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잃어버린 여수에게는 미래가 없다”
“역사를 잃어버린 여수에게는 미래가 없다”
  • 정송호 기자
  • 승인 2015.04.15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에서] 정송호 편집국장

여수시민들이 여수를 자랑할 때 제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이순신 장군.거북선’과 여수의 연관성 일 것이다.

사람들이 여수의 역사적 혼이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호국충절의 도시, 구국의 성지’이런 단어를 우리들끼리만 지명 앞에 붙여 사용했고, 우리들끼리만 만족하며 살아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 단어들이 어느 순간 정치인들의 선거 홍보물에 많이 쓰이는 문구 중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단어는 여수의 역사이지, 정치인들의 선거 표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가꾸고 키워내야 할 여수의 역사이고 자랑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KBS 역사드라마‘불멸의 이순신’은 우여곡절 끝에 여수에서 촬영을 못하고 전북 부안에서 촬영했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서울 한강에 떠있던 거북선이 경남 통영으로 옮겨졌다.

당시 여수사람들은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두 사건의 주인공인‘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은 언제나 우리 여수의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른 도시에 이미지 선점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명랑’이라는 영화 한 편이 또다시 대한민국을 이순신신드롬으로 물들게 했을 때도 여수는 울돌목, 명량해협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러는 사이 여수는 또‘이순신장군과 거북선’에 대한 역사적 선점을 순천에게 까지 위협받게 됐다.

얼마 전 주말 여수.순천.광양 시장들은 물론 전남 동부권 4명의 국회의원들이 여수시청에 처음으로 모여 함께 회의를 했다. 3개시 시장들이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현안사업들을 건의하는 간담회 자리였다.

그런데 여수시도 아닌, 순천시가‘광양만권 임란승전지 관광벨트화 사업’을 들고 나왔다. 순천시의 제안은 3개 시가 이충무공의 승전지를 중심으로 호국의 얼을 되살리고, 관광자원 개발 사업과 연계해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전략적 육성을 하자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순천이 먼저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여수시에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 봤다. 여수시 공직자들의 반응은 별일 아니라는 것이다.

“시가 꾸준하게 이순신성역화 사업을 해가고 있고, 여수에는 임란 유적유물들이 20여개 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순천이 선점을 하려는 것이다”

순간 이런 안일한 사고가 통영에 그리고 또 다른 지역에 우리 가슴속의 자랑인‘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대한 선점을 빼앗기게 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의 사고였으니 어떻게 여수가‘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세상에 당당하게 팔 수 있겠는가?.

큰 사고와 사건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 돼 큰 일로 변한다.

향후 행정협의회에서 순천시가 이 사업의 제안을 계기로 동종의 사업에 대한 선점을 주장할 때는 어떻게 할 것 인가?. 그때는 여수가 임란 유적과 유물이 더 많으니 양보하라고 부탁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여수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판만 벌이려고 용쓰지 말고‘역사를 잃어버린 여수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여수에서 가장 우선 지키고 가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