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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 정책 디자이너 시대가
행정도 정책 디자이너 시대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9.09.06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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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이상율 주필.

 

디자이너는 실용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의상이나 제품, 작품, 건축물 등을 설계하거나 도안(圖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인테리어, 복식, 그래픽, 공업 분야에서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물,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관가에서 이 디자이너란 단어를 원용하여 정책 디자이너라는 말로 쓰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관장을 비롯하여 담당 공무원이 중요한 정책을 디자인하여 집행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로 등장한 것이다. 정책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참 생소하지만, 제각기 정책의 결이 다른 지자체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986, 광역 및 기초단체장과 의회 의원 선거 실시를 시작으로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자체마다 대도시, 농어촌 등 입지적 조건, 사회적 환경 여건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아직도 대부분 자치단체장의 성향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참신한 정책을 개발하여 시민으로부터 크게 환영받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정책의 연속성만을 강조하고 전통적 방식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지자체에서는 혁신을 내세워 산하 공무원에게 정책 디자이너가 되도록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 디자이너는 도시발전과 시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정책의 선별,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 설계하며 추진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우선 시민과 이해당사자 간 공청, 토의를 통해 민의를 수렴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대안 제시와 분석 자료를 도출, 시민의 공감을 얻는다. 시민과의 소통에 근간을 두고 있다.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여수는 어떤 유형의 지자체로 보아야 할까. 아무리 살펴봐도 정책 추진에 특성이 없는 도시다.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책의 연속성만을 우선하고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흔한 지자체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낭만포차의 이전에서부터 박람회장 용지매각, 진모지구 영화 세트장, 만흥지구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 여순사건 조례 중 시민추진위원회 명칭으로 인한 분쟁 등 사사건건 집행부와 의회 간의 충돌, 시민들의 찬·반 목소리로 점철됐다. 이로 인하여 정책 추진의 표류가 다반사(茶飯事)였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葛藤)만 증폭됐다.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켰다. 심지어 사회단체나 시민단체 등과 같은 집단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을 일으키는 이익갈등(利益葛藤)으로 번지기까지 하여 결국 시민들만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다.

시민들은 여수의 미래를 걱정한다.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다양한 관광 인프라도 없고 부동산 가격과 각종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관광 관련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일자리는 찾을 수 없고 인구는 해마다 줄어드는 역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자생력을 갖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무엇 하나 시민이 공감할 정책이 없다.

지자체장의 강한 리더십도, 진보적 발상도 찾을 수 없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는 정책 디자이너 직원도 없이 그간 길들어진 업무만 이어지고 있다. 여수는 정책디자이너의 부재로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없다.

여수의 변화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공무원 스스로 시민 중심 정책설계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을 대하는 공무원이 현장에서 활용할 만한 문제발견 기법과 숙의 방법을 실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의 눈으로 보고, 시민의 언어로 소통하는 교육이 정책을 디자인하는 공무원으로 탄생시킨다. 비로소 이 과정에서 시민은 정책의 대상, 수요자가 아닌 공동 생산자가 된다. 이런 사례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면 최상이다.

어느 날 보도블록 공사에 지장이 있다고 넝쿨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렸던 여서로 문수주공아파트 앞 도로의 양쪽 옹벽엔 새로 심은 넝쿨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흔히 있는 길거리 옹벽 페인트 벽화는 기후 온난화에 의한 폭염의 열섬 현상과 콘크리트 반사열에 의하여 34년이 지나고부터는 퇴색하고 벗겨진다.

벗겨진 페인트는 바다로 흘러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옹벽 밑에 넝쿨나무를 심고 이를 모니터링 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측정, 확대할 계획으로 시작한 사업이라고 한다.

결정 과정에서 관련 시민과 심도 있는 토의는 물론 전문가들과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등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소소하고 작은 사례지만 시의 크고 작은 모든 정책이 이런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정책 최고 책임자는 물론 모든 공무원의 발상 전환(發想 轉換)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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