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역이기주의에 멍든 교육청사
소지역이기주의에 멍든 교육청사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1.11.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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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 하!, 허! 허! 허!, 호! 호! 호!, 어후! 어후! 어후!

여수시 교육지원청 청사이전 사업비 예산책정을 놓고 전남도의회에서 여수 출신 도의원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5분 발언을 신청하는가 하면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다른 지역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고함을 지르는 등 천방지축, 개그콘서트 같은 코믹한 촌극에 시민이 쏟아내는 웃음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올해 사용하고 남는 일부 예산으로 여수 교육지원청 이전 사업비 100여억 원을 편성할 계획이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2011년 정리 추경 때 도의회 교사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의를 마치면 사업비가 확정돼 새 청사를 갖출 수 있는데 여수지역 출신 도의원 서현곤· 정빈근 두 의원이 예산 편성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다른 지역 도의원에게 반대를 위한 연서를 받는가하면 정빈근 의원은 도의회 제263회 임시회에서 예산편성 반대를 위한 5분 발언을 신청했다. 그러나 찬성 발언을 하려는 이광일 의원과 충돌, 의장의 직권으로 두 의원의 5분 발언이 모두 무산되자 여수 출신 도의원들 간에 고성을 주고받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현 여수 교육지원청 청사는 1982년 신축 이후 2회에 걸쳐 증축,보수한 낡은 건물이다. 1998년 4월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을 통합하면서 여천교육청을 폐지하고 여수교육지원청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 청사 주변에는 병원, 장례식장, 전통시장, 유흥주점, 숙박업소들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육기관 위치의 부적절성이 제기돼 왔다.

청사 신. 개축은 지난 10여 년간 여수 교육지원청의 최대 현안 사업의 하나였다. 매년 도교육청의 예산지원을 요청해 왔지만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해결되지 못했다. 매년 방문한 교육감들이 구두 약속은 하고도 번번이 공수표로 끝났다. 그러다 최근 새로운 교육장이 선출되고 마침 자산초등학교가 학생 수의 급감으로 내년 3월 동초등학교로 통폐합됨에 따라 새로운 청사 문제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여수시 교육지원청은 폐교된 자산초등학교 청사와 부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예산절감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청사를 리모델링하고 일부 시설만 신축하면 교원연수시설과 특수교육지원센터, 영재교실, 발명교실 등 여수지역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관들을 집중화해 학습지원 업무의 효율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도심 활성화를 통한 도시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 삼삼면과 화정면 등 도서지역 학교의 교육지원업무에 대한 편리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 도교육위원회에 예산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청사 신축을 반대하는 두 의원은 교육지원청의 원도심 이전은 삼려통합 당시 통합 시청사는 물론 기관들을 구 여천시에 두기로 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이며 이는 삼려통합을 이룬 여수 시민의 위대한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청사이전보다는 도리어 교통문제 해소 등 여수박람회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써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반대에 앞장선 것이다.

이에 대해 동료 의원들은 물론 지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원들 모두가 지역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통례인데 지역으로 오게 될 예산을 막은 두 의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예산을 가져오고 난 후 청사 후보지 문제는 지역민들과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삼려통합 이후 아직도 소지역이기주의가 남아 진정한 통합으로 볼 수 없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데 명실상부한 통합 여수를 만드는데 앞장 서야 할 정치인이 도리어 소지역이기주의를 부채질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반대를 관철하기 위해 타 지역 의원에게 까지 연서를 받은 것은 지역의 명예를 실추 시킨 무분별한 행동이었다는 핀잔이다.

특히 여수지역의 도. 시의원의 상당수가 뇌물수수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어 더욱 자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여수 출신 도의원이 사전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합의조차 못하고 일부 의원이 지역 여론을 분열 시키는 일에 앞장선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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