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전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 전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7.05.1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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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해양경찰 요람, 해양경비안전교육원
해양경찰 교육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사업 활발
‘바다로캠프’ 초등학생, 일반인 등 4000여명 이수
▲ 해양경비안전교육원의 재난체험관

여수시 오천동 오천 저수지를 안고 중앙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해안경비 안전교육원은 오늘도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열정이 메아리치고 있다. 지난 11일 여수 지역에서 신문·방송에 종사하다 퇴직한 사람들로 구성된 신방회 회원 9명은 박찬현 원장(치안감)의 초대로 모처럼 이곳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11시 20분부터 소탈하고 깔끔해 보이는 박 원장 환영의 말과 함께 현황을 청취하고 응급구조 실습장에서 실습 교육을 받고 구내식당에서 점심, 재난 후련장에서 선박 기울기 훈련을 체험하는 스케줄로 약 4시간 정도 진행됐다.

해안경비 안전 교육원은 연녹색 숲과 맑은 호수, 예쁜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과도 소통하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천 수원지 가득한 수면에 하늘의 구름 그림이 가득 새겨져 있고 하얀 모형 경비정이 물 위에 떠 연녹색 숲과 함께 겹치면서 청량감을 더 한다. 

몇 걸음 내디디면 동녘 바다를 바라보면서 우뚝 솟은 본관이 마치 스핑크스의 위용과 같은 모습으로 주변을 압도한다. 

본관 건물을 기준으로 양옆에 강의동, 대강당(1,088석) 중강당(400석), 학생회관, 체육관, 생활관, 훈련시설로는 시뮬레이션 훈련장, 해양 수조 훈련장 등 9개소가 길게 촘촘히 늘어서 있다. 지하 1층, 지상 9층의 본관 동에는 교수연구실(65), 일반사무실(24실), 소강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지 70만 평, 건물 4천 평에 이른다. 

잠수 풀과 다이빙대를 포함한 50m의 수영장과 인공파도를 일으키는 구조 수영훈련장, 해상에서의 선박 재난 상황에 대응훈련을 할 수 있는 선박 모의 훈련장 등 다양한 해양종합훈련장과 전국 경비함정 중 세 번째로 큰 4,220톤급 훈련함까지 보유 2013년 11월 5일 해양도시 여수로 이전 후 교육훈련의 신시대를 활짝 열었다.

응급 훈련교육장으로 가던 도중 교육원 터 이야기 “당그루미 샘터” 팻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샘은 마을 당제(堂祭)에서 제(祭)를 올릴 때 사용되며 당산 샘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추운 겨울이면 수증기가 오르고 여름이면 손발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찬물이 흘렀으며 연중 마르지 않고 맛 또한 어느 명산보다 더 좋은 자연 샘물이었다고 적었다. 

흥국사 의병 수군의 식수로 낮에는 나그네와 나무꾼이 쉬어가고 밤에는 노루, 토끼, 사슴 등 산짐승이 목을 축이던 곳이고 순천 등 외지에서도 찾아와 샘물을 담아가곤 했다는 이야기가 샘터의 유명세를 가늠케 한다.

내 청년 시절 오천동에서 삼일 동 호명 마을로 갈려면 이 샘터를 기준으로 하여 가파른 능선을 따라 울창한 숲길을 걸었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르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했다. 

위쪽 불무동의 흔적도 기록해두었다. 조선 시대 초기에는 배 씨 마을이 크게 형성되어 있었으며 큰 대장간도 있어 마을 이름을 불무동 불렀다는 등 곳곳마다 옛터의 이름을 팻말로 남겨둔 것이 기록을 중히 여기는 마음가짐과 주변 마을과 함께하는 정성으로 이해되면서 친근감이 샘솟는다.

응급훈련 교육장에서 영상을 통한 이론 교육에 이어 마네킹과 장비를 이용한 심폐 소생술에 대해 실습훈련을 했다. 회원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마네킹을 대상으로 심장 부분을 손을 겹쳐 힘차게 눌러야 하는데 힘겨워한다.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힘겹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제법 근엄하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가 널리 쓰이고 있다. 메뉴대로 실시하면 심장에 일정한 충격을 주어 생명을 소생시키는 장비로 가정에도 비치할 수 있으며 휴대용으로 가져 다닐 수도 있다. 

