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애(五月 愛)는 문화 예술 진흥의 실험무대
오월 애(五月 愛)는 문화 예술 진흥의 실험무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6.06.13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과 함께한 오월 애(五月 愛)의 초여름 밤은 짧기만 했다. 지난 5월 27일 김덕수 사물놀이, 팝핀 현준, 비보이 진조크루와 여수시립국악단과 협연한 오월 애는 예울 마루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갈채 속에서 이어졌다. 출연자와 관객이 앙상블을 이루는 의미 있는 무대였고 여수의 문화 예술을 한 격 높이는 무대였다.

첫 공연인 관현악 여수 시립국악단 지휘자 이경섭이 작곡한 “파라다이스”는 호기심 많던 유년시절, 내가 꿈꾸던 동화 속 같은 나라가 실제로 존재하리라 믿었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그 꿈속과 닮아가길 기대하지 않는가? 꿈이 현실이 되는 세상, 이젠 내 아이와 동화 속을 거닐며 그 꿈을 나누고 싶다는 작품 해설처럼 경쾌하고 몽환적인 즐거운 무대였다.

이어 왜적의 침략 앞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선에 선 이순신 장군과 전라좌수영 수군의 긴박한 드라마를 국악 관현악 편성으로 작곡한 “동백 바람에 날리어”는 관현악의 웅장함과 애절함이 구성진 소리를 통해 표현되면서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의 영예로운 시민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경건함 마저 들게 했다.

싱싱싱, 시네마 천국, 하울의 움직이는 성, 리베르 탱고가 여수 시립 국악단의 전통악기로 연주되고 비보이 진조크루가 고난도의 기술과 현란한 몸동작, 묘기에 가까운 춤 동작이 어우러질 때 경탄의 갈채가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세계 최초로 5대 메이저 비보이 대회를 석권, 그랜드슬램을 달성, 비보이의 전설로 통하는 진조크루와 협연이다. 조화롭지 못할 것 같은 예단을 깨고 특별한 만남, 드라마틱한 무대를 이루었다.

사회자로 나서기도 했던 소리꾼 박애리는 쑥대머리, 상사몽을 통해 남편이기도 한 춤꾼 팝핀 현준과 애절한 사랑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어 남상일은 각설이, 품바 타령으로 잘 알려진 타령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피지배층 사람들의 현실의 울분과 풍자, 해학을 맛깔스럽게 표현하여 인기를 끌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라 했던 어느 명창의 명언을 상기시킨다.

여수시립국악단의 태평무에 이어 모둠북 협주곡 ‘打’은 관중을 경이의 세계로 몰아갔다. 모둠북 연제호, 이승호, 비보이 진조크루와 여수시립국악단의 관현악과 협연으로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둠북이 타악기만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춤과 관현악 북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실험 정신이 강한 무대를 만들었고 경이로운 협연의 조화를 경험한 무대였다.

신의 한 수라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모듬, 경기 이남 지방의 무속음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신(神)을 모은다는 뜻으로 쓰인 이름이지만 이 곡에서는 신난다, 신명 난다, 신바람 등의 ‘신’으로 사용했다. 농악과 무속 장단이 어우러져 사물놀이와 관현악의 조화를 무르익게 한다. 신명 난 공연으로 오월의 초여름 밤을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묻었다.

예울 마루는 GS칼텍스가 만들어 여수에 기증한 전문 문화 예술 공간이다. 친환경 건축의 세계적 거장인 도미니크(프랑스)가 맡아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대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친환경공법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세계 문화 예술계를 주도하는 아티스들과 우수작품을 초청하여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콘서트, 발레 연극 등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공연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문화 예술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화 예술 공간이다.

여수를 해양 관광도시라고 한다. 세계적인 여느 관광도시를 가더라도 문화 예술이 활발하지 않으면 관광도시로서의 품격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유적 명소 등 하드웨어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의 주말 밤을 즐겁게 만드는 버스커버스커의 향연이 여수 관광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예울 마루의 활성화는 도시의 품격과 지역 예술 진흥을 담보할 수 있다.

여수 시립국악단과의 비보이, 사물놀이패, 모듬북, 춤 등 장르가 다른 것끼리 어우러진 무대는 대부분 지역 활동에 매달렸던 시립국악단에게는 발상의 전환이며 여수를 문화 예술 도시로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과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지역 예술단체와 동반 성장을 꿈꾸며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의 우수성과 지역 문화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오월 애 협연은 예울 마루 기획팀의 의지가 담겨있고 여수 시립 국악단 지휘자 이경섭의 명성과 열정이 고스라이 배어있다. “오월 애”의 밤 관중들의 힘찬 박수와 함성은 여수를 문화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가라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