우리도 현지식을 함께 한다.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일체(同一體)를 위해서다. 약 1,500명가량의 주민이 찾아 1,000여 명이 진료하고 식사도 함께했다.

두 번째 비교적 산지에 속하는 바랑가이 랑감 이다. 세 번째 바랑가이 사우스빌 산안토니오에서 비슷한 수순으로 의료봉사활동이 이루어졌다. 모두 진료 현장에서 1,800여 명이 진료를 주민 3,000여 명이 현지식 도시락과 영양죽을 함께 했다. 아트 시장이 불쑥 현장을 찾아 봉사단을 격려하고 주민과의 대화도 격의 없이 나누는 광경을 보였다. 인류는 동일체(同一體)임을 거듭 상기시켰다.

마지막 ‘사우스빌 산안토니아’의 진료를 끝낸 1일 밤 아트 시장 부부는 우리 일행을 알라방 모 식당으로 초청했다.

아트 시장은 “여러분의 열정과 관대함은 산 페드로의 수많은 시민의 삶에 감동을 주셨으며,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오랫동안, 이 협력관계가 지속해 번영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더 나은, 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여정에 가장 중요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이 결속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가까운 시일에 여수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회 봉사단을 환영하는 산페드로 아트 시장.
지구촌사랑나눔회 봉사단을 환영하는 산페드로 아트 시장.

 

때맞춰 국제 협력단(여수시청) 명성원 씨가 노트북을 펴고 약 3분짜리 여수 섬 박람회 홍보영상을 보여주었다. 부부는 다투어 여수를 꼭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거듭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2일 저녁에도 직전 시장 ‘베비 카타퀴즈’의 가족이 초청한 만찬이었다. 시장의 아들 네 명의 부부도 모두 함께 자리했다. 카타퀴즈 전임 시장은 와병 중 2022년 12월 소천했다. 당시 비보를 접한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는 즉시 멀리서나마 조화와 조의금을 보내는 등 정중한 조문을 했다. 이에 대한 답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혈육의 정을 나누는 자리 같다고나 할까.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는 필리핀 산페드로 시 의료봉사단은 산부인과 강병석, 김산, 치과 오창주, 김상철, 신경외과 심병수, 내과 정대호, 양필선, 소아청소년과 박승원, 가정의학과 이희수, 의과 대학 문형배 교수 등 의사 10명, 임상병리사, 조미현, 김희정, 간호사 김광필, 치과 기공사 김경순, 의약품 담당 서현기(인솔 총무) 등으로 의료진 17명, 구호지원단 16명, 교류협력단 명성원(여수시청), 언론 이상율 등 35명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번 봉사단에는 통역과 현장 지원을 하는 구호지원단에 의사 가족이 많았다. 부인, 자녀, 손자 등 1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가정환경 때문인지 의료상식이 많아 처방전 처리, 조제 등 의사들의 영역까지 지원, 진료 능률을 올리는데 효율적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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