▲ 심폐소생술 시범.

응급의료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 대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 여객항공기 및 공항, 철도 객차, 20톤 이상의 선박에는 모두 비치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500세대 이상의 다중 주거시설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법 시행 4년이 넘었어도 그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란다.

직무 훈련, 구호 잠수, 선박 사고 때 구조, 탈출, 수상 레저기구 조종 및 구조훈련, 실내 및 시뮬레이션 사격, 화재선박 진화와 구조, 손상 선박 복구, 해양오염 사고처리 훈련 등 해양에서의 모든 가능성이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 훈련으로 다채롭다.

오천 저수지 해면에 하얀색의 배가 정박하고 있다. 마치 선박처럼 보이지만 선박 모양으로 디자인된 건축물로 재난 훈련장이다. 총길 45, 6m 면적은 884㎡(225평)로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1층은 강의실, 2층은 안전교육장과 항해실습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3층은 통신 실습장과 레텔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지하 1층은 선박 재난 훈련장으로 선박 기울기 훈련과 농염(濃炎) 훈련장이다. 우리 일행은 선박 기울기 훈련장에 들어가 기울기 각도 15°, 20°까지를 체험했다. 

외부의 조종으로 선실이 15°로 기울자 아래쪽에 있는 사람이 높은 곳으로 겨우 오를 수 있었지만 20°가 되었을 때는 불가능했다. 

만약 물기 있는 바닥이라면 15°에도 미끄럼을 타서 불가능해 보였다. 배 기울기는 80°까지 조종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 때 해경 경비정이 구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구조선 도착 당시 이미 세월호가 52, 5°까지 기울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럴싸하다.

세계 일류 해양종합 교육기관으로 자부하고 있는 해양 경비안전 교육원은 2016년 한 해 동안 104개 과정 234회 8,929명에 이른다. 서해안 중국어선 횡포로 인하여 공용화기 사용 및 불법 외국어선 단속이 강화되면서 공용화기 사용 매뉴얼이 발표되면서 공용화기 담당자 및 외국 불법 선박 단속 역량 강화 교육으로 310명이 이수하기도 했다.

▲ 해양경비안전교육원 본관.

2016년 12월 30일 제3대 박찬현 교육원장이 부임하고 난 후 국민과 지역사회와 소통과 협력의 장이 많이 열렸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학생과 일반인이 해양안전 체험을 할 수 있는 “바다로 캠프”다. 

구명조끼 착용법, 선박 탈출, 집단생존 수영, 구조신호와 익수자 구조, 선박항해체험, 선박 위험체험 등의 교육내용을 담은 바다 캠프는 5월 현재 3,796명이 이수했다. 이외에도 어민교육 80명, 소화훈련 산단 근무자 196명, 해양안전훈련 교원 60명, 공무원 42명의 교육훈련을 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이겨내려는 교육은 보편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해양경찰을 독립 청으로 되돌려 더욱 전문적인 구조활동과 예방 교육을 생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2박 3일간 독립유공자 후손, 순직경찰관 유족, 해군, 한국해양소년단 등 민·관·군 100여 명이 훈련함을 타고 여수에서 독도까지 항해하는 해양국토순례를 하여 해양주권 수호 의지를 불태웠으며 4월 11일부터 25일까지 15일간 교육생 80명, 승조원 43명, 교직원 25명 등 모두 148명이 미국 코스트가드가 주둔하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를 방문, 현장 업무 체험과 교민과의 교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역사회 봉사에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원 개원 이후 지금까지 오천동 노인 대상 치과 진료, 사진 찍어주기, 미용과 환경미화 봉사는 물론 소외계층 김장김치 전달 등 250여 회, 장애인 종합복지관 봉사, 무료급식도 141회나 실시 국민과 지역민의 소통과 친교를 이어갔다. 개원 후 신임경찰, 전문 교육 등으로 매년 연인원 15만 명 교육생을 지역사회로 유입하는 효과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박찬현 원장의 꾸준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은 물론 문화행사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지역사회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1928년 2월 착공하여 6년간의 공사로 1942년 6월 여수 제2 수원지로 개통하여 인구 37, 88여 명이던 시절 1일 1인당 100리터씩 3,500명에게 식수를 공급했던 오천수원지가 순천 이사천 상수원 공급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가 해양경비안전 교육원의 터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 같았다.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요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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