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두 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두 가지
  • 남해안신문
  • 승인 2017.05.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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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드디어 정권이 교체되었다. 새 대통령 문재인이 취임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다. 지난한 겨울을 녹여내고 밝혔던 수천만의 촛불이 그렇게 만들었다. 정권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으니 그것은 가히 혁명이었다. 촛불혁명.

박근혜 한 사람 구속시키자는 촛불이 아니었다. 87년 6.10항쟁으로도 다 씻어내지 못하고 우리사회 한 가운데 여전히 똬리 틀고 있는 박정희 망령, 그리고 박근혜 구속 뒤에 숨어 기사회생을 호시탐탐하는 수구 적폐들을 청산하자는 촛불이었다.

촛불혁명정부,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촛불의 명령을 수행하는 일이다. 개발독재 권력의 달콤한 DNA로 결탁된 노회한 정치인과 재벌, 부패언론과 관료들, 그 적폐들을 청산하는 일이다. 이 청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적폐의 파수꾼 홍준표를 비롯한 수구세력들은 허울 좋은 국민통합을 앞세워 적폐청산을 왜곡하는데 급급했다.

삼척동자도 알 일이지만 적폐청산은 결코 과거의 모든 것을 없애고 국민을 편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편을 가르고 냉전분위기로 민족분열을 일으킨 정권, 수백 명 무고한 생명을 바다에 수장하고도 죄의식은커녕 시체장사 운운하며 국정과 세상을 농단한 무리들, 그에 빌붙어 곡학아세, 호가호위로 배불린 시정잡배들이 바로 청산해야할 적폐들이다.

이들이 일제잔재나 유신독재처럼 또 다시 청산되지 않고 세상을 활보하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실패이며 촛불우롱이며 역사의 퇴보가 될 것이다. 진정한 국민통합은 이들 적폐의 청산이 됨으로 비로소 시작될 따름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이라는 희화화된 이미지를 앞세워 유신과 5공 청산을 미룬 바람에 역사발전의 호시기를 상당부분 날리고 말았던 경험을 교훈삼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중심에서 국정운영을 했고 급기야 노 대통령서거과정의 한 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에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임에도 어설픈 ‘알부남’ 흉내는 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나아가 유약하다는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4년간 강하고 든든한 지도자로서의 훈련을 쉼 없이 해왔다 하니 믿음은 더욱 커진다. 부디 공약대로 과거시대와의 단절, 품격 높은 민주주의사회 대한민국을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지도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적폐청산과 더불어 문재인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또 한 가지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정책의 실현이다. 그가 이끈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던 이 정책은 이번 대선후보공약으로도 다시 세워졌다. 서울수도권은 너무 비대해 골치인데 지방은 갈수록 공동화되어가는 우리나라 현실에 절박하고 적절한 처방이 이것이다. 그래서 노무현대통령은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려했지만 집요한 기득권세력에 밀려 간신히 행정복합도시 정도에 그쳐야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앞세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이 정책은 아예 빛이 바래고 말았다.

수도이전과 더불어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균형발전 국책사업이었던 2012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의 실종도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아야할 중요한 과제다. 다행히 후보시절인 올 초 여수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여수세계박람회를 이렇게 일회성으로 흐지부지하려고 유치한 것이 아니라고 개탄하고 새 정부에서 사후활용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해 본래의 가치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의 말처럼 여수세계박람회는 21세기 해양시대에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이를 통해 현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의 위기 대응해법을 바다에서 찾아내 제시함으로써 인류발전에 기여할 원대한 목적으로 유치, 개최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파격적인 외교와 심혈을 기울여 유치하고, 남해안을 국토발전의 새로운 한 축으로 만들 사후활용계획까지 수립했으나 역시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이를 휴지처럼 구겨버리고 말았다.

반드시 여수세계박람회가 아니더라도 국토균형발전의 철학과 정책은 반드시 실현해야할 바지만 이를 입안하고 성사시킨 당사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왕 추진했던 이 사업을 활용해 성과를 내달라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정권초기 희망이 실망을 거쳐 절망으로 떨어졌던 과거경험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엄동설한 한 겨울을 올곧이 촛불로 지새워 세운 정권이다.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소중히 감싸는 심정으로 촛불정권을 지켜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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