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21년간 ‘한땀 한땀’ 가꿨더니 수국천국이 됐네요”
“전원생활 21년간 ‘한땀 한땀’ 가꿨더니 수국천국이 됐네요”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3.07.03 0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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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3천평 대지에 ‘농부의 정원’ 조성한 홍정여씨
"‘수국마을’ 만들려 동네 주민들과 상시 소통...‘수국섬’도 만들 터"

 

울긋불긋 아름다운 옷을 입은 수국이 탐스럽게 온통 산비탈 정원에 널브러졌다.

수북하게 자란 잡초의 사이사이로 장미, 노랑 나리, 접시꽃 등 100여 종의 꽃이 감나무, 살구나무들과 서로 부딪히며 비탈진 3천여 평의 정원에서 바람결을 타고 꽃 파도를 일렁인다. 마치 황무지처럼 손질하지 못한 온갖 거친 잡초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자연 그대로를 보는 것 같아 감흥이 색다르다.

여수시 화양면 이천리 440번지 비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자연 속의 아름다운 『농부의 정원』이다.

전원은 비봉산 자락에 마치 숨겨져 있는 것처럼 나무숲에 가려 위 지붕만 빼꼼하게 보인다. 작은 도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산허리에 온통 수국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사이사이로 장미, 접시꽃, 수선화 등 온갖 꽃과 나무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이른 아침 옅은 바다 해무처럼 안개라도 끼인 날은 마치 구름 속에 묻힌 신비로운 궁전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어둠이 살짝살짝 깔리는 저녁나절 정원에서 서쪽을 보면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섬, 운두 섬과 자라섬에 석양이 걸리면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가 찬란한 황금빛을 토하고 바다의 물결을 온통 일렁이게 한다.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다.

 

농부의 정원은 전원생활을 그리던 한 여인의 집념과 21년간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30년 전인 1993년 여수에 정착했다. 교동에 명동 플라자를 운영하면서 도시 생활에 지쳐있던 홍정여 씨는 21년 전인 2002년 문득 농촌의 전원생활을 꿈꾸게 되었고 이곳 산비탈 땅 3,000여 평을 사들였다. 평소 꽃을 좋아했던 그는 이곳에 집을 짓고 새롭게 일군 비탈진 기슭의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감나무 살구나무 사이로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일본 종, 장미를 심었다. 사이사이 봄에 피는 꽃 복수초, 민들레, 각시붓꽃, 제비꽃 튤립, 목련, 여름꽃 장미, 접시꽃 코스모스, 라벤더, 가을꽃 해바라기, 베르가모트, 금강초롱꽃, 라벤더 겨울 수선화, 시클라멘, 포인세티아, 양란 등으로 조화를 맞췄다.

그러다 10여 년 전부터는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수국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비탈진 산세를 고려, 나무와 꽃들 사이에 수국을 심기 시작했다. 삽 목을 통해 수국을 늘리고 다양한 종과 색이 다른 갖가지 수국으로 치장했다. 수국은 온통 정원과 산기슭을 채웠다.

농원 입구에서부터 정원으로 가는 약 100m 길은 온통 탐스러운 수국이 장사진을 치고 오는 손님을 반긴다. 장관이다. 그는 특히 자연 숲과 나무는 거의 손질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마치 자연 들판이나 산에서 꽃밭을 발견한 것과 같은 투박한 자연 그대로 모습을 보여 여느 정원과 다르다.

20여년간 특별한 정원을 가꿔 온 홍정여씨. 

 

월간 「가드닝」의 오픈 정원이다. 가드닝(생활 원예) 이 관람을 예약한 사람들로부터 비용을 받고 안내를 맡는다. 정원은 비용을 받아 그중 일부는 가드닝 문화를 위한 세계 꽃박람회나 학회에 나가는 비용으로 지원한다. 주말이면 서울 등 외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이유다. 한 여인의 꽃 사랑이 이 고장에 명소 하나를 더 만들어 낸 것 같다.

그 여인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마을과 마을 앞 운두도를 온통 수국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마을에서 정원까지 오르는 길 400m와 집집이 수국심기를 주변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

특히 부녀회와도 잦은 접촉으로 그 당위성을 알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이미 30여 가구 중 수국을 심은 가구도 늘어나고 있고 마을 길 모두 수국을 심자는 설득이 차츰 주민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정원을 가려면 여수~고흥 간 대교 개통 이후 차츰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지고 있는 화양면 창무에서 863 지방도를 타고 들어가 차로 약 17분 정도, 7.1km쯤 들어가면 이천 리 사무소에 다다르고 이곳에서 비봉산 쪽 샛길로 약 5분가량 오르면 된다.

창무에서 백야대교 입구 장수리까지의 까지 도로 정비만이라도 이루어지면 화양 반도 서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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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성 2023-07-11 08:29:26
금상첨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