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길은 행복한 우리동네 가꾸기 모델
갯가길은 행복한 우리동네 가꾸기 모델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5.09.08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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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 길은 자치시대 주민 참여 모델 여수의 밤바다가 여수 관광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여수 갯가길이 유명세를 더하면서 여수 1천만 관광 시대를 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갯가 길은 2013년 10월 26일 처음 개통됐다. 돌산 우두 항에서 무술 목까지 22.52km인 제1코스다. 그해 12월 이순신광장에서 예암산,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해양공원으로 이어지는 여수 밤바다 코스를 열었다.

시내 중심지역을 한 바퀴 도는 약 7.8km 코스다.

이어 2014년 4월 무술 목에서 방죽포 해수욕장까지 16.6km 제2코스를 개통했고 2015년 5월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임포까지의 8km 제3코스를 개통했다.

첫 코스는 경남 남해가 남북으로 가로 놓여있고 크고 작은 선박들이 오가는 모습을 본다. 120m에 이르는 대나무 숲 터널, 200m에 달하는 비렁, 일출명소 용화사, 암반, 갯벌, 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언 듯 보이는 바다의 포말, 야생화 등이 갯것 하러 다녔던 옛길 정취다.

겨울이면 백조(고니)가 찾아오는 도래지가 있고 진모 곶 양쪽에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까지 갯벌이 드러나 멸종 위기인 ‘여수 갯게’가 아장 대는 모습을 본다.

우리말 지명으로 ‘달밭기미’ 월전포는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어촌, 수령 수백 년의 팽나무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무술목에서 시작되는 제2코스는 대미산이 바다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두룬개를 벗어나 계동에 이르면 작은 포구에 횟집이 즐비하다.

3구간의 무인 등대를 거치면 두문포 갯벌 체험 장이 손짓한다. 어느덧 땀을 식힐 틈도 없이 방죽포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특히 제3코스는 해상국립공원 일부가 포함되어 있어 자연환경과 생태가 잘 보존된 곳이다.

우리나라 4대 기도처의 하나인 향일 암이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황금 모래와 해송 숲으로 유명한 방죽포를 지나면 깎아지른 듯한 비렁이 계속되고, 파도에 닳고 닳은 몽돌이 해변에 쌓여 있다.

우람한 적송이 오솔길을 가리고 바다에 가지런히 떠 있는 홍합양식장은 시골 텃밭을 연상케 한다. 갯가 사람들 삶을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물이 들면 자취를 감추었다가 물이 빠지면 몸을 드러내는 이름 없는 여(바위)가 여행길의 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수 갯가 길은 지방자치 시대 순수한 시민 참여, 협력,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져 의미가 크다.

뜻을 함께하는 몇몇 시민들이 2012년 초 비영리 단체인 사단법인 여수 갯가 길을 출범시키고 6월에는 갯가길 조성을 위한 워크숍을 통해 나가야 할 방향, 지역사회와의 관계설정, 행정과의 협조, 재원마련 등에 대한 다양한 제언을 모았다.

거북 모양의 로고 제작, 로고의 이미지화, 홈페이지, 안내판 제작, NFC(근거리 통신) 시스템 착용 등은 모두 전문가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현장에 투입된 회원들은 잡목과 풀을 베고 길을 평평하게 했다. 갯가길 주변과 해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도 치우고 나뭇가지엔 방향을 알리는 리본을 매달았다. 달지 못하는 곳엔 바위, 길바닥, 전주에 스프레이로 로고를 그렸다.

미끄럽거나 환경 훼손이 심한 곳은 친환경 생태 매트를 깔았고 위험구간에는 밧줄로 안전장치를 했다.

사유지는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고 불가할 경우는 코스를 틀어야 했다. 봉사단체 회원들과 직장의 동호인들도 함께했다.

자발적으로 몇몇 기업이 나서 표지판과 벤치를 설치하고 펌프카와 레미콘까지 동원 10m∼30m의 다리, 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예술단체는 방파제에 예쁜 그림을 그려줬다. 작업자에게 숭어 50마리를 제공하는 어부, 길 주변에 갯가 꾼들의 쉼터를 만들고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시민도 있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다양했다.

여수시는 지난 7월 12일 여수시와 (사)여수 갯가 길과 남해안 대표 힐링 길 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여수시는 탐방객들의 이용 편의 제공과 홍보를, 여수 갯가는 시설물의 조성․유지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올해 사업비 4억여 원을 들여 안전시설과 정자, 전망 테크 등 편의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선(先) 주민 참여, 후(後) 시 당국의 지원체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지방자치란 자기가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스스로가 공동관심사를 의논하고 처리해 내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여수 갯가 길은 전형적인 행복한 우리 동네 가꾸기의 모델이다. 주민과 단체, 기업이 그리고 시 당국까지 함께 한다면 여수 갯가 길의 성공은 물론 지방자치의 모델로 빛을 볼 것이다.

나비 모양의 반도인 여수는 삼면이 바다여서 앞으로 420여km에 이르는 해안선에 25개소의 명품 갯가 길을 만들겠다는 애초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이유다. 시민들의 자진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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