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공동체다 - 서강동 EM흙공 던지기 뒷이야기]
주민들 힘으로 미생의 연등천을 살린다
[이것이 공동체다 - 서강동 EM흙공 던지기 뒷이야기]
주민들 힘으로 미생의 연등천을 살린다
  • 정송호 기자
  • 승인 2015.06.0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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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주민들 EM 흙공 3500개 연등천에 투척
공동체회복+연등천정화+아이들 환경의식 고취

▲ 지난 20일 여수서초등학교 학생들이 연등천에서 어른들이 만든 흙공을 던지고 있다.
여수시 서강동 주민들이 연등천을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만들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지난 20일 오후 2시가 약간 넘은 시각 연등천 범민교 주변에서는 서강동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400여명의 주민들이 범민교에서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일제히 손에 들고 있던 흙 공 3500개를 던졌다. 흙공은 원도심의 젓줄인 연등천을 살리기 위해 서강동 주민들이 지난 3월부터 직접 준비해 만든 EM(유용미생물군)쌀뜨물 발효액으로 만든 것.

한번 던진 것으로 연등천이 깨끗하게 정화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이 이 행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EM 흙공 던지기’는 서강동주민센터 공무원들의 학습동아리에서 지난 2월 처음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유용미생물(EM)을 쌀뜨물로 배양한 발효액(500㎖)을 제작해 주민들과 나눠 쓰고, 흙공을 만들어 연등천에 투척해 환경도 신경 쓰자는 취지.

노정열 서강동장은 이런 고민을 주민자치위원회로 던졌고, 주민자치위는 3월 회의를 통해 ‘미생에서 완생으로 EM으로 연등천을 살린다’는 제목으로 동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으로 채택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EM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시작은 힘이 들었다. 지난 3월 18일 EM사업을 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청해 주민들에게 EM에 대한 이해를 갖는 시간을 마련했다.

노정열 동장은 “강의를 받은 한 위원은 가슴이 뛴다. 동에서 이런 일 하는 것이 정말 만족스럽다”며 “동참의사를 밝히는 등 주민들과 자치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만든 EM쌀뜨물 발효액은 ?대야에 쌀뜨물(1ℓ) 붓고 EM원액(2뚜껑)과 당밀(1뚜껑) 넣어 잘 섞은 후 어둡고 따뜻한 곳에서 7~10일정도 발효를 시키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후 주민자치위는 4월부터 자료수집과 현장방문 및 교육, 역할분담, 물품 준비 등을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발효액을 만드는 데는 쌀뜨물과 당밀 그리고 발효액을 담을 투명플라스틱 용기 등이 필요했고, 17명의 위원들은 페트병 수거팀, 쌀뜨물 수거 및 수거관리팀, 활성액 제조 및 관리팀, 제품판매 및 홍보팀으로 역할을 나눴다. 빈 플라스틱 용기(페트병 500㎖)과 쌀뜨물은 주민들이 분리수거한 재활용품과 대량으로 나오는 곳을 수소문했고, 쌀뜨물은 동 관내 초.중.고등학교 급식실(서초.진성여중고.여수여중 등 )과 방앗간을 찾아다니며 수거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러는 과정에 각 학교도 이 사업의 당당한 주체로 동참했고, 아이들까지 연등천에 관심 갖게 됐다.

▲ 아이들이 유용미생물 발효액으로 황토흙을 반죽해 둥글게 만들고 있다.
이귀자 팀장은 “이번 일로 주민들 인식이 연등천을 버려진 하천이 아닌 우리가 꼭 살려야할 하천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며 “자신감고 얻고,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것에 위원들이 만족스러워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노력으로 만든 EM쌀뜨물 발효액이 대량으로 만들어졌고, 사용하지 않은 건물에서 황토 15톤을 발효액으로 반죽해 흙공을 만들었다.

EM원액을 구매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이 직접 땀 흘려 이뤄 낸 것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흙공 3500개가 지난 20일 연등천으로 던져 진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발효액은 2000세대 주민들 모두에게 전달돼 각 세대에서 사용하고 있다.

조영희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은 물론 주민들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이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본 것이라 많이 우려를 했었다”며 “하나씩 실천하고 함께 마무리까지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이번 일로 생겼다”고 전했다.

주민자치위는 7월과 9월에도 연등천에 EM흙공을 던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 지키미 캠페인 및 EM 제품 판매 활동과 EM 활용도 성과 분석 및 확대 방안에 대해서 연구해 여수에 EM붐을 일으킬 계획이다.
서강동 주민들은 흙공 하나를 던지면서 지역 환경 문제와 공동생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가진 값진 성과를 얻었다.  


“비용을 만들기 위한 방법도 찾아볼 계획이다”

[인터뷰] 조영희 서강동 주민자치위원장

사업의 성과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위원님들과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처음으로 동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땀을 흘려서인지 다들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풀어야 할 연등천 정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연등천을 살리기 위해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구상이 있는지?
도시재생을 위해 마을기업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잘 다듬어 방향을 잡아볼 것이다.
또한 현재처럼 동사무소 공무원들이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줘 이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서로 협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M발효액을 써본 주민들의 반응은?
EM발효액을 사용해 본 주민들이 냄새가 안 나니까 재구매해 살 수 있는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부담해 발효액을 무료로 계속 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을 만들기 위한 구조를 위원들과 찾아볼 계획이다.
서시장의 빈 점포 등을 활용해 마을기업 등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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