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백여명 전문기술인력 배출한 기부천사 ‘화제’
20년간 1백여명 전문기술인력 배출한 기부천사 ‘화제’
  • 강성훈 기자
  • 승인 2017.02.2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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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용접,배관 배움터 주인장 홍중철 기능장.
IMF시절 실직한 가장들에 기술 가르치며 희망 선물
▲ 20년간 사재를 털어 백여명의 기술인력을 가르친 홍중철 기능장.

“어려운 아이들을 보며 가정이 바로서야 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20년간 1백여명의 전문 기술인력을 배출해 온 재능기부천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공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년 경력의 배관‧용접‧에너지 기능장 홍중철(56)씨다.

IMF 한파가 몰아친 1997년.

사재를 털어 자신이 다니던 교회 한켠에 용접용 발전기 한 대를 놓고 어른들에게 용접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교회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형편이 너무나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보고 가정이 경제적으로 안정이 돼야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일을 찾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던 아이들의 부모들을 설득해 직접 기술을 가르치지 시작했다.

교회의 도움을 받아 교회 옆 공터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사재를 털어 용접용 발전기며 각종 장비를 마련했다.

홍 기능장의 첫 제자들은 이렇듯 한 가정의 가장들이었다. 3명으로 시작한 제자들은 20여년의 세월을 거쳐가면서 1백여명에 이르렀다.

이제 갓 졸업한 학생들부터 뱃일하던 사람, 수년간 현장에서 단순 용접일을 하던 기술인력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3년의 긴 시간동안 홍씨의 지도 아래서 기술을 연마했다.

용접분야가 단순기술부터 각 전문분야까지 기술이 세분화되는 터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모든 기술을 습득하기는 쉽지 않다.

홍씨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용접 분야별 기술을 집중 지도하는 이른바 ‘맞춤형 기술 교육’을 집중 지도했다.

이렇게 홍씨로부터 배운 기술인력들은 울산, 인천, 광주 등 국내 대기업의 기술현장에 취업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가정이 무너져 가던 시절, 반듯한 기술 하나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고 떳떳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것으로 만족하죠. 무엇보다 그늘이 사라져가던 아이들의 모습에 뿌듯했어요”라는 홍씨다.

자신도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던 터라 수십년을 사재를 털어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사비를 털어 발전기를 구입하던 날 집에서 쫓겨났어요”라며 웃는 홍씨.

홍씨는 천상 기부천사다. 늘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했던 홍씨는 한번은 백혈병을 앓고 있던 이웃이 안쓰러워 월급봉투째 전해줬다 아내에게 쫓겨날뻔한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홍씨의 나눔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탈선하지 않으려면 가정이 바로 서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어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했죠”

자신도 직장생활을 하며 3명의 자녀와 함께 가정을 꾸려가야 했던 터라 늘 부족함이 많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재능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교육에 필요한 전문 장비를 하나둘씩 갖춰갔다.

“어떨 때는 가스며 기름이며 용접봉 등 소모품도 만만치 않게 들었어요. 때로는 가르치는 일을 이어가기 위해 카드 돌려 막기도 했죠”

▲ 지난 25일 배움터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인들과 조촐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홍씨의 이런 선행이 알려지면서 인근 중소기업에서 기술교육에 필요한 재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어렵던 것들은 쉽게 잊혀지더라구요. 어렵게 살던 이들이 저의 작은 재주로 건네받은 기술로 넉넉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어요”

지난 25일 오전 11시 미평동에 위치한 20여년을 한결같이 기술인력 배출 산실로 자리매김한 배움터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배관, 용접 배움나눔터 20주년 확장 축하기념’행사였다.

인근 주민들과 그동안 홍씨에게 기술을 배워 현장 기술자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인들이 함께 했다.

“사랑이죠, 자녀들 키우는 입장에서 잘 되기를 마음. 뭐 이런거죠”

20년을 한결같이 재능기부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홍씨.

“제가 가진 것이 손재주인데. 이것 하나로 더 나눌 수 있다면 계속 해야죠”라며 환하게 웃는 홍씨. 천상 재능기부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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