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기의 날갯짓이 여수를 푸르게 푸르게”
“푸르지기의 날갯짓이 여수를 푸르게 푸르게”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12.26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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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푸른 여수’를 만드는 사람들 ‘푸르지기’
퇴직한 여수시청 녹지·건축 공무원들 ‘푸른여수’ 위해 뭉쳐

 

푸르지기는 푸른 여수를 지키며 가꾼다는 뜻이다. 어느덧 창립 8주년이 되었다.

공원이나 길가, 언덕, 하천, 산을 가리지 않고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나무를 건강하게 가꾸고 아름답게 다듬는 모습을 흔치 않게 본다.

2014년 10월 31일 푸르지기는 여수시에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하고 “푸른 여수, 시민과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을 실천의 날로 정했다.

여수는 2012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세계박람회를 개최했다. 세계 105개 국가,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성공적인 박람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와 더불어 박람회로 인하여 많은 인프라가 확장되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되고 전국적으로 밤바다가 아름다운 도시로 각인되면서 새롭게 남쪽의 해양관광 도시로 급부상했다.

박람회 유치 때 열정을 보여주었던 시민들은 박람회 이후에도 스스로 시민과 도시를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듯 활동했다.

 

이듬해였다. 우연한 기회에 남도조경 최성남 대표를 중심으로 여수시청에 근무했던 전직 녹지직, 산림직, 건축직 공무원 여덟 명이 만나 고장의 이런 발전 추이에 맞춰 시민 스스로가 적합한 봉사할 수 있는 것을 찾기에 이르렀고 이들의 직업 특성상 여수는 박람회 주제에 걸맞은 시내 경관과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나무 가꾸기에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푸르지기’를 결성하게 된다.

첫 작업은 여수시 종화동에서 교동 여객선 터미널 간 동백과 소나무 전정(剪定) 작업이었다. 회원들이 전정 가위로 곁가지를 싹둑싹둑 잘라내며 다듬자 마치 이발을 끝낸 사람처럼 산뜻한 모습으로 변한다. 가로수가 간판 가린다고 투정하던 상가 주인들의 칭찬도 이어지고 지나는 시민들의 찬사도 쏟아졌다.

역전에서 경찰서까지 왕벚나무 밑 처진 가지, 웅천 가로수, 여서·문수 가로수 비료 주기 등등

2017년 3월 전남체전 앞두고 시청 앞 도원 사거리 구간 가로수 정비, 충민로 오르막길 벚꽃 나무 가지치기 등 시내 곳곳의 가로수가 칙칙했던 모습을 벗고 도시미관마저 싱그럽게 만들어 갔다.

 

바리캉으로 이발을 하듯 깡그리 밀어버리는 방식에 비해 나무마다 알맞은 수형에 맞춰 외관을 다듬는 것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간다. 나무가 잘 자라 열매를 맺게 하거나 모양이 잘 어울리거나 알맞게 하려고 가지를 다듬고 가지치기하고 비료와 물을 주는 것이다.

2018년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며 현재 회원이 40여 명으로 늘었다.

어른들만의 모임이었던, 푸르지기가 어린이와 학생도 참여하는 모임으로 진화되기도 했다.

고교생이 시 산림과로 전화해 나무와 관련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푸르지기 봉사단에 가입, 활동하다 도지사, 시장 표창을 받는 일도 있었다.

명실상부하게 어린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나무를 돌보는 일이 시민의 일상이 되어갔다.

제일병원 앞 중앙분리대 맥문동 심기, 웅천 오충사 주변 수목 지주대 정비. 비료 주기 문수동 여서로 옹벽 담쟁이 넝쿨나무 심기 등 봉사활동의 영역이 더욱 다양하고 넓어졌다.

2021년 9월, 제2회 “국제 푸른 하늘의 날”에는 전라선 옛 철길, 만흥 공원 수목 가꾸기에 여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그린 리더 한국부인회 여수지회, 푸르지기 봉사단이 함께하는 등 영역을 넓혀갔다.

이제는 작업장 주변의 식당이나 점포에서 또는 지나는 길손마저 음식을 제공하거나 빵과 음료수를 사주고 격려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최성남 대표는 “나무는 천연 댐의 역할을 한다. 나무는 물을 흡수하여 보관하고 호우로 인한 피해를 줄여준다. 산소를 만들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산화 탄소를 흡수한다. 공기 청정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한다. 여수는 푸른 도시가 되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지난 3일 오전, 푸르지기 봉사단이 이날도 여수 국동항에 떴다.

입구 중간 로터리에 마치 지쳐있는 여인의 흐트러진 머리처럼 되어있는 소나무 가지를 싹둑 자르고 나니 한결 아름다운 미녀의 머릿결처럼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변한다.

밑의 풀포기를 고르게 손질하고 우수수 떨어진 가지치기의 부산물을 여럿이 달려들어 치우고 나니 국동항마저 한결 바닷물의 푸르름처럼 청아해진 것 같다.

행렬을 이루고 바다를 지나는 어선들의 힘찬 엔진소리가 청아한 선율처럼 아름답다.

40여 명의 푸르지기 회원들은 우리 고장 여수를 여수(麗水) 한다.

홧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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