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사회
기본에 충실한 사회
  • 남해안신문
  • 승인 2015.04.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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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논설위원

▲ 예치과 대표원장 / 초록우산 전남지역본부 후원회장 /
해마다 4월이 되면 시인 T. S. 엘리엇의‘4월은 잔인한 달‘이란 문구가 종종 인용되곤 한다.

성완종리스트 파문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 4월은 잔인함에 더해 충격과 참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단장의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

단장(斷腸)은 잡힌 새끼를 따라가다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자식을 잃은 고통만큼 큰 고통은 없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은 차가운 길거리에 나와 있다. 세월호 인양을 비롯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완종 로비의혹은 정치권에 때 아닌 한파를 몰아치고 있다.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거물급 정치인의 뇌물수수의혹은 이제 권력형게이트로 치닫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한 경우 비아냥거리듯 사고공화국, 부패공화국, 비리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뭔가 찜찜하고 불쾌하고 심란한 뒷맛을 남기는 말들이다.

왜 이러한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하는가? 기본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시민사회의 기본은 정직하고 투명한 조직,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 존경받을 수 있는 리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식 등이 기본에 포함된다. 변화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기에 앞서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영화‘역린’중 중용23장을 외우게 하는 장면을 보면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개인이 기본에 충실하면 가족, 이웃,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처럼‘나 하나쯤이야’라는 도덕불감증은 사고나 부정부패 등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를 유발한다.

기본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기초와 근본이다. 아주 작은 정성만으로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며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사고 당시 한 명의 제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아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 유명을 달리한 단원고 2학년 5반 담임이자 우리지역 출신인 고 이해봉교사의 살신성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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