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박물관 - 선소박물관
괴짜 박물관 - 선소박물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3.02.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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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역사가 우리보다 100여년이 앞선 유럽에는 괴짜 박물관이 수두룩하다. 외부는 초라해 보이지만 내부는 세계적인 명품이 수두룩하다. 파리의 루브르처럼 덩치가 크거나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소박하고 별것 아닌듯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다시 보고 싶어지는 괴짜 같은 박물관, 작은 박물관이다. 이름 있는 대형박물관에서는 시끄럽고 붐비는 통에 주마간산 격 감상이 되기 일쑤이지만 이곳에서는 명장과 이름 없는 장인의 솜씨를 느긋하게 감상 할 수 있어 스스로 명품과 걸작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어 매우 좋다.

미술평론가 정진국씨는 “유럽의 괴짜 박물관”에서 쇼룸처럼 연출된 박물관이 아니라 마치 역사의 전당포 같이 소재가 특별하고 단순한 의미가 있는 작은 박물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꼭두각시의 웃음과 눈물이 새겨진 프랑스 리옹의 마리오네트 박물관, 그라시의 향수박물관, 오요나의 빗과 플라스틱박물관, 이탈리아 피엔차의 도자박물관, 스위스 르 로클의 시계박물관, 벨기에 익셀의 콩스탕탱 뫼니에 박물관 등이다. 소재가 복잡하지 않고 이름 있는 명장도 아니지만 한 길을 고집한 장인의 과거 생활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마치 백화점처럼 소재가 다양하다. 지자체의 것이든 공기업에서 만든 것이든 내부구조와 전시물이 거의 엇비슷하고 학예사 등 전문가의 부족이 흥미를 잃게 한다.

여수시가 시전동 선소유적지에 선소박물관을 만든다고 한다. 지상1층 연면적 696.6㎡규모의 전문박물관이다. 시비 45억 원을 포함해 75억 원 규모로 2014년 시작해 2015년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전시실, 자료실, 수장고, 사무실 등 1종 전문박물관 요건에 맞는 시설물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박물관에는 고지도와 사료에 나타난 선소유적소개와 출토유물을 전시할 상설전시실, 전통무기류 및 병선의 부속물․거북선 모형 등을 전시할 야외전시장, 영상실 등을 갖춘 기획전시실 등으로 꾸밀 계획이고 시가 보유중인 선소출토 유물을 우선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보유중인 유물은 129점으로 전문박물관 등록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여수시의회와의 간담회에서는 규모를 더 키워 해양 분야의 특화된 박물관으로 추진하거나 여수에서 나온 모든 유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고 있어 대형 프로젝트 마다 충돌이 빈번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선소는 거북선을 만든 곳이다. 거북선은 여수 지역에 있던 본영 선소, 순천부 선소, 방답진 선소 세 곳에서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난중일기(亂中日記)』에 의하면, 순천부 선소는 임진왜란 전에 생겨 임진왜란 중 전라좌수영 관하 순천부의 수군기지로 사용된 것이 확실하나 만들어진 연대는 알 수 없다. 선소 유적은 충무공 이순신이 뛰어난 조선(造船) 기술을 지닌 나대용(羅大用)과 함께 거북선을 만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규장각에 소장된 「순천부 고적(順天府 古蹟)」 고지도에는 현 위치에 선소로 표기되어 있으며 장성마을도 나타나 있다. 이 지도에 나타난 선소 시설로는 선소창(船所倉)과 수군기(水軍器)가 있을 뿐이며, 구전하는 세검정(洗劍亭)은 보이지 않고 바다에 전선 2척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계선주(繫船柱)와 벅수가 있다. 거북선은 임란을 승리로 이끈 전선이며 첨단 조선 기술을 상징한다. 거북선 탄생 지역의 박물관 건립은 도리어 늦은 감이 있다.

전문 박물관은 미술, 역사, 과학 등 특정분야의 자료를 전문적으로 수장하고 있는 박물관을 말한다. 한때 구청사를 이용 대형 박물관을 건립하려 했던 일이 있었다. 흔히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었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고 거북선 창제의 과정을 담을 선소의 전문박물관 건립에 찬사를 보낸다. 이곳에오면 거북선에 대한 자료수집, 정리보관, 조사연구, 전시, 교육활동의 박물관 본연의 기능이 충실한 전문 박물관이 되어야 경쟁력이 있다.

유럽은 어딜 가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다. 소규모 박물관도 외부는 초라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세계적인 명품들이 많다. 여수가 세계로 미래로 진출하는 관문의 도시라면 방치된 수많은 폐교를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으로 거듭나게 해 지역의 관광자원과 유기적인 연계성을 확보한다면 체류 형 관광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거북선의 창의(創意)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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