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이 정치하나?...여수 정치권의 치킨게임 ‘혐오’
현수막이 정치하나?...여수 정치권의 치킨게임 ‘혐오’
  • 강성훈
  • 승인 2023.08.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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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지역구 넘나드는 현수막 전쟁, 결국 선거법 위반 신고로 이어져
“시민들과 지역의 미래는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리그” 비난도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이 내건 현수막. 양측은 최근 상대측을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이 내건 현수막. 양측은 최근 상대측을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역 주요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현수막 공해’라 불리울 만큼 치적홍보용 현수막 내걸기 경쟁을 펼친 끝에 고소전으로 확전하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비난의 중심에 섰다.

갑을 지역구내에서 이뤄지던 현수막 전쟁은 최근에는 상대 진영(?)까지 침범하며 과열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합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정치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더욱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치권을 향한 시민들의 비판 여론 역시 악화 일로에 있다는 점에서 기싸움이 향후 지역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현수막 내걸기 경쟁에 이어 최근에서 상대측에서 각각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 신고를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가 선거법위반으로 신고” vs “우리는 이미 경고받아”

이같은 물밑 전쟁(은) 김회재 의원이 주철현 의원측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면서 수면위로 올라 섰다.

18일 자신의 SNS에 “주철현 의원님 측에서 제가 KTX 전라선 고속화사업 현수막을 걸었다고 선거법위반으로 신고를 했다”고 게시했다.

김 의원은 “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어렵게 제4차 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시켰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사업 착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TX 전라선 고속화사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도대체 뭐가 허위사실이고 뭐가 선거법위반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김 의원의 글은 확대 재생산되면 지역내 다양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주 의원측이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한 것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철현 의원 측에서는 이미 현수막 관련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유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주 의원측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되고 있는 메시지를 통해 “특정인 측에서 특정 내용의 현수막을 선관위에 고소해 경고를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선관위 공문내용까지 공유되고 있은 해당 메시지에 따르면 “선관위는 ‘여수에 수산물 방사능검사 장비 인력 첫 도입’,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대표발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해당 의원의 선거구가 아닌 장래 선거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게시한 것은 선거운동기간 위반죄에 해당된다며 경고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여수시선관위는 최근에도 또다른 현수막 관련 신고건을 접수하고 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국회의원들, 시민들은?

이처럼 여수지역 두 국회의원들의 현수막 정치는 고소전으로까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이미 두 의원측은 생활형숙박시설의 용도변경과 관련한 주민 민원 청취 과정에서 크게 충돌한 바 있다.

주민발안에 의한 여수시의회의 조례 개정 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민주당 여수갑 지역위원회가 뒤늦게 토론회를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토론회와 함께 여론조사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용도 변경을 위한 조례 개정을 심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사안.

당시 갑을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장간 4자 합의로 추진했지만, 을지역구 김회재 의원이 동의하지 않은 합의서가 공개되면서 지역내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토론회는 논란 끝에 무산됐지만, 이전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던 이들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시의회 심의까지 끝난 사안을 뒤늦게 토론회까지 하자고 제안했던 것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행동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었다.

사실 두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충돌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진행돼 최근 들어서는 그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앞서 전남에 유치를 추진 중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여수에 유치하는 방안을 두고 갑과을 지역구 의견이 맞서면서 지역 여론이 양분됐고, 박람회장 사후활용 방안을 두고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채 치열하게 맞섰다. 통합청사 문제는 갑을 지역구간 정치싸움의 단골메뉴가 돼 버렸다.

최근에는 두 국회의원을 둘러싼 악재를 이용한 여론전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회재 의원의 경우 김 의원이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며 강하게 반발한 민주당 당대표 선거 돈봉투 연루설이 재확산되고 있고, 주철현 의원의 경우는 상포지구 관련 의혹제기와 아들의 사기사건 연루 건 등이 특정인들의 SNS를 통해 거론되며 재소환되고 있다.

 

지역여론은, 물갈이론이 대세

이같은 두 국회의원들의 기싸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곱지많은 않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지역 현안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상황에 서로를 헐뜯고 깍아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현 정치권의 상황은 시민들과 지역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은 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실시된 잇따른 여론조사에서도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한 지역민들의 비판적인 민심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여수MBC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역의원 물갈이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현역의원과 새로운 인물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라는 질문에 ‘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1.8%에 그친 반면, ‘새로운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56.1%를 차지했다.

또, 두 국회의원들간 기싸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여수지역 선거구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는 ‘2개 선거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2%에 불과했다. ‘1개 선거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39.3%에 달해 현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더욱 큰 우려는 이같은 갈등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면서 지역민들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역사회 이같은 비판 여론에 지역 정치권이 어떻게 응답할지 궁금해진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여수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6월 30일과 7월 1일, 이틀간 여수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지역별 11.4%에서 14.5%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4.4%포인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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