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민수(君舟民水)와 촛불
군주민수(君舟民水)와 촛불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12.30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의 사자성어(四子成語)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뽑혔다. 강물은 백성이고 배는 임금을 얘기하는 것으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때문에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민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 의사당 앞마당에서 지역과 세대, 계층을 아우르는 사상 최대 국내외 초청자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민은 5년간의 임기 중 민주주의를 활짝 펴고 국가 경제의 도약과 국제적 위상이 넘치는 나라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오늘날 헌정을 농단한 군주(君主),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백성에게 시름만 안긴 혼주(昏主)로 탄핵 정국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농민 국가폭력, 일본군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드 배치, 유전자조작 쌀 재배 시도 등 일방통행식 국가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못 받아 심한 저항에 부딪혔고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정보 정치는 극에 달해 국가의 기강마저 흔들리는 지경이다.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가 베일을 벗으면서 국정농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 없는 것으로 만천하에 공포돼 탄핵심판의 단두대로 내몰리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2013년부터 선정된 사자성어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다. 차례를 거꾸로 시행한다는 뜻이었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얘기로 권세를 가진 자가 얼토당토않은 일을 사실로 우긴다는 뜻이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은 나라가 어지럽다는 뜻으로 지금까지의 통치 형태의 맞춤형이다. 역천자망(逆天者亡)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란 뜻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국민은 위대했다. 그리고 촛불을 들었다. 헌정을 농단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함이다. 10월 1차 2만 명으로 시작된 촛불은 7차 104만 명이, 9차까지 연인원 900만 명, 10차 엔 1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촛불 소등(消燈) 1분. 광화문 광장을 환하게 밝히던 촛불이 일순간 모두 꺼졌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기 위한 1분. 시민들은 침묵으로 끓어오르는 분노와 저항을 표현했다. 어둠의 1분이 끝나고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힌 퍼포먼스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촛불은 어둠을 밝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촛불을 든 우리 국민은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다. 집회는 평화적이면서도 축제 분위기였다. 또 일부 가게들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기도 했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핫팩을 전하고 행사가 끝난 후엔 쓰레기를 치웠다. 단 한 건의 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광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함께했다. SNS 통해 인증샷을 올리며 촛불 민심을 대신했다.

박근혜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마땅히 응징 받아야 하고 대통령은 바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내년을 정유년(丁酉年)이라한다. 정(丁)은 음양오행에서 불을 뜻하고 유(酉)는 닭을 뜻한다. 붉은 닭의 해다. 예로부터 닭은 새벽을 알리고 봉황을 뜻하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여 새벽을 알린다. 닭의 시원한 울음처럼 정유년 한해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금 수저 흙 수저가 회자하는 과거의 낡은 시대를 폐기하고 성숙한 민주주의가 있는 새 시대를 열어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