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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시인, 다섯 번째 시집 ‘난 철없는 엄마’ 펴내 화제
팔순 시인, 다섯 번째 시집 ‘난 철없는 엄마’ 펴내 화제
  • 이상율 기자
  • 승인 2022.05.24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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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다섯 번째 시집 펴낸 노임숙 시인
“그녀의 시에는 가족·사람·자연·여수가 아늑하게 서리어 든다”
노임숙 시인.
노임숙 시인.

 

시인 경오 노임숙이 팔순을 맞아 제5 시집 「난 철없는 엄마」를 출간했다.

2001년 자신의 회갑 기념으로 첫 출간을 한 이후 2007년 아들 진 준규의 국제 와이즈멘 진남클럽 회장 취임 축하 제2집, 2011년 칠순 기념 제3집, 2013년 자녀, 손주들의 산문, 동시를 함께하는 제4집을 출간했다. 시 쓰기를 시작한지 거의 30년, 주옥같은 작품들을 모아 기록으로 남긴 것이 불현듯 5집에 이른 것이다.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다. 한양에서 남쪽을 향해 봤을 때 왼쪽에는 안동이요, 오른쪽은 함양이라는 말이다. 함양도 선비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는 뜻이다

그는 1942년 경남 함양 출신이다. 그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사림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그곳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옛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부터 작문 시간이면 으뜸이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초등학교 시절 작문을 통해 고향의 주변 소식 등을 학교 게시판에 붙이고 중학교에서는 문예부에 들어가 교지 발간 예술상까지 받았다. 작품 노트는 차곡차곡 채워져 세월이 흘러 지금의 작품에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의 시에는 가족이 사람이 자연이 여수가 아늑하게 서리어 든다. 소소한 일상들이다.

약간의 굴곡을 넘긴 40대에 왕성한 사회 활동과 비례해서 본격적인 시를 쓰기 시작한다. 여수자원봉사회 회원으로 섬 청소년 교육지원 결연, 오동도 환경작업, 교복 물려주기 운동, 울림 합창단 국립극장 공연 참여 등, 이런 활동들은 고스란히 시로 승화된다.

나는 왜 못 했을까

“초봄이 되면 내 아들

매화가 피었어요.

엄마 광양 갑시다.

벗 꽃 만발이라고

구례 하동 돌아 준다.

나는 왜 못했을까

울 어머니 손목 잡고

꽃놀이 가는 일“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자녀들을 위해 함께 헌신했던 아들 진준규(국제 와이즈멘 전남지구 총재)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여과없이 묻어난다. 한결같은 가족 울타리 사랑이다.

그는 1996년 《문학 21》 시 신인상, 2002년 《현대문예》 동시 신인상을 1996년 여수시 봉사상 1999년 여수해양문학상 2002년 여수예총공로상 2005년 여수한려문학상 2006년 전남예총문학상 2017년 전남에총공로상 2020년 전남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석류』, 『춤추고 싶은 날』, 동시집『할머니 어릴 적에』, 글 모음집 『너는 내게 빛이야』를 펴냈다.

한국문협, 전남문협, 여수문협 회원, 대한민국 기로미협 서예작가, 전통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임숙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노임숙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책이야기>

경오 노임숙 5시집 <난 철없는 엄마>를 읽는 관건 

- 그녀의 시는 팔순의 연륜을 젊게 하는 화엄이다 -

                                                                                               신 병 은 (시인)

 

공자는 나이가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설렘이 사라지면 늙는 것이라 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를 기쁘게 궁금한 사람의 설렘은 행복하다.

다 부질없는 짓인 것 같아 그만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놓고도 바람 한 점 불어와도, 목련꽃이 피고 할미꽃이 피어도, 한줌 햇살에도, 첫눈이 내려도, 틈새에 핀 풀꽃을 만나서도, 삶의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에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설렌다.

그 설렘이 시다.

이순과 종심의 나이를 지나 팔순의 나이에 들어서도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노임숙시인은 순리에 따르는 눈 맑은 시심으로 매사에 법도에 어긋남이 없이 스스로 즐겁다.

자쾌自快는 스스로 즐기는 것, 즉 자유다.

