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가을풍경에 담긴 예술문화의 화양길
고즈넉한 가을풍경에 담긴 예술문화의 화양길
  • 남해안신문
  • 승인 2014.09.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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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이 있는 풍경> 신병은 시인
▲ 산책.
가을이다.
가사리 들녘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고 집집마다 마당이며 평상이며 빨간 고추들이 널려 있는 한결같이 고즈넉한 가을 풍경이다.

코스모스 한 두송이 피어있는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길 따라 걸으면 순박한 사투리가 안겨오는 가을은 내게는 꼭 모국어와 같다. 모국어는 마음과 영혼이 가장 편안하고 자류롭게 담길 수 있는 그릇이 아닐까 싶다.

바람의 노크가 필요해요
뒷꿈치를 살짝 들어주세요
합장하고 선 사립문도 향기롭니다
국화 향기 담아 더 깊어진 마당은
고요롭게 휘적이고 있어요
오랜 휴식의 평상은 낡아도 빛납니다
해묵은 장독은 스스로 깊습니다
그렇다고 빈 집은 아닙니다
하늘하늘 잠자리 한 마리가 주인입니다
저 혼자 물든 주홍빛 감잎이 주인입니다
좀 쉬었다 가세요
발길 멈추고 잠시 들른 햇살의 손님입니다
단단한 생각은 이제 벗어두세요
갈 사람은 떠나고 올 사람은 돌아오는
온 종일 풀려 있는 따뜻한 눈빛의 마당입니다
해맑은 산국화 송이송이,
나는 또 왜 이리도 고요해지는지
서로를 다독이는 바람의 노크가 들려요
잠시, 귀를 열어 주세요
그대 기슭에서 그대 생각 엿보다
가만히 가만히 다가온
마당 깊은 가을이 안주인입니다 -시 <고요한 마당>

화양 옥천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천리의 바닷가의 가을 풍경이 캔버스에 올라 공명처럼 여백에 환하게 번진다.

배꽃과 구름이 조화롭던 이천, 물길이 감아도는 감도, 물좋기로 소문난 오천마을의 머구내, , 머그섬, 새섬, 운두도, 여자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섬이 좋고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에서 사진촬영지 명소 99곳 가운데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 이천리 220-8(여자만)이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뿐만아니라 우리시 노을 명소화 사업지로 선정되기도 한 오천마을에는 그리스 산토리니 스타일의 팬션단지를 비롯한 전원주택이 조성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옛 오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는 행복한 마을이다.

특히 이곳 캠핑장은 하루 2만원이면 누구나 부담감없이 사용할 수 있고 해안산책, 낚시도 가능하고 주말에는 야외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접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곳에는 미술협회 박치호 작가와 권진용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차 한 잔 간절한 것도 그렇거니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박치호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마침 집을 나서려던 박작가가 반갑게 맞아준다.

박작가는 현재 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손상기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지역문화예술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유망한 젊은 작가로 현대인의 상처들을 은유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토르소로 시각화하는 작가다, 1994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인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미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다.

이 좋은 가을날에 혼자 올 수 없어 햇살도 바람도 함께 왔다고, 쑥부쟁이, 구절초, 코스모스 환한 웃음도 함께 왔다고 느스레를 떨며 차 한 잔 마주하고 보니 늘 그렇듯이 그의 작품과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단골메뉴로 오른다.

우리지역 문화예술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대해서 ...... 손상기 미술관 건립에 대해서 ..... 지역예술문화시스템과 콘텐츠에 관해서 ... 반성과 전망에 대해서 .....출향예술인의 인적자원화에 관해서 .....

뿐만아니라 우리 여수가 김홍식, 배동신, 유경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서양화 1세대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 만화가 허형만의 고향이면서 아직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는 아타까움에 대해서 ..... 인근 시·군의 미술관, 문학관, 박물관 등을 부러워하며 다양한 옴니버스식 화제가 삽화처럼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박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내친김에 권작가의 작업실도 들리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아껴두기로 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화양의 노을을 감상하기로 했다.

풍덩,
저물어 가는 저 한 생이 깊다
어둠에서만 피어나는 꽃
지워진 이름들은 저마다의 풍경으로 자리한다
어둠도 꽃이 되는
거기,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아
당신만 환하다면
당신이 풍경이라면 - 졸시 <노을 풍경>-

신병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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