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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 창조적 생각을 위한 독서
신병은 시인의 시 줍는 법, 시 먹는 법 27
2017년 08월 03일 (목) 09:16:18 남해안신문 nhanews@nhanews.com

시 창작은 ‘대상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세계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묻혀 팽개쳐진 삶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일이고, 잊고 사는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면서, 삶의 ‘사소한 현장’을 확장하고, 그 본질을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업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없던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거창한 작업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습관화된 의미를 재구성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김정운 교수는 편집된 세상을 에디톨로지(Editology)로 읽는다며 창조를 편집이라 했다. 또한 최재천교수는 창조를 통섭의 원리로 접근한다.

알고 보면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시창작의 본질을 꿰뚫는 비법이기도 하다.

나를 통해 너를 알고 너를 통해 나를 알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배려, 그리고 팽개쳐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그냥 무심코 지나쳐온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새롭게 알고자 하는 노력이 곧 '상대방에 대한 이해'‘ 세계에 대한 이해’의 시작이다. 나와 다른 차이점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곧 서로간의 이해를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안내 받게 된다.

이어령 교수는 그의 <젊음의 탄생>에서 아홉 개의 창조아이콘을 제시하고 그 분석을 통해 젊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창조 아이콘을 통해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우리를 안내해 준다.

그리고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을 보면 천재들이 활용한 창조적 사고의 13가지 도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를 전해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나보코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등 역사 속에서 가장 창조적이었던 사람들이 사용한 13가지 발상법을 생각의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천재들이 자신의 창작 경험을 통해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들의 발상법을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등 13단계로 나누어 논리정연하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직관과 상상력을 갈고 닦아 창조성을 발휘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시창작의 13가지 발상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숙한 소재를 다루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인지하는 과정도 습관화 되어버린다. 습관화 되면 편하게 되고 편하니까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그 안에 안주해 버린다. 새로운 세상은 기대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것들과도 연결시켜보고 늘 그렇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들춰봐야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을 한번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관찰을 통해 세속적이고 사소한 일상적인 것의 장엄함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가령 ‘허공’은 그냥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새 한 마리가 스쳐 날아갈 때 허공의 본질이 보인다는 것, 혼자 있는 한밤중에 물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이 진양조로 떨어질 때 적막의 힘을 느끼게 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만난 길가의 풀꽃 한송이가 위로가 된다는 것...

우리를 새롭게 해주고,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것들은 이처럼 다 사소한 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일도 알고 보면 말을 재구성, 재발견과 관계한다.

 

아내가 외국여행을 떠난 후 퇴근길이 늦춰집니다

집에 가도 딱히 맞이해줄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내게 누군가 기다리는 집이 있지 않느냐고,

가만히 귀띔을 합니다

그 말을 새겨듣고 현관문을 열면

불을 켜지 않아도 집은 금세 환해집니다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에도,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에도

종일 적막의 힘으로 견뎌온 집이 한순간에 환해집니다

정말로 거짓말처럼 환해집니다

이럴 때는 집도 본능으로 눈을 뜨는가봅니다

나는 적막 위로 가만가만 마음을 올려놓습니다

집도 가만히 나에게로 번져옵니다

나도 가만히 집에게 스며듭니다

내 작은 포즈에도 번지고 스며든 흔적 분명한

나의 집이 있었습니다 -신병은 <집의 본능>

‘관계’로서의 집에 대한 이야기다.

늘 집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누군가 ‘기다는 집이 있지 않으냐’는 말 한마디에에 집과 나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된다. 누군가에 의해 내 존재가 확인 될 때 비로소 나도 본능에 눈을 뜨고 본능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빈집의 본능에 대한 생각이고 느낌이다.

창의성도 훈련이라 했다.

상상하면서 분석을 하고, 화가가 되는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때로는 몸의 움직임이 생각이 된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 늘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에 대해 한번 의심하고 뒤집어보는 훈련, 혹은 습관이 필요하다.

 

그와 마주 앉았을 때,

우리말이 서툰 종업원이 백자 주전자를 식탁위에 올려놨다

차 향기가 번졌고

소주잔 크기의 찻잔에 차를 따라 잠시 향을 맡았다

나는 둥글레차라고 했고 그는 감잎차라고 했다

결국은 종업원에게 물어봤고 더듬거리는 말투로 뽕잎차라고 했다

그래 그렇다

익숙하지만 쉽게 알 수 없는 맛.

그게 바로 인생이다

항상 곁에 있지만 말갛게 떠오르지 않는 그를 골똘히 쳐다봤다

오디처럼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지만

손등은 뽕나무 줄기처럼 거칠어졌다 - 권영부 <뒤숭숭한 맛>부분

서로 잘 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평생을 같이 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관계성을 통해 씁쓸한 삶의 한 단면을 바라보게 된다.

​‘뒤숭숭하다’는 무엇이 종잡을 수 없이 뒤섞이거나 흩어져 어수선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분명히 ‘맛’과는 거리가 있는 말인데도 이렇게 함께 쓰고 보면 어떤 상황에 썩 잘 어울리는 말이 된다. 새로운 상황이면서 새로운 맛이 신생하는 것이다. 어수선하면서 뭔가 확신이 들지 않을 때의 그 맛을 드러내는 안성맞춤의 말이 된다.

시를 쓰는 일은 물론 시를 감상하는 일은 단순히 이해해야 할 지식을 전해주는 것이 아닌, 한편의 시는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이자 삶의 본질과 관계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무엇이다.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사람의 현실이고, 그 사람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삶의 감동이고 깨달음이란 점에서 <뒤숭숭한 맛>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통찰력의 힘은 독서다.

시 창작의 출발 또한 독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관시킬 줄 알아야한다. 통섭과 재구성은 독서의 과정에서 비롯된다.

삼성그룹 설립자 고 이병철 회장은 삼성의 원동력으로 <논어>를 꼽았고,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플라톤, 호머, 카프카를 손꼽았고, 빌게이츠 역시 자신을 키운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했다.

독서는 곧 사고다.

창작은 바로 그 사고의 방향이다.

‘질문 – 상상 –표현 – 인간 탐구’라는 시적 상상력의 과정도 독서에서 출발한다. 꽃이 피는 까닭, 왜 학교를 가야하는지, 노을이 지는 이유 등 당연했던 모든 것에 던지는 질문을 던져보며 그 이유와 원인을 따져 물어야 한다.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꽃이 피는 구체적인 과정을, 저녁이 오는 빛의 변화를, 이렇게 상상하는 것이 더 잘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글로 써 보고 그림으로 그려보며 마음껏 표현하고 표현수단을 찾아본다. 그게 살아있는 시창작 과정이다.

그리고 시창작의 궁극은 인간의 가치, 삶의 가치를 탐구하는 일이다.

문득 마틴루터 킹 목사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긴 장례를 할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긴 조사(弔辭)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또 내가 노벨상 수상자(1964년. 35세. 역대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것과 그 밖에 많은 상을 탄 사람이라는 것도 언급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입을 것을 주기 위해 애썼으며, 인간다움을 지키고 사랑하기 위해 몸 바쳤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답은 ‘방향’이다.

시는 내 삶의 방향은 어떤가를 되짚어주면서 내 삶의 방향을 유쾌하게 바로잡아 준다.

시는 인간에 대한 이해이자 탐구이기 때문이다.

<신병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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