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식재도 디자인을
가로수 식재도 디자인을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5.06.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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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17세기 합리론의 주요이론가인 스피노자의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은 결국 어떤 운명이 정해져 있더라도 끝없이 희망과 비전을 심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는데 이바지한다.

오늘날 도로의 양 곁에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수가 돈이 되고 있다. 여수 인근 지역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하동군 쌍계사 십리 벚꽃 길, 진해 복원 로터리 벚꽃 길, 벚꽃과 단풍으로 뒤덮인 백양사 진입도로, 보성 대원사 진입로 왕벚나무터널 등 모두 가로수 길이다.

봄이면 쌍계사, 진해, 보성 대원사, 가을이면 백양사, 봄부터 겨울까지의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엔 시즌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지역경제에 기지개를 켜게 한다.

특히 담양의 메타세쿼이아는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 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 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난 것이다.

나무 높이 10~20m에 이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무려 8.5 km에 이르는 국도변 양쪽에 자리 잡고 짙푸른 가지를 쭉쭉 뻗고 있어 마치 초록빛 동굴을 연상하게 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에 매료되고 질펀한 길에서 자전거를 타면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결국, 가로수도 지역 경제 발전에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수의 가로수가 서있는 도로는 총연장 255,74㎞에 이르고 구간은 118개소이다. 약 18종에 모두 3만2천6백70여 그루의 나무가 서있다. 이 가운데 후박, 벚나무가 8천여 그루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먼 나무 2,165그루 순이다. 그런데 시화(市花)인 동백은 뜻밖에 8백35그루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동백하면 오동도, 거문도를 연상 마치 여수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막상 본 고장에서는 동백나무가 찬밥 신세다. 동백 골, 거문도, 금오도 등 군락지와의 연계를 통해 동백하면 여수를 상기가 되도록 역사성 짙은 곳에 더욱 동백을 심어 집중화시키는 전략도 필요한 것 같다. 

비교적 통행이 빈번한 한재 길과 대교로엔 은행나무, 충민로엔 왕벚나무, 중앙로는 은행과 종려나무, 시민로 워싱톤 야자. 소호, 신월로 후박나무가 잘 성장하고 있어 장차 아름다운 가로수가 있는 도로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수폭(樹幅), 수고(樹高)가 낮고 근경(根莖)이 좁아 웅장한 모습은 아니어서 도시 미관에 큰 역할은 모자란다.

여수시가 가로수 심기에 조용한 변화를 시도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소호동 소제마을 입구에서 관기까지의 도로다.

안심 산기슭 터널을 통과하는 이 도로는 터널을 기준으로 관기 가사리 쪽은 탁 트인 벌판에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있고 소호 쪽은 아름답고 시원한 바다와 동백 가로수가 조화를 이루어 청량감을 준다. 앞으로 드라이브 코스 가운데 인기 있는 구간이 예상된다.

이 곳 약 800m를 친환경, 명품 도로를 만들려고 길 양쪽으로 아기 동백 120여 그루와 큰 동백 236그루를 심었다. 근경 30cm, 수고 3m가 넘는 대형 동백 두 그루 사이에 아기 동백 한 그루를 심는 방법이다. 이는 아기 동백과 동백의 개화기가 길고 짧은 특성을 고려하여 동백꽃의 관상 기간을 장기화시키기 위해서다. 아기 동백은 11월부터 동백은 12월부터 2월까지 각기 다른 개화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례적으로 3∼5년생이 아니라 20∼30년생 동백 대형 목을 심는 등 수고가 낮은 나무를 심던 종래의 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사업비 부담이 커지는데 파격이다.

여수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른 도시며 임란 유적과 구국의 역사가 있는 고도(古都)로 현대와 과거가 모두 아우르는 남쪽 항구, 관광 도시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교두보다.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 식물군이 북상 중인 것을 감안하고 도시 미관과 환경 등을 참작하여 가로수 심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광 여수를 상징하는 연관지역의 가로수는 대형 목을 심는 여유를 보였으면 한다. 가로수도 디자인을 하고 심는 치밀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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