자유는 전체에 대항하는 나의 활동이 아니라, 나의 자발적 생명력, 나의 내적인 활동성으로 내 삶을 끌고 가는 내재적 힘이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상상력을 펴는 일이다.

시 창작도 자유의 개념으로 이념이 아니라 일상에 나의 생각을 한줄 보태는 일이다.

문학의 밑자리는 지극히 평범한 실천적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의 이런 실천적 사랑은 ‘내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 내 속에 비친 너를 보는 것’, 관찰과 사색의 힘이다. 스스로를 낮춰 살면서 봄이 오면 봄을 비벼야 하고, 틈새의 풀꽃도 기웃거려야 하고, 철따라 꽃이 피면 흥얼흥얼 콧노래도 불러야하고, 매일 매일 만나는 풍경이 즐거움이고 설렘이다.

그래서 시인 노임숙은 영원한 소녀로 산다.

그녀의 설렘과 떨림은 관계의 인문학에 다름 아니다. 그녀의 시적 세계는 본질이나 중심이 아니라, 관계의 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문적 통찰에 기대어 있다.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계에 있는 사람이 ‘나’로 돌아갈 때 가능한 인문적 통찰이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늘 부대끼는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속에 안겨있는 삶의 이해를 더듬어 내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피카소가 말한 ‘일상의 장엄함’이다.

늘 보아오던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어린이 집에 가면 어린이가 되고, 꽃 앞에 서면 꽃이 되고, 햇살 앞에 서면 따뜻한 햇살이 된다. 그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순결해지고 햇살 한줌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이 모두가 스스로 마음의 온도를 잃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다짐에서 가능해진다. 이것은 버리고 비우면서 존재의 의미를 챙기려는 자존이면서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그녀의 시심이다.

그녀에게 시는 삶의 이유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자 스스로 맑고 곱게 살아가려는 치유로서의 삶의 여정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비결이다.

노임숙 시인은 언 땅 속에서 싹을 틔워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어울려 다독이고 함께 숲이 되는 대동사회를 꿈꾼다<씨앗하나 숲이 되어>. 그리하여 시인은 아들과 가족 사랑이 지극하지만 이웃들과 늘 함께라서 행복하다. 살아있어 행복하고, 볼 수 있어 행복하고, 함께라서 행복하고, 네가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철없는 엄마라서 행복하다.

비 내리는 산길에 / 봄꽃들이 지고 있다 / 생성할 열매에게 / 자리를 내어주고 / 더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기 위해

한 매듭 끊어내기가 / 얼마나 아팠으랴만 / 젖은 몸을 초연히 내려 놓는구나

아무리 아름답던 꽃도 / 때가 되면 떨어지는 법 / 자리를 비울 땐 / 흠 남기지 않은 꽃자리/ 내가 비워준 자리에도 / 완숙해지는 아들 딸

생의 존귀함이여 / 삶의 아름다움이여 / 가벼워진 영혼으로 / 꽃잎 지듯 떠나자

-<자리비워주기>

참 아름다운 고백이다.

이러한 노임숙 시인의 세계관과 시정신은 화법에서도 잘 드러난다.

화법이 바로 관계의 의미망과 직결된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꼬집고 헐뜯고 비난하는 힘을 발휘하는 화법이 아닌, 협력의 힘, 건강한 힘을 발휘하는 화법이야말로 우리 사는 세상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한다.

삶의 선순환을 가져다주는 화법이면서 상처를 갈무리해주는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시의 화법이다.

시의 화법, 시의 문법은 대상의 주체성, 존재성, 존엄을 빛나게 해줄 말이어야 한다. 대상의 어느 부분을 들춰 이야기해야 가장 빛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시의 힘은 말의 힘이다.

그것은 흔한 말, 정직한 말, 화장하지 않은 말, 기교나 장식적이지 않은 말일수록 힘이 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상적이고 쉬운 말, 그 말이 어떤 상황, 대상과 만나 새로운 의미창조에 기여하는 말이 시의 말이다.

팔순의 소녀 노임숙 시인,

담담한 응시로 일상을 재발견하는 그녀의 시의 화법은 세상을 새롭게 견인하는 젊은 생각이면서 스스로 낮추고 향기롭게 하는 화엄